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스 합창단', 여성 합창역사를 새롭게 쓰기 시작하다 
상태바
'엘피스 합창단', 여성 합창역사를 새롭게 쓰기 시작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제2회 정기연주회이지만 완성도 높고, 구성 좋고, 수준 높은 엘피스 합창단 공연을 관람했다. 어제 2023년 8월 29일 화요일,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의 공연이었다. 지휘에는 이옥녀 선생님, 반주에는 김향숙 선생님이 고생하셨다.  
  
즐기면서 ‘노력’한 결과 가능성을 찾았던 엘피스 합창단, 그 가능성에 다시 ‘노력’을 추가하여 훌륭한 화음을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좋은 화음을 즐기게 된 단원들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였다. 많은 노력하셨음에 박수를 보낸다. 

단단한 합창단이었다. 조직력도 훌륭했다. 공연 전 리허설부터 관람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움직이는 “미소를 띠며 하는 의논 모습”이었다. 여느 프로 합창단 못지않게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조직력의 힘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음악이란 영혼의 공기 속에 음이라는 물감을 뿌려 만들어내는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학자가 있었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음과 화음이라는 물감으로 화목과 의지의 정신위에 그려진 콜라보였다. 엘피스 여성 합창단, 앙겔루스 남성 중창단, 자신감과 예술적 끼가 넘치는 훌륭한 젊은 바리톤 윤한성 성악가, 애월 어린이 합창단 등이 자기 역할을 하면서 어우러지는 공연을 하였다. 계속 눈과 귀를 움직이게 하는, 지루할 수가 없는 음악회였다.   
  
엘피스 합창단은 고급소리를 곱게 내어서 귀가 즐거웠다. 아마추어 합창단이 고급소리를 작으면서도 곱게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은 합창하시는 분들이면 누구나 아실 일이다. 엘피스 합창단은 무리하지 않고, 편하지만 고음도 차분하고 따뜻하게 처리해서 해결해내고 있었다. 아마도 여성관객들은 그 합창단 무대에서 같이하고 싶을 그런 느낌이 많았을 것 같다.    
  
탱고미사는 불가능할 듯한 남미의 리듬과 미사의 장엄함을 만나게 했다. 가사의 전달이 명확하니 화음이 들리고, 반도네온이 도와주니 리듬을 느낄 수 있었다. 반도네온은 제주사람들의 귀의 지평을 확 넓혀 주었다. 고맙습니다.
  
앙겔루스 남성 중창단은 최고였다. 매일 연습하는가?라고 의심할 정도로 전체와 부분, 균형이 완벽에 가깝다. 부러웠다. 구성원들의 음색도 다양함도 좋았지만 블랜딩은 더 남성 중창 답게 해주었다. 부드러운 남성성을 맘껏 드러낸 공연이었다. 선택한 곡들의 편곡버전도 보통 버전들과는 달라서 인상적이었다. 쉽지 않은 편곡의 곡을 맘껏 소화해낸 앙겔루스 중창단에게 찬사를 보낸다.       

애월어린이 합창단의 소리는 음악적이었다. 어린이의 밝음에 호소하면서도 음악적으로 다듬어진 소리였다. 미소의 밝음도 좋았고, 부지런히 입을 크게 벌리면서 리더하는 언니들의 모습도 참 좋았다. 막내들도 선생님의 뜻을 읽었는지 음악적 표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더 이상 고울 수가 없다.    
 
'수어’와 함께하는 합창에서는 낮은 곳으로 위치하려는, 봉사하려는 엘피스 합창단의 진정성이 보였다. 곡도 “인생”,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라는 곡이었다. “걸어온 길 뒤돌아보니, 나의 이야기 남아있고, 빛 바랜 기억과 흘린 눈물, 우리의 인생이라~~~~”엄숙했다. 이 스테이지는 필자를 성찰모드로 바로 안내했다.  
  
제주어와 함께 한 노래, “우리 어멍 어떵 죤뎐 살아신고”라는 곡은 오페라 한 편을 보는 듯 했다. 강문칠 선생님의 곡이었다. 각본을 쓸 줄 아는 분이 있으면 이 곡을 중심으로 오페라 하나 만들어도 성공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제주도 삶의 사연 속에는 남들이 알지 못할 아픔과 의지, 코믹과 낯설움 등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독창한 젊은 바리톤 윤한성은 의외로 참 여유로왔다. 현재 독일 유학 중으로 알고 있다. 부드러웠다. 프레이즈를 잘 구분하고, 잘 연결한다. 한국 선율 가곡(부른 곡은 신고산타령)으로 세계의 흥을 북돋을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즐기는 표정이니 관객도 행복했다. 곡에 대한 해석과 창의적 표현은 예술을 편집할 소양까지 있음을 보여주었다. 
  
콜라보는 훌륭하다. 누가 콜라보를 이끌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숙제이다. 제2회 엘피스 정기연주회는 “젊은 예술가들은 예술적 테크닉도 잘 갖추어야겠지만 예술가들 간의 콜라보를 구성하고, 이끌 사회적 소양과 네트워크의 소중함도 갖추어야 함을 생각게 해주는 연주회였다.”다음에 있을 엘피스 합창단의 즐거운 제3회 정기연주회를 고대하고 싶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