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핵심 공약인 '15분 도시 제주'와 관련해, 제주도를 30개 생활권으로 재편하는 사업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이를 위해 4개 생활권을 선정해 시범적 사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행정체제 개편과 도민사회 합의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연구원이 수행 중인 '15분 도시 제주 기본구상과 시범지구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내용에 따라 30개 생활권으로 재편하는 15분 도시 조성 사업을 2033년까지 10년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용역에서 제시된 기본 구상은 제주를 크게 30개 권역으로 설정해 도보나 자전거,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공약 이행을 위한 시범지구로 △제주시 애월 △삼도1~일도1 생활권 △서귀포시의 표선 △천지~송산 생활권 등 4개 지역을 선정했다. 제주시·서귀포시 동(洞)지역에서 1곳씩, 동부와 서부의 읍.면지역에서 1곳씩 선정됐다.

이중 삼도1~일도1 생활권은 삼도1동, 삼도2동, 이도1동, 일도1동을 아우른다. 천지~송산 생활권은 천지동, 중앙동, 정방동, 송산동을 포함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선정은 시범지구로 적정한지 여부(적정성), 주민과 행정의 협력의지가 높은지(협력성), 시범지구 선정 시 기대 효과(효과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동서남북 각 권역별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판단에 신중을 기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내년 2월까지 시범지구 기본계획과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3년간(2024~2026년) 시범지구 사업을 추진한다.

내년에는 실시설계용역을 통해 시범지구 내에 부족한 생활필수시설을 조성하고 접근성을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시범지구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비점을 보완하는 한편, 다른 생활권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나머지 생활권에 대해서도 연차적으로 생활권 실행계획을 수립해 2026년까지 제주 전역의 15분 도시 생활권 계획을 수립한다.

고성대 제주도 도시균형추진단장은 “이번 15분 도시 제주 시범지구 선정을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면 도민사회에서도 실질적으로 체감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시범지구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해 도민들의 삶이 편리해지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15분도시 조성 용역에서 제시된 기본 구상은?

앞서 기본 구상 용역에서는 권역 생활권은 제주시 도심생활권(동부, 서부), 서귀포시 도심생활권, 동부생활권, 서부생활권 등 5개 권역으로 제시했다. 도시생활권은 행정동 기준으로 인구 규모를 고려하고, 지형지물 등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총 30개로 나누는 방안이 제시됐다. 

구역별로는 △제주시 도심생활권 13개 △서귀포시 도심생활권 5개 △동부생활권 6개 △서부생활권 6개 등이다.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묶어 권역화 하는 방식이다. 인구 규모의 경우 도시공간은 1만.5000~5만명, 농촌지역은 1만~2만5000명을 기준선으로 제시했다. 다만, 우도면과 추자면은 예외로 했다.

이 결과 제주시 동 지역에서는 13개로 재편됐다. 삼도1동, 삼도2동, 이도1동, 일도1동은 '삼도동~일도1동' 생활권으로 묶고, '일도2동.건입동'을 묶어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든다. 또 도두동.이호동, 용담1.동을 하나의 권역으로 분류했다. 나머지 이도2동을 비롯해 아라동, 오라동, 봉개동, 외도동, 연동, 노형동, 삼양동, 화북동 등은 단독 권역으로 제시했다.

서귀포시 동지역에서는 △서홍동.동홍동 △천지동.중앙동.정방동.송산동 △대륜동.대천동 △중문동.예래동 △영천동.효돈동 등 5개 권역으로 제시했다.

제주시 읍.면 지역 7곳과, 서귀포시 읍.면지역 5곳은 모두 단일 권역으로 편성했다. 

15분도시의 생활필수기능은 △생활(생활서비스) △교육(교육서비스) △돌봄(복지서비스) △건강(의료서비스) △여가(문화서비스) 등 5가지로 설정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업무'를 포함하는 '5+1' 기능을 검토하기로 했다.

각 기능에 따른 세부 시설을 보면, '생활'에서는 은행, 소매점, 전통시장, 대규모 점포(대형마트), 읍.면사무소 및 동주민센터, 파출소, 지구대, 시청, 경찰서, 소방서, 도청, 경찰청, 공영주차장, 클린하우스 등이 포함된다.

'교육'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으로 제시되고 있다. '돌봄'은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경로당, 노인교실,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으로 제시했다. 

'건강'은 응급의료기관, 종합병원, 약국, 보건소, 의원, 체력단련장, 운동장, 실내체육관, 수영장 등 생활체육시설, 체육도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여가'는 공공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생활문화센터, 지역거점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공연장 등이 포함된다.

◇ 행정체제 개편 무산된다면?...생활권 재편, 주민 설득은?
 
그런데, 이번 제주도정의 15분 도시 구상은 현재 진행 중인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기초자치단체 행정구역 설정과도 연계될 수 밖에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각 권역별 행정기관 등의 생활필수기능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가장 수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행정체제 개편 용역에서 제시된 모형 중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더불어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모형의 경우 15분 도시 정책을 염두에 둔 결과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선 8기 도정 출범 초기 행정구역을 5~6개로 개편한다는 구상이 흘러나온 것도 15분 도시 구상과 연계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행정구역을 4~5개 이상 나누는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5분 도시 조성사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행정체제에서는 도심 외 지역에 생활 인프라를 부분적으로 확충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무산될 경우 자칫 용두사미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권역 설정과 관련해 하나의 권역으로 통합되는 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민 설득도 과제로 꼽힌다. 권역을 설정하는 안이 현재 제주도의원 선거구역과도 다른 부분이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