행복한 소리, 수오노 펠리체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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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소리, 수오노 펠리체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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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행복한 연주회가 열렸다. 2023년 8월 19일이다. 리모델링이 잘 된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펼쳐졌다. 발성과 화음으로만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연주회였다. 중년 아마츄어 남성 중창의 다양함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곡들은 1952년 작곡된 ‘보리밭’부터 최근 유행하는 ‘찐이야’까지 연주되었다. 중창이라는 단순 편성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워 일부러 다양한 장르의 곡, 다양한 의미의 곡들로 편성하였다. 곡 중에는 ‘백만송이 장미’나 ‘풍문으로 들었소’ 같은 남성화음을 멋들어지게 표현하는 곡도 있었고, 남성이 부르지만 아주 부드러운 ‘가시나무’라는 곡도 참여했다. 마지막 부른 ‘찐이야’라는 곡의 경우는 스텝과 작은 손놀림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즐겁게 하였을 것이다. 

회원명부도 없고, 정해진 회비도 없는 자유로우면서도 참여와 충성도는 높은 단체였다. 오로지 연결고리는 중창의 즐거움이다. 배우면서, 실력이 쌓이면서 느껴지는 행복감이 조직을 계속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즐기면서 배우려는 의지, 이 두 이념이 만나서 관중들을 행복하게 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칼리오페 합창단 멤버 중 양병철 회원이 감상평을 보내왔다.
“참 고맙다~~
끝날것 같지 않은  긴 장마같은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떨쳐낼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래서 참 고맙다.

수오노 펠리체는 전문 음악인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비쥬얼적으로 젊은 연주자들도 아니다.
그러나 신선했다. 꽉 막혔던 내 심장에 물마루 넘어 불어오는 해풍의 시원함을 나눠주었다.

솔직히 개개인의 역량은 아마추어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마추어만의 그 서툰 음량과 열심히, 그리고 치밀한 준비성으로 나에게는 그 어떤 전문 연주단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신의 한 수 제광교회 엘피스 중창단의 노래와 협연곡 ‘보리밭’‘남촌~~’
참 좋았다~~

마지막 앵콜곡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유년 시절의 기행’으로 내 유년을 간만에 그리워하게  해준 수오노 펠리체 이름처럼 오늘 나는 행복했다~~
땡큐~~” 

찬조 출연해준 엘피스 중창단은 아마추어이지만 오랫동안의 연습과 활동으로 중창의 정신과 영혼을 공유하는 완벽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중창단이었다. 안정되고, 균형이 잘 잡혀있고, 클래식 하면서도 중창발성으로 무장되어 있고, 표정도 밝고 순수하였다. 곡 중 솔리스트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두 곡을 선물해 준 후, 합창으로 두 곡을 같이 불렀다. 혼성 합창의 화음은 또 다른 매력이어서 부르는 연주자들이나 듣는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을 것이다.     
  
노래하는 중년남성을 모아내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수오노 펠리체는 잘 모아냈다. 중년 남성 중창단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노력은 일반 편성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표현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 된다. 중년들이 표현하는 화음은 그 또한 새로운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창단

황경수 교수

을 왜하느냐?라고 물으면 “화음구성의 일원으로써 잘 만들어낸 화음을 공유할 때 짜릿함, 그 화음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면서 곡을 완성해가는 과정의 성취감 등을 즐기기 위해서 한다”고 하겠다. 아마추어이지만 남성중창단의 화음은 중후함, 표현 영역이 넓은 데에서는 오는 다양함 연출, 그러면서도 여성적인 느낌이 들게 할 수도 있는 특이함 등으로 듣는 분들에게 매력을 주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수오노 펠리체를 보면서 느껴지는 점 중 하나는 고령사회에 적응 프로그램으로 안성맞춤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러한 중창단은 가사를 음미하면서 추억을 회상하고, 화음을 만들면서 즐겁고, 구성원들 간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우정을 통해, ‘젊음’이라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역할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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