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겠다'면서 고도의 태클?...'좋다'면서 전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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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겠다'면서 고도의 태클?...'좋다'면서 전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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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지사와 박희수 의장의 '인사권 독립' 핑퐁게임'
줄 수 없는 권한' vs '받을 수 없는 제안'...애꿎은 공직사회만 불똥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인사권 독립' 문제를 두고 우근민 제주지사와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장군멍군식 화답을 주고 받았으나, 결국은 두 기관의 논쟁의 실체는 '줄 수 없는 권한'과 '받을 수 없는 제안'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연이은 태풍의 내습 후 복구작업이 한창이던 무렵에 촉발된 이 논쟁은 지난 26일 도의회 인사협의 과정에서 우 지사가 '인사교류 전면 중단을 전제로 한 인사권 부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기관(4급)급 전문위원 3자리를 도의회 자체적으로 별정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한데 따른 '화답'(?) 차원이다.

뭔가 노림수가 예상되는 카드였기에 신중한 검토를 통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박희수 의장도 뜻밖의 즉답을 내놓았다. "매우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판단"이라며 전격적인 수용입장을 밝힌 것이다.

◇ 점차 드러나는 우 지사의 계산..."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문제는 우 지사의 제안이 '인사권 독립'의 궁극적 목표와는 상당부분 엇나가 있고, 박 의장도 이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데 있다.

우근민 지사는 매일같이 인사권 문제에 대해 톡톡 쏘는 듯한 뉘앙스의 입장을 남기고 있다. 2일 열린 정례직원조회 때도 인사권 독립과 관련해 언급했다.

이날 역시 우 지사는 도의회에 인사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최초에 제안한 내용 그대로다.

이사관(2급)급인 사무처장의 경우에도 도의회에서 자체 승진 임용하고, 공석 직위는 의회에서 충원하는 등 현재 정원.현원 내에서 채용, 전보, 일반직, 승진요구 등 인사권 독립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4급 이상은 인사교류가 없고, 5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희망자에 한해 내년 1월 정기인사시 1대 1 교류원칙에 따라 마지막 인사교류를 한다는 전제조건도 거듭 언급됐다.

4급 이상 인사교류를 전면 금지시킨 것이나, 5급 이하의 경우에도 1대1 교류원칙 속에 단 한번의 기회를 부여한 점은 도의회에 인사권을 부여한다는 취지보다는 고립시킨다는 측면이 매우 강하게 전해지고 있다.

우 지사는 추석연휴 직전에 제주도청 기자실에 들러서는, "도의회에서 추가 조건이 제시된다면 이 제안은 원천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는 강한 메시지도 남겼다.

그러나 이 조건부 제안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원천무효'까지 거론한 것은 한마디로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백기투항'을 유도하는 것에 다름없어 보인다.

현행 법과 제도로는 설령 이 제안이 수용돼 시행된다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시행하기는 어렵다.

의회 사무처장에게는 사무처 내 직원의 전보권, 의장에게는 별정직과 계약직 등을 채용할 수 있는 권한만 있고, 일반직의 승진이나 채용권한은 도지사에 있기 때문이다.

인사권 부여 제안에 화답하며 인사교류 문제 등에 대한 6가지 조건을 제시하려던 도의회는 머쓱하게 됐다.

우 지사가 2일 현행 법률상 도의회가 제대로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도의회에서 결정하면 도지사가 모두 수용하는 방법을 활용할 것임을 피력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지금과 같은 인사권 부여는 인사교류의 단절로 인해 도의회가 고립되면서 오히려 인사권 독립의 궁극적 목표인 전문성 강화는 커녕 직원들의 자기계발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그런데도 우 지사는 뻔히 예견되는 상황을 갖고, "도의회에 인사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은 맞다"는 패러독스적 화법으로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우 지사는 2일 직원조회에서 우려되는 부분을 피력했다.

우 지사는 "도의회가 여러가지 요구를 해놓고 자기네 유리한 것만 해서 도청 공무원들만 손해볼 것이다. 전문성 운운하지만 공무원들만 골탕 먹을 것이다 라는 등 목소리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외부에서 전해들은 얘기를 전달하는 형식의 화법을 띄었지만, 도의회의 요구와 주장이 도민사회로부터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러한 방식이 '전문성 강화'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것도 확신하는 듯 했다.

우 지사는 도의회가 전문위원을 경륜있는 일반직공무원 대신 외부에서 별정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점을 빗대어, "20-30년 일을 한 사람에게 전문성이 없다라고 하는 것에 의심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도의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전문성을 강화하고 싶은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전문성 강화 주장이 정답이 될 수없음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우 지사는 "도지사가 인사권을 갖는 한 (도의회 직원들이) 도청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말은 맞다"는 말로, 우려되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의회의 뜻대로' 해야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직설적으로 말은 안했지만, 우 지사는 도의회에서 주장하는 요구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인사권 독립이 하루아침에 될 문제가 아님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사교류 단절'을 전제로 한 인사권 부여라는 카드를 던짐으로써 실제적으로 인사권을 부여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도의회를 반응을 기다리는 의도가 짙다.

'조건 제시하면 원천무효'라는 부분을 거듭 강조한 것만 보더라도, 상황은 이미 '원천무효' 일보직전에 온 것으로 보인다.

덥썩 '전격 수용'이란 발표를 했던 도의회 역시 인사교류 단절이란 부분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추가적인 조건제시를 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 지사의 말 대로라면 도의회가 인사권 독립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한 추가적인 조건이 제시되는 순간 '원천무효'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딜레마 빠진 도의회...'전격 수용' 키워드가 왜 전면에?

이 때문에 도의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TF팀까지 꾸려 후속조치 이행을 준비하고 있으나 섣불리 공식적인 제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해 6가지 조건이 마련됐다고 하나, 제주도에 공식적으로 요청 절차를 밟지는 않은 것만 보더라도 도의회 역시 내부적으로 얼마나 많은 속앓이를 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도의회 내부에서도 지난 26일 기자회견 당시 '전격 수용'이란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점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일고 있다.

우 지사의 카드를 읽었다면, '전격 수용'이 핵심 키워드가 아니라 '진정성'을 요구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안 내용을 살펴보면 '4급 이상 인사교류 없음'과 '5급 이하 한번의 1대1 교류'라는 부분이 정확히 나와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가 사무처 소속의 일반직 공무원 입장을 생각했더라면 이 부분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며 거듭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 입장을 한템포 늦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전체의원 간담회도 거치지 않은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중심으로 해 입장을 정리해 '전격 수용'이란 키워드를 핵심으로 내세우면서 후속조치 이행에 머쓱하게 된 것이다.

특히 기자회견 일문일답 과정에서는 1대1 교류원칙이나 승진기회 등에 있어서도 자신감 표명이나, 승진기회가 많을 것 등을 피력하며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태풍의 회오리 속에 있는 일반직 공무원의 의견이 빠져있었다. 뒤늦게 박 의장이 "공무원의 동의를 전제로 해"라는 말을 했지만, 앞선 기자회견의 내용이 매우 앞서나가 있었다.

한 도의원은 "인사교류 단절이란 전제가 들어갔을 때, 특히 4급이상에게는 단 한번의 기회도 없다는 말이 들어간 부분이 있을 때 의회 입장에서는 당연히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도지사의 정확한 입장을 재차 밝힐 것을 요구한 후 '수용'이란 표현을 써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도의회 역시도 이틀 내(9월28일까지)로 논의를 통해 정리된 입장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도 공식적인 입장정리를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TF팀에서 검토를 했으나, '천천히 검토해 나가자'는 쪽으로 해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우 지사와 박 의장, 두 수장의 감정적 대치에 사무처 소속 일반직공무원들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 돼 버렸다. 

의회 내부로부터 눈치를 먹고, 도청으로부터도 처신에 의심을 사는 처지에 몰리면서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줄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는 카드를 갖고 핑퐁게임에 몰입한 두 수장의 감정적 대치의 끝은 어디일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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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2-10-04 09:51:00 | 211.***.***.28
이번기회에 아주 도의회는 도청에서 멀어지십시요...그래야 제대로운 도민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인재는 많습니다....공석이 많아지면...자체 채용하시면 됩니다...무얼 고민 하십니까....

지나가다 2012-10-03 18:18:43 | 220.***.***.35
ㅎㅎ 아쉬울게 없는 사람들의 만용.... 힘없는 공무원들만 사기저하

두얼굴의 정치인 2012-10-03 08:28:48 | 112.***.***.109
자고로 뭔가를 얻으려 할 때는 즉흥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하고 머리를 써야 후탈이 없다고 하는데...후반기 도의회는 너무 미숙한 점을 많이 노출하고 있는 듯 해군기지나 태풍피해 복구 등 민생현안에 온 몸을 던졌다는 의원은 아무도 없어보임 한심.

인사 2012-10-02 22:36:25 | 222.***.***.3
도의회 인사? 공무원의 전문성에 대한 우려, 인사로 해결할수 있습니다
의회, 입법관련 전문성이 있는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공정한교류, 승진 등 근본적으인사에 문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