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꺼진 바닥, 오수관까지 절단...피해보상은 말로만"
제주시 연동 모 호텔 신축공사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인근 건물주와 입주민들이 공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소음과 공사장 비산먼지는 물론, 건물 지반이 내려앉는 등 직접적인 피해까지 입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23일 찾은 호텔 공사현장.
이 현장과 마주 닿은 건물의 소유주인 고영훈씨는 푹 꺼진 건물 바닥을 가리키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반이 내려앉은 곳 아래쪽에는 오수 탱크와 파이프가 있는데, 시공사측에서는 '괜찮다'고만 하더라"면서 "아래 탱크가 있는 쪽은 안전진단도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공사장의 외곽가 3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고씨의 건물 1층을 살펴본 결과 바닥이 내려앉을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벽면과 바닥 곳곳에는 균열이 눈에 띄기도 했다.
공사가 시작된 후 이상징후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건물 바닥까지 꺼졌다는게 고씨의 주장이다.
고씨의 설명대로 내려앉은 바닥에는 오수 파이프가 있는데, 몇 달 전 바닥이 내려앉으면서 파이프가 절단됐음에도 방치해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로 인한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고씨는 "계속되는 공사 소음과 냄새 등으로 인해 1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건물 2층과 4층 베란다는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로 뒤덮여 창문을 열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4층 입주자들 중에는 야간에 일하고 낮에 수면을 취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에게 소음 피해를 호소한다"고 털어놨다.
공사현장을 살펴보면 건물 2층까지는 천을 둘러놔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조치했지만, 그 위로는 얇은 가림막 정도만 설치됐을 뿐 먼지가 날리는 것을 방지할만한 시설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 피해 보상은 '말로만'...수개월전 절단된 배수관 뒤늦게 복구약속
지난해부터 계속된 피해로 고씨는 시공사 측에 복구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오수관)파이프가 절단돼 복구해달라고 계속 요청했지만 묵묵무답이었다"면서 "몇 달이 지나고 이제야 복구를 해주겠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음으로 인해 식당 손님이 줄어들자 시공사는 '인부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서 매출을 올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4층 원룸도 2차례에 걸쳐 '인부들 숙소로 쓰도록 해서 피해를 없도록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모두 말뿐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호텔 신축공사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고씨의 건물만이 아니다. 공사현장 인근에는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비롯해 가정집과 식당 등도 있지만, 보상을 받은 것은 일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주상복합 아파트에는 보상을 해줬다고 하던데, 1층과 3층에만 피해보상 협약서를 써주고 2층과 4층은 나 몰라라 하고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제주시 담당부서에 민원을 제기하고, 지난달 담당자와 함께 시공사 측과 면담을 했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고씨는 "지난달 30일 서면을 통해 피해상황과 보상 등에 대한 내용증명을 시공사에 발송하고, 지속적으로 전화나 방문을 통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묵살됐다"면서 "제주시에도 민원을 제기했고, (시는)22일까지 답해준다고 했지만 아무런 연락조차 없다"고 말했다.
#"피해는 확인했지만 강제 보상은 안돼, 최대한 중재하겠다"
해당 공사장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시 건축민원과 관계자는 "피해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제주시가 강제로 보상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확인했었다"는 이 관계자는 "최근에 현장 담당자가 병원에 입원중이라 전화를 통해서만 잠깐 대화했다. 담당자를 불러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행정에서 민원을 처리하는데 직접 '얼마만큼 보상해줘라'라고 할수는 없다"면서 "당사자들끼리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행정은 최대한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 "소음과 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는 담당부서에서 측정하고 기준치를 넘으면 과태료 등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