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후 어두운 주민들 표정..."뭐가 아쉬웠나?"
상태바
대화 후 어두운 주민들 표정..."뭐가 아쉬웠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 지사, '우도면 지원' 약속에도 '벙어리 냉가슴'
"우도면 숙원은 연륙교 개설"...뒤늦은 하소연

우근민 제주지사가 직접 우도를 방문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전해들은 지역발전 토론회.

28일 오후 4시께 우도면사무소에서 60여명의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우도면이 바랐던 11가지 사업이 쏟아져 나오며 대대적인 지원이 요청됐다.

모든 사업 제안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검토 과정을 거치게 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은 토론회가 진행되는 과정과 끝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편치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짜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은 오늘 제안된 11가지 사업이 아니"라는 하소연이다.

김철수 우도면 주민자치위원장은 다음 일정 때문에 급하게 자리를 떠야 겠다는 우 지사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주민들도 "왜 말을 꺼내지 못했냐"고 김 위원장을 다그쳤다.

무슨 사연이었을까.

우근민 지사가 28일 우도면에서 지역발전 토론회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사실 마을 내부적으로 첫 손에 꼽는 숙원사업은 제주도 내륙과 우도를 연결하는 '연륙교 건립'이다. 주민들은 이미 '우도대교'라는 가칭까지 붙여놓고 사업 추진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지난 3월 23일 우도면 주민들은 제주도에 연륙교 개설을 공식으로 요청하는 서명부를 제출했다. 우도와 종달 사이를 연결하는 2.9km의 연륙교를 만들어 달라는 것.

주민들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접근성이 불편해 우도에 살고있는 젊은 세대들이 자녀 교육과 취업 등의 문제로 거주지를 옮길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 우도에는 노령층만 남게되며 고용인력이 부족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취약하고, 잦은 풍랑주의보의 발효로 도항선 운항도 중단되면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출된 서명부에 이름이 기재된 주민은 총 730가구의 1116명. 우도면의 공식적인 가구수가 731가구고, 인구수가 1575명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주민들이 연륙교 건립을 원하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당초 이날 지역발전토론회에서 언급된 11개 사업에 연륙교 건립 사업을 포함시키려 했었다.

그러나 여찬현 우도면장의 만류로 이날 발표 계획에는 포함시키지 않았고, 대신 주민들에게 발언권이 넘어오는 시간에 공식적으로 우 지사에게 연륙교 건립을 요청하려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우도면 주민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결국 11개 사업에 대한 설명과 답변으로 토론회는 마무리 지어졌다.

이전까지 우 지사는 '주민과의 대화'라는 타이틀로 제주지역 읍면동을 둘러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할애했지만, 이날은 '지역발전 토론회'로 타이틀을 바꿔 짜여진 순서대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오후 6시 우 지사의 또 다른 일정이 잡혀있었던 것도 토론회 시간을 짧게 하는 주 원인이었다.

김철수 우도면주민자치위원장. <헤드라인제주>
김 위원장은 토론회가 끝나고 가진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도대교 시설로 인해 지역이 거둘 수 있는 효과를 무려 39가지나 준비했었다"면서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도대교가 만들어지면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인한 인구 감소가 줄어들어 지역 경쟁력이 강화되고, 농수산물을 산지에서 신속히 유통 처리할 수 있게 돼 품질 생산 증대에도 제 몫을 하게된다"고 주장했다.

또 "우도면의 학생들이 제주시에 주거지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불편사항이 해소되고, 제주시에 적을 둔 직장인들도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의료혜택 등의 복지 측면이나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을 조금도 꺼내놓지 못하면서 답답한 마음만 가중됐다.

김 위원장은 "물론 연륙교 건설로 인해 환경적인 문제 등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을 것이라고 안다"면서 "그렇기에 연륙교 개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만이라도 요청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도 무조건 연륙교를 만들어달라 요청하려 했던것이 아니라 건설에 타당성이 있는지 용역비 만이라도 예산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하려던 터였다.

김 위원장은 "시간 관계상 발언할 틈이 없었다"며 "차라리 11개 사업의 건의서에 연륙교 개설 건을 올리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논의가 오간 '야간 도항선 운항' 관련 문제도 속 터지는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야간 도항선은 우도가 지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날 논의된 도항선 야간 운항 방안도 순서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 지사가 항구에 조명시설을 조성하면 야간 운항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 현재 도항선을 운영하는 회사는 개인 주식회사라 손익분기점이 맞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행정에서 시설을 만든다 한들 야간운항 문제는 도항선 회사 자체적으로 걱정할 일이지 행정이 '감놔라 배놔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배를 띄우는 것이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대한 역발상이 필요하다"며 "다리가 놓이면 배가 필요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가"라고 억울해했다.

결과적으로  '연륙교 건립'과 관련한 논의는 조금도 오가지 않게 되면서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걷고있는 형국. 주민들이 기대감은 시름으로 바뀐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