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단 카드, "꺼내놓고도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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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단 카드, "꺼내놓고도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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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해군기지 공사중단 검토, '약발'이 왜 적게 나타날까

지난 12일 야5당으로 구성된 국회 해군기지 진상조사단이 제주 현지조사에서 얻은 성과 중 하나는 '공사중단'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꼬일대로 꼬인 해군기지 갈등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공사 중단' 결정이 임박했음을 실감케 했다.

당일 진상조사단은 해군측과 우근민 제주지사에게 공사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공사가 중단돼야만 강정마을회와의 대화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공사중단 요청을 받은 해군측은 '나중에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미뤘다. 바로 한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직속상관인 해군참모총장이 "공사중단은 안된다"며 거절했던 것과 비교하면 입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했다.

같은 요청을 받은 우 지사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물으며 공사중단을 요청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일시적으로라도 공사중단 협조요청을 해달라는 주문에, "일시적 중단이란 말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이냐"고 대략적 기간을 반문했고, 조사단이 "1차 조사결과를 보고할 시점인 6월말 정도까지는 중단돼야 한다"는 답변에 우 지사는 "건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줄곧 '공사중단 거부' 입장을 고수해오던 해군이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인 것이나, 우 지사가 공사중단 시기를 어느정도로 잡으면 서로 수긍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 속에는 이미 이에대한 검토가 한참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장기간은 아니어도 '일시적'으로는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밝힌 대도민 담화에서도 우 지사는 정부와 해군측에 마인드의 전향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이번 공사중단 논의는 '시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이지, 어떻게든 중단요청에 따른 피드백은 해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러한 공사중단이 바로 강정마을 주민들을 논의 테이블로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정작 당사자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공사중단은 그 다른 것보다 최우선적인 요구사항이었던 것은 맞으나, '일시적 카드'로 활용하려 할뿐 해군기지 건설이 정당화되기 위한 선결조건들이 이행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하고, △입지선정이 적정해야 하며,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들어와야 하고,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어느 것 하나 수긍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15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시적 공사중단' 논의로는 갈등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공사중단 기간을 '1개월' 남짓 설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6월말까지 중단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12월까지 해군기지 주변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으면, 당연히 공사도 12월까지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중단되면 주변지역발전계획 수립 논의에 응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일시적으로 공사가 중단되더라도 발전계획 수립 논의장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인데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느냐"고 반문한 후, "우선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 지사는 '떡고물만 쥐어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언짢아했다.

공사의 확실한 중단과 함께,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해군기지 필요성 등에 대한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고,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 후에야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6월말까지란 기간 제안은 진상조사단이 먼저 언급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 '일시적 중단'만으로는 현재의 '답답한 형국'을 타개하는 결정적 기제로 삼기에는 역부족일 듯 하다.

해군과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큰 마음' 먹고 꺼내든 카드이기는 하나, 정작 당사자는 '생색내기 제스처' 정도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사중단을 한다면 어느정도 기간으로 가져 나갈 것이며, 또 중단된 기간에는 어떤 논의를 해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사전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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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2011-05-16 13:32:19 | 49.***.***.243
생색내기 제스처지 그럼 아니냐
공사 깔짝 중단하고 얼렁뚱땅 해보겠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