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추경예산안 제출, 의회 수용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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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추경예산안 제출, 의회 수용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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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강경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강경식 의원.<헤드라인제주>

희망찬 을미년 새해가 밝았지만 제주는 안타깝게도 지난해 말 시작된 예산전쟁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며 혼돈의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예산삭감으로 지금처럼 파국을 일으킨 책임을 갖고 있는 도의회 구성원이자 예결위 소속 의원의 한사람으로서 먼저, 도민여러분께 석고 대죄하는 심정으로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지금까지 5년여의 의정활동 기간 동안 저는 깨끗하고 당당한 의정활동, 합리적이고 열정적인 의정활동을 하려고 애써왔습니다. 그러나, 의정활동기간 동안 의원으로서 자괴감이 들고 도민여러분께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심정이 들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 첫 번째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아픈 상처와 눈물을 닦아 드리지 못할 때였고, 두 번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예산정국입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농민들이, 장애인들이, 유관기관과 단체들이 도의회와 도청을 항의 방문하며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그리고 많은 도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연일 비판하고 있지만 안타깝고 민망하게도 예산과 관련하여 도와 의회는 도민은 안중에 없는 조금도 물러섬이 없는 치열한 자존심 싸움, 진흙탕 싸움, 아슬아슬한 치킨게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민 없는 도지사, 도민 없는 도의회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도민과 백성위에는 그 누구도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3조 9천억원의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은 도지사의 돈도 도의원들의 돈도 아닙니다. 도민과 국민이 낸 혈세입니다. 걷어 들인 도민의 세금을 꼭 필요한 곳에 배분하도록 도지사와 의원들에게 권한을 잠시 위임한 것뿐입니다. 이 예산의 주인은 지금도 엄연히 도민의 것입니다.

도는 지난해 예산정국에서 예산의 편성과 집행권, 신규 비목 설치 및 증액 예산 관련 부동의 권한을 내세우며 도의회가 증액하거나 신규비목을 설치한 부분에 대한 부동의로 맞서며, 의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까지 몰아 붙였습니다.

이에 질세라, 도의회는 예산에 대한 심의와 의결권한을 내세우며, 내가 하면 로맨스고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냐, 의회를 무시하는 것이 도를 넘었다, 그럼 어디 한 번 해보자며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맞서며 지난해2015년 예산안을 처리하였습니다.

도 기획조정실장의 이야기처럼 도의 가용재원은 4-5천억원에 불과한데 1636억원의 삭감규모는 가용예산의 1/3에 해당합니다. 제주도의 예산규모로 볼 때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며, 산업구조가 취약하여 공공자금에 의존성이 높은 경제 여건 상 제주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만한 규모입니다.

도는 지난해에 이어 2015년 올해도 여전히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예산 개혁의 해를 만들겠다며 칼을 빼어 들고 의회를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의회 또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며, 대응의 칼을 갈고 있습니다.

도 집행부가 지금 재의요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가 재의 요구를 해오면 의회는 다시 2/3 의결처리 할 것이고 도는 대법원에 제소할 것입니다. 결국, 재판에서 누가 이겼다고 판결이 나겠지요. 그러나, 그 판결이 무슨 실효성이 있겠습니까? 시간은 흘러 도민들은 이미 피해를 보고 죽고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지금의 예산정국을 푸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처방약은 공무원 노조가 주장했듯이 도가 즉각 추경예산안을 제출하는 것입니다. 도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추경예산을 조건 없이 제출하고 의회 또한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합니다.

이 길만이 지금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도나 의회나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심하게 서로 버티며, 먼저 상대가 굴복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도와 의회는 책임 있는 단위가 만나 이 문제를 놓고 대화와 협의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다고 예산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이번 추경예산안은 도의회가 지난해 내부유보금으로 돌렸던 1636억원을 중심으로 제출하여 유보예산이 갈 제자리를 찾아주어 당장 죽어가는 도민들을 살려놓고 나서 예산개혁을 해도 늦지는 않습니다.

도와 의회가 시민단체의 예산개혁 제의에 동의했지만 예산개혁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예산의 편성과 심의·의결에 이르기까지 도민이 납득할 만한 투명하고 획기적인 개혁안을 올해 내로 도출하여 적용하자는데 저 또한 적극 동의하며 힘을 보태겠습니다.

지금은 도나 의회가 모두 이성을 차리고 분노의 칼을 내려놓고 도민의 고통스런 얼굴과 눈물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부처는 자신이 어리석은 것만 보고, 중생은 자신이 잘난 것만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민들은 오늘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음을 도와 의회는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강경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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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2015-01-08 10:06:08 | 211.***.***.28
정말로 합리적 해결 대안인것 같습니다. 강의원님의 건승을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