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제73주년 제주4.3추념식-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인사말(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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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제73주년 제주4.3추념식-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인사말(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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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평화가 넘치는 세계평화의 섬을 향해 전진하겠습니다.
제주의 4월입니다.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지 않다 했습니다.
이 맘때면 제주4·3의 그 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제주 섬에 흩날리는 동백꽃처럼 스러져갔던 4·3 영령들의 죽음을 지독한 슬픔으로 맞이해왔습니다. 도민 모두의 가슴에 결코 잊을 수 없고 잊기에는 너무나 큰 상처이며 아픔입니다.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하신 4·3영령들이시여!
영령들의 제단 앞에 향을 피우고 제를 올리며 그 억울한 넋을 위로하고 안식을 기원하오니, 부디 이승의 한을 푸시고 영면하소서. 
부모와 자식의 죽음도, 형제의 이별도 그 언제인지, 무엇이 처참한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그 어떠한 죄인지, 어디에 묻힌 지도 모른 채 쉬쉬 입 밖에 내지도 마라, 옥죄는 연좌제의 이름으로, 혈육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죄인의 심정으로 한 평생을 살아오셨습니다. 
무고한 희생에 말로다 표현못할 마음속 응어리와 멍에를 견딘 인고의 시간이 73년이나 흘렀습니다. 평생에 흘린 눈물과 심장에 맺힌 그 한과 아픔을 다 보듬어 드리지 못해 먹먹하기만 합니다. 
4·3생존 희생자와 유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사가 아닙니다. 가족사도 아니었습니다. 제주4·3은 제주의 역사이며, 여전히 진행 중인 오늘이며,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이제 한 겨울의 냉기가 봄의 씨앗으로 다시 솟아나듯 올해 비로소 진정한 제주의 봄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에 의해 날조되고 굴레를 씌워 왜곡되고 외면당하면서도 끊임없이 화해와 상생의 손을 맞잡아 준 도민들이 계셨기에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은 통과되었습니다. 
도민들께서는 과거를 잊지 말고,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희망찬 내일을 향한 진정한 4·3의 정신이자 가치를 보여주셨습니다. 
제주4·3영령들의 뜻을 받들어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잘못된 과거사의 청산과 치유를 통해 용서와 화해, 해원과 상생, 인권과 평화가 넘치는 세계평화의 섬을 향해 전진하겠습니다. 
거듭 영령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좌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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