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엄시민'으로 즐거워진 영어 습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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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엄시민'으로 즐거워진 영어 습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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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미경 학부모
학부모 김미경 씨.<헤드라인제주>

'들엄시민'은 제주어로 '듣다 보면'이라는 뜻으로, 영어를 사교육 없이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처럼 공부하게 해보자는 부모들의 모임이다.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이 4학년 2학기, 딸이 2학년 2학기 때 사례발표를 듣고 '들엄시민'에 합류하였다. 과거를 떠올리면 내가 했던 영어는 언어가 아니었다. 그냥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였다. 이런 실패한 영어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들엄시민을 선택한 건 당연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은 즐겁게 자막 없이 디비디 보는 것을 즐긴다. 나는 들리지 않으나 아이들의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안 들려하는 내게 조언까지 해준다.

"엄마 답답해도 계속 봐요. 영어가 한국어로 쏴악 번역이 되는 순간이 올거에요."
"엄마 이제는 영어가 우리말로 들려요"

아이들이 영화가 원본내용처럼 완벽하게 들린다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들린다고 생각하고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으니 희망을 가져본다.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가끔 p와 q, b와 d를 헷갈려할 때가 있다. 그러나 듣기활동이 쌓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단어를 외우지 않아도 소리를 들으면 비슷하게 써내려간다. 처음부터 단어를 달달 외우는 '공부'로 '학습'으로 접근하는 영어와는 전혀 다른, 저절로 영어가 '습득' 되어가는 과정이라 고 생각한다.

비동사와 일반동사 조동사 등 문법적인 용어들을 낯설어 하지만 문맥에 맞게 어떤 동사가 들어가야 하는지 감으로 이해한다. 이 역시 그동안 듣기활동으로 얻는 자연스러운 '습득'이 아닌가 싶다. 단어를 다듬어가고 문법을 다듬어가는 과정은 정규 영어수업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중학생이 된 아들의 하루는 여전히 여유롭다. 친구들이 영어 학원을 다니는 시간에 집에서 간식을 먹고, 뒹굴고, 보드게임을 하고, 책을 읽고, 디비디를 본다. 미래를 저당잡혀 숨 가쁘게 사는 하루가 아닌 그냥 오늘을 산다.

들엄시민은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아이들의 일상의 한 부분이며 내일도 계속 될 것이다.<학부모 김미경>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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