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말 입주를 앞둔 제주시 연동 ‘e편한세상 연동센트럴파크’(204세대). 

전용면적 84.97㎡ 최고가가 9억4830만원으로 제주지역에선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던 아파트 단지다. 이 단지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 2년전 분양당시 청약경쟁률이 최선호 타입의 경우 49대1까지 치솟으며 ‘웃돈’(프리미엄)이 1억원까지 붙었었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저층 분양권이 최근 8억4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분양가에 비해 7000만원이나 낮은 것이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강모씨는 ”마피 1억짜리 매물도 잠깐 나왔었다“고 귀띰했다.

◇ 분양땐 ‘웃돈’1억, 입주다가오자 수천만원 손해보며 ‘눈물의 손절’

주택 경기 한파에 제주지역의 분양권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입주를 앞둔 단지에선 분양가보다 싸게 내놓은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수천만원대 마피 매물이 수두룩하고 1억까지 내린 매물도 등장했다.

잔금 대출이 불투명하고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과 집값.전세값 하락으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수분양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권을 정리하려는 ‘눈물의 손절’에 나선 것이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제주에서 이미 입주를 시작했거나 입주를 코앞에 둔 단지에서 ‘초급매’‘초초급매’ ‘급급매’ 등의 문구를 단 마피 분양권 매물이 생활정보지에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생활정보지 한 곳을 살펴본 결과 제주시 노형.연동과 서귀포시 중문동.대정읍을 중심으로 500건이 넘는 분양권 매물이 나왔다. 미분양 매물과 중복 매물 광고를 감안해도 마피를 내건 분양권 매물이 상당량이다.

‘e편한세상 연동센트럴파크 2단지’ 전용 84㎡(저층) 매물은 마피 7000만원을 내걸고 8억4000만원에 나왔다. 실거래 조회 결과 같은 면적의 2층은 8억361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지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2021년4월 분양당시 1단지 청약경쟁률이 20대1을 넘을 만큼 청약이 몰리면서 분양권 가격이 치솟았지만 입주시기가 다가오면서 열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다른 신축 단지 아파트 입주가 몰린 6월들어서는 수천만원대의 마피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애초 실수요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린 분양권 프리미엄 전매 투자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급격히 냉각된 부동산 경기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 1군 브랜드 단지 너마저...‘속 타는’ 수분양자들 

작년에 분양을 마친 1군 브랜드 분양주택들도 마피 분양권이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 입주를 앞둔 ‘더샵 노형포레’(80세대)는 ‘급급매’ 문구를 단 98㎡(고층) 매물이 마피 3000만원, 159㎡(저층) 매물은 마피 5000만원을 내걸었다.

영어교육도시 인근에 짓고 있는 ‘제주푸르지오더퍼스트’와 ‘한화포레나에듀시티’도 마피 분양권이 올라오고 있다.

이미 입주가 진행된 단지도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호가가 올라와있다. 1월말 준공한 ‘노형벨라시티’ 전용 84㎡(중층) 매물은 마피 5000만원을 반영해 5억중반대까지 가격이 내려왔다.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나온 중형타입의 생활숙박시설로, 최고 노른자 자리인 노형오거리 근처에 위치한 ‘노형프레스티지125’에선 ‘초초급매’라는 문구를 내건 마피 1억짜리 매물까지 등장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한화포레나제주 중문’ 단지는 6월들어 마피 4000~5000만원대 매물이 20여건 쏟아졌다. 분양가 5억4328만인 84㎡ 중층 매물은 5000만원 내린 4억9328만원에 나왔다. 전매 가능 기한이 한달밖에 남지않아 매물로 내놓은 수분양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 10가구 중 4가구는 ‘잔금 미납’...기존주택 매각 지연, 세입자 미확보 등 이유

이처럼 손해를 봐서라도 손절하려는 마피 물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5월이후 제주에서 실거래된 분양권은 20건에 그치고 있다. 그중 ‘한화포레나제주중문’이 10건, ‘e편한세상 연동센트럴파크’가 3건, ‘연동한일베라체더퍼스트’ 3건 등이다. 그나마 가격을 크게 내린 급매물만 일부 거래되는 수준이다.

마피 매물이 쌓이다보니 아파트 입주율도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5월 제주의 아파트 입주율은 62.2%에 머물며 전국 평균 66.7%를 밑돌았다. 입주율은 사실상 잔금을 납부한 주택의 비중을 뜻한다. 입주시기가 됐는데도 10가구 중 4가구는 제때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제주 아파트 입주율은 작년 12월 75%를 기록한 이후 올해들어 70% 문턱을 넘지 못한채 하락 기조로 흐르는 양상이다.

미입주 사유는 기존주택 매각 지연, 세입자 미확보, 잔금대출 미확보, 분양권 매도 지연 순으로 분석됐다.

입주를 앞둔 단지에선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쏟아내면서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렵다. 입주시기가 겹치는 신축 단지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데다 인구 이동이 드문 애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e편한연동센트럴파크'와 입주시기가 비슷한 ‘연동한일베라체더퍼스트’(112세대)도 전.월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전세값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e편한연동센트럴파크’ 전세값은 분양가의 거의 절반 수준인 4억4000만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마저도 문의조차 거의 없다는게 중개업계의 얘기다. 입주지정기간이 6월30일부터 8월28일까지여서 수분양자들은 잔금 준비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 추가 하락이냐 VS 저가 매수 기회냐

이런 가운데 분양권 시장에선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매수 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잔금 지급을 위해 분양권 매물이 더 쏟아지고 거래절벽이 계속될 경우 추가 하락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마피’로 고분양가 거품이 걷히고 있는 지금을 저점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축원가가 치솟고 있고,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분양시장에서 고분양가는 확정적이란게 '매수 기회'에 무게를 두고있는 배경이다. 앞으로 나올 신축 단지 분양가는 지금보다 더 비쌀게 확실하니 실수요자라면 마피 매물을 잡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는 얘기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건축비 상승과 고물가 등을 감안하면 향후 신축 단지 분양가는 지금보다는 높은 고분양가가 확실하다“며 ”1군 브랜드 아파트 분양권이 마피 7000만원까지 내려가는건 제주에선 앞으로 보기 힘들 것 같다. 꼭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마피 매물이 쏟아지는 지금이 매수 기회일수 있다“고 전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