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의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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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의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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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류건숙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생활지원담당
류건숙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생활지원담당. <헤드라인제주>

2009년 봄, 일본인 엄마와 아들을 일주일간 홈스테이 한 적이 있다. 능숙하지 않은 언어와 낯설음은 땀을 한바가지 쏟아내게 했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한 친절을 베풀었으며, 민간외교관이 된 듯 들떠했고, 언어에 제약받지 않고 소통하는 아이들을 보며 세계 속에서 커갈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마음의 문이 닫혀버렸다. 왜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한친절을 베풀어야 할까. 서로의 언어에 서툴다고 해서 무엇이든 'Okey', 무엇이든 스마일이 강요되는 것이 기분 좋지 않았다. 부당한 요구에는 'NO', 오가는 대화에 기분이 나쁠 때는 찡그릴 수 있는 감정표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마음의 문까지 닫아 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족이 2010년 제주로 이주를 하며 삶터와 일터가 바뀌어 겪어야 했던 불안의 시기를 거치며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외국인이 된 것이다. 그 당시 낯설음에 어려워했던 나를 도와주었던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무한 친절을 베풀어 주었던 분들이 있었기에 제주에 잘 적응할 수 있었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외국인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듯 이주해온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 지금 제주도에 없을지도 모른다.

제주도는 이주하고 싶은 도시 1위이며 전국에서 인구증가율이 세종시 다음으로 높은 도시가 되었다. 읍면동에서는 정착주민협의회를 만들어 정착주민간 정보도 공유하고 원주민과 잘 융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 또한 이주 선배로써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려고 무한친절의 자세를 갖추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국제구호활동가인 한비야 작가는 그의 책 '1그램의 용기'에서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들의 친절 덕분에 살고 있으니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기회가 오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때때마다 놓치지 않고 베풀어도 내가 받은 친절의 반의 반의 반도 못 갚을 거다. 이런 걸 알면서도 게을러서, 귀찮아서 혹은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기회가 왔는데도 놓친다면 나는 인간도 아니다. 내게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에게 되갚고 싶지만 그럴 확률은 낮으니 대신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친절을 베푸는 거다. 그게 바로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친절의 선순환일거다. 그 선함과 선함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순환 속에 나도 작은 고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내가 받은 친절을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친절을 베풀자. 이렇게 친절의 선순환이 일어나 선함과 선함이 이어지는 아름답고 친절한 자연만 아름다운 제주도가 아닌 사람이 아름다운 제주도가 되었으면 한다. <류건숙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생활지원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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