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손 뜨개질의 달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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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손 뜨개질의 달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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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35> 뜨개질 하는 여자

병원에 입원해서 재활 운동 치료실에 갔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몇몇 환자 가족들이 종이 가방에서 실타래와 뜨개용 바늘을 꺼내 열심히 짜고 있었다. 환자들이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가족들은 시간을 그냥 앉아 있기보다는 뜨개질에 열중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내 어릴 적에 어머니가 여름, 겨울옷 들을 손수 떠주셨던 기억이 난다. 입으면 시원하고 따뜻하다. 엄마의 온기가 몸 속 깊숙이 퍼진다.

엄마는 손재주가 있다. 색다른 음식을 처음 만들거나 손뜨개 견본품을 보면서  구상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무늬 하나를 만들어도 독창성 있게 만들어 낸다. 

한번 뜨기 시작하면 화장실 가는 것 말고는 계속 앉아서 뜨개질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것은 하루 이틀 정도면 완성이 된다.

한번은 내가 엄마 하는 것을 옆에서 본 적이 있었다. 텔레비전을 눈으로 보면서도 손으론 열심히 짜고 있었다. 들여다보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간격도 일정했다. 달인이라 말 할 수 있을 만큼….

가끔씩 내 어릴 적 앨범을 보다 보면 손뜨개 옷을 입고 여동생이랑 초등학교 입학식 때 같이 찍었던 사진, 담임선생님이랑 찍은 사진을 보니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여름에 러닝셔츠를 입고 동생이랑 찍은 사진도 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고나면 온몸에 손뜨개 자국이 도장 찍히듯 선명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많이 입어서 그런지 입기 싫은 적도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는 어머니가 손수 짠 커튼이며 주방에는 식탁보, 거실에는 탁자 위에 깔고 그 위에 유리로 덮어 놓은 앉은뱅이 원목 탁자도 있었다. 

어머니(엄마) 솜씨를 잘 알고 있는 지인들은 짜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최근에 새롭게 안 사실이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어머니는 하나 둘씩 짜서 손뜨개 전문점에 납품하기도 했다고 한다. 납품 기일을 맞추다 보니 밤을 새우면서 하다 보니 시력도 나빠지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했다.

퇴원할 무렵이 가까워지자, 손뜨개 작품도 하나씩 마무리됐다. 어머니는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내 옆 침대에 있던 환자의 보호자에게 커버 한 켤레를 선물했더니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어머니가 신은 커버를 조카들에게 보였더니 너무 예쁘다며 색깔을 지정해서 짜달란다. 귀엽고 앙증맞게 작은 조카들 것을 보니 “할머니 고맙습니다.”하며 해맑게 웃는 모습과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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