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미워하고 반목하던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외로운 이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전하게 하소서."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제주도내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은공을 기리는 법요식을 봉행했다.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온 가족이 찾아와 불공을 올린 가족단위 신자를 비롯해 "정성이 중요한 것"이라며 홀로 산길을 오른 신자 등이 각자의 사정을 품고 모였다.
직접 준비해 온 초를 대불상 밑에 켜놓은 고양생씨(65). 거센 바람에 촛불이 꺼질새라 조심조심 불을 켠다.
고씨는 "초가 곧고 곱게 타면 좋은일이 생기는 것이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라도 하면 안좋은 일이 생길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면서 "올해는 원하는대로 일이 풀리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웅전 앞에는 부처님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불자들이 줄을 지었다.
외도동에 살면서 어머니와 두 아들과 함께 관음사를 찾아온 이경주씨(38)는 "어머니를 모셔오는 것이 목적이기는 했는데, 아이들도 직접 와보면 느끼는 것이 많을 것 같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비 날씨에 조금씩 투덜대던 두 아들도 대웅전에 들어가서는 할머니를 따라 조용히 합장을 했다.
앞마당에는 연등이 걸렸다. 비가 거세게 내렸지만, 각자의 이름이 걸린 연등에 신자들은 소원을 담았다. '소원성취'라는 문구의 기왓장도 수북히 쌓였다. 많은 신자들은 '가족의 건강'을 소원으로 꼽았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양성언 제주도교육감, 김우남 국회의원을 비롯한 주요인사와 많은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관음사 마하야나 합창단 육법공양팀에 육법공양을 시작으로 반야심경이 봉독됐다.
윤두호 관음사 봉축위원회 부위원장은 봉축사에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은 번뇌와 무명에 얽매여 고통의 굴레에서 헤매는 중생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도 부처님같이 바르게 살기를 다짐하고, 나눔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웅산 원종 주지스님은 봉축법어에서 부처님의 생애를 다시 한번 되짚으며 "세상이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중생들의 가슴에 부처님의 말씀을 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님은 "제주가 세계의 섬으로 도래하고 있는데, 제주의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제주도민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관광객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천왕사, 원당사, 덕천사 등 제주도내 사찰에서도 법요식이 봉행되면서 온종일 불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