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발전시설 늘어나는 제주? 시야 넓힌 ‘제주형 정의로운 전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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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발전시설 늘어나는 제주? 시야 넓힌 ‘제주형 정의로운 전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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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공동기획] ④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주유소부터 농업, 관광, 미래세대 교육까지 제주 실정 맞는 고민 필요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 같은 기본 범위부터, 크게 보면 자원·권력의 재분배와 생태 경제까지 아우른다. 폭넓은 개념에서 ‘제주형 정의로운 전환’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사진=픽사베이, 픽셀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 같은 기본 범위부터, 크게 보면 자원·권력의 재분배와 생태 경제까지 아우른다. 폭넓은 개념에서 ‘제주형 정의로운 전환’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사진=픽사베이, 픽셀

‘no jobs on a dead planet.’(죽은 지구에는 일자리가 없다.)

기후위기를 가장 간단하게 나타내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이 슬로건은 2000년대 초반 국제노동조합이 들고 왔다. 여기서 일자리는 예술, 문화, 스포츠 등 어떤 개념으로 바꿔도 적용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사라지는 공멸(共滅)의 기후위기 속에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중요한 화두로 손꼽힌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 같은 기본 범위부터, 크게 보면 자원·권력의 재분배와 생태 경제까지 아우른다.

전북대학교 정태석 교수(일반사회교육과)는 학술지 ‘경제와사회’를 통해 올해 발표한 논문(한국 사회의 정의로운 생태 전환 논쟁과 생태 정치 전략의 성찰)에서 “오늘날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생태위기에 따른 생태 전환 과정이 에너지 전환이나 산업·직업 전환을 수반하면서, 노동자계급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처하게 된 일자리 상실이나 소득 단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결과”라고 밝힌다.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고민을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2021년 11월에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EU 국가를 중심으로 정의로운 전환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올해 3월 28일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명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의 제7장(정의로운 전환)에서는 “정부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 등의 현황과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의 영향 등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역 및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대책과 재난대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에서는 올해 3월 28일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명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고 있다. /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한국에서는 올해 3월 28일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명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고 있다. /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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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은 개인부터 국가, 전 세계가 공동으로 움직여야 하는 고난이도의 과제이다. 여기에 정의로운 전환은 한술 더 떠 ‘당장 먹고사는 일자리’라는 민감한 사안이 얽혀 있다.

특히 제주가 아닌 타 지역은 석탄화력발전소,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공장 등을 중심으로 정의로운 전환이 상당히 구체적인 사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충청남도가 대표적인 경우다.

충청남도는 당진·태안·보령·서천 등의 지역에 발전사 5개와 석탄발전소 29기가 운영 중이다. 노동자만 최대 2만명에 달한다. 광역자치단체 단위로는 전국에서 석탄발전소가 가장 많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12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방안 연구’에서 2034년까지 전국 석탄발전소 30기를 폐쇄할 경우, LNG발전으로 대체해도 4911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하청, 비정규직 등 기존에 소외받던 노동자들이 정의로운 전환 국면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청남도는 ‘탄소중립경제특별도’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민관이 활발히 움직고 있다.

충청남도는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2022년 8월 시행) ▲충청남도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2022.12.) ▲태안군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민·관 협의회 구성 및 운영 조례(2022.12.) 등을 시행하면서 타 시도와 비교할 때 제도적 기반 구축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뿐만 아니라 충청남도, 한국노총, 충청남도북부상공회의소는 12일 ‘정의로운 산업 전환과 탄소중립경제 실현을 위한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다. 충남지역 노·사·정은 ‘화력발전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기금 조성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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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카본프리 아일랜드(탄소 없는 섬)’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풍력·태양광을 필두로 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 개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추진 ▲한국형 통합발전소 시범 사업 진행 ▲총 600㎿ 규모 가스발전소 4기 신규 건설 등 과제들이 추진되고 그에 따른 여러 의견들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정의로운 전환은 그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물론 산업시설 폐쇄에 따른 여파를 논의하는 타 지역들의 보통 사례와 비교할 때, 제주는 오히려 시설 확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온도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올해 5월 10일부터 시행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에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의무가 담겨있다.

제3조(기본원칙) 4항에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한 계층·부문·지역을 보호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세부 사항은 담겨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광주광역시 등 타 지자체는 ‘정의로운전환 지원센터’ 등 보다 진전된 고민들을 조례에 반영해 놓고 있다.

조례에 언급한 대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은 비단 발전소나 공장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전기차 확산에 따른 주유소-카센터 문제와 함께 1차산업, 관광, 나아가 쓰레기, 하수 등 제주 실정에 적용할 만한 정의로운 전환 사례는 충분히 찾아볼 만 하다.

기후위기는 상상 이상의 문제를 일으킬 힘을 가진만큼, 육지와 경우가 다르다고 당장 적용할 부분이 많지 않다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폭넓은 개념에서 ‘제주형 정의로운 전환’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교육 차원에서 미래세대들을 위한 교육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제주도는 올해 안에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4~2028)'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정의로운 전환 부분이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할 대목이다.

제주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가 올해 2월 폐쇄되면서 노동자들, 제주도는 지난 3월 노·정협의회를 구성해 퇴직근로자 지원에 나섰다. / 사진=제주시
제주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가 올해 2월 폐쇄되면서 노동자들, 제주도는 지난 3월 노·정협의회를 구성해 퇴직근로자 지원에 나섰다. / 사진=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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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최근 제주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이하 센터) 사례는 앞으로 참고 사례로 꼽힐 만 하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 성격 뿐만 아니라 해결 과정에 있어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003년부터 쓰레기를 처리해온 센터는 연장 끝에 올해 2월 폐쇄됐다. 센터 노동자 50여명은 실직 위기에 놓였고, 결국 200일 넘게 도청 앞에서 농성에 들어가며 갈등 국면에 놓였다.

제주도는 지난 3월 노·정협의회를 구성해 퇴직근로자 지원에 나섰고, 서비스연맹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노동조합(노조)은 지난 5월 211일째 천막농성을 중단했다.

노조는 천막농성을 중단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정협의체 운영 3개월째 해고자 52명 중 18명이 환경관련 시설 등에 재취업했다. 정년이 지난 노동자 등을 제외한 재취업 희망자 20명이 남았다. 노조는 노정협의체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봐 천막농성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센터 노동자들의 고용위기가 해결된다 해도 공공부문 민간위탁사업장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집단해고 사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3단계인 민간위탁 분야 정규직화가 실질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공공부문에 대한 무분별한 민간위탁을 중단하고 센터와 같은 공익시설을 공영화해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주유소는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카센터는 전기차와 수소차까지 관리하는 방향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을 적용할 분야에 대한 현황 파악과 과제 도출 등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리=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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