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아픔 서린 절벽에 박힌 암벽등반 시설물...도대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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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아픔 서린 절벽에 박힌 암벽등반 시설물...도대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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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곤을동마을 '안드렁물' 절벽, 암벽등반 체인.볼트 설치돼 훼손
주민들 "몰지각한 상황, 씁쓸해"...제주도 "즉각 현장 확인할 것"
ⓒ헤드라인제주
7일 오전 9시 제주시 화북1동 별도봉 안드렁물과 절벽 전경. ⓒ헤드라인제주

제주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하는 비극을 겪은, 잃어버린 마을 제주시 곤을동(현 화북1동). 

당시 주민들이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한 곳이면서도, 역사의 비애가 담긴 장소로 알려진 '안드렁물' 바로 앞 절벽이 현재 수모를 겪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이 절벽 곳곳에 설치한 암벽등반 시설물 때문이다.

취재진이 확인한 7일 오전 9시 제주시 화북1동 별도봉 해안가 안드렁물 절벽에는, 암벽등반 시 밧줄을 연결하기 위한 체인과 손잡이를 고정시키기 위해 암벽을 뚫은 볼트와 못 여러 개가 설치돼, 곳곳이 훼손된 상태였다.

옛 곤을동에는 화북천이 두 갈래로 나뉘어 흘렀는데, 이를 기준으로 안곤, 가운데곤, 밧곤으로 나눠 마을이 형성됐다. 이중 안곤 주민들이 생활용수로 사용하던 용천수가 '안드렁물'이고, 이곳 주변에는 아름다운 해안절벽이 형성돼 있다.

제주4.3 당시 불시에 들이닥친 토벌대에 의해 마을 주민들이 학살당하면서, 곤을동은 일명 '잃어버린 마을'로 불리게 됐고, 안드렁물과 절벽은 옛 마을주민들의 삶이 담긴 터이면서도 역사의 비극이 서려있다.

하지만 이곳이 지금은 암벽등반처럼 누군가의 단순 취미생활, 유희를 위한 장소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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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렁물 절벽에 설치된 암벽등반 시설물.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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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와 못으로 고정되어 있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안드렁물 뒤로 약 10m 정도 돼 보이는 해안절벽에는 볼트와 못 여러 개가 일정 간격으로 설치돼 있었다. 암벽 곳곳을 깊이 뚫어 단단하게 고정돼 있었으며, 상당히 녹이 슨 것으로 보아 수년 전에 설치된 것으로 예상됐다.

해안절벽 꼭대기쯤에는 체인 2개가 설치돼 있었다. 굵고 단단한 쇠사슬이었는데, 바람이 불면 흔들릴 정도로 크기가 상당했다.

이들 때문에 안드렁물의 전경은 매우 초라해 보였다. 단순 현장 보존의 문제를 넘어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인식하는 시민의식과 행정의 관리 방안 있어서 많은 씁쓸함을 남겼다.

이날 해안가를 산책하던 마을 주민 ㄱ씨는 "지금은 신세가 처량하기 짝이 없지만 옛날 어르신들 이야기 들어보면, (안드렁물이) 마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었다. 가뜩이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장소인데 동네 놀이터처럼 여겨지는 상황이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안드렁물 앞에서 만난 주민 ㄴ씨는 "고사리를 캐러 예전부터 이 근처를 자주 오곤 하는데, 저거(암벽등반 시설물)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던 거다. (행정에서) 처리한 걸로 알고 있지만 아직 저렇게 흔적이 남아있다"며 "가끔 보면 그냥 한숨이 나온다. 저건 정말 몰상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해당 장소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암벽등반 시설물을 설치한 사람을 찾아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주민들도 이곳에서 실제로 암벽등반을 한 사람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행정 당국은 즉각 현장을 확인해보고 관계 부서들과 협의한 후, 빠른 시일 내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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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설치된 체인. ⓒ헤드라인제주
암벽을 뚫고 볼트로 고정시킨 모습. ⓒ헤드라인제주
암벽을 뚫고 볼트로 고정시킨 모습.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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