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실이 어째 보험사 영업소장실 같나?"
상태바
"교육감실이 어째 보험사 영업소장실 같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문 의원, 교육감실 정책과제 추진상황 '실적표' 힐난
"영업소도 아니고 실적 현황판이 왜?...교육정책 기조 전면수정돼야"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실에 내걸려 있는 '2011 주요 정책과제 추진상황' 현황판은 방문하는 교육가족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23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제주도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 현황판의 '추진실적'을 놓고 제주교육의 정책방향과 관련한 다른 시각의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이석문 교육의원의 제주교육 정책기조 전면 재수정 요구가 그것이다.

제주교육 정책의 현 실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석문 의원. <헤드라인제주>
양성언 교육감실에 걸려 있는 '추진 실적표'. <헤드라인제주>
그는 교육감실에 내걸려 있는 현황판을 예를 들며 현 제주교육의 현실을 꼬집었다. 현황판에는 2011년 주요시책과 역점과제, 특색과제 등이 정리돼 있고 매달 실적평가가 색깔별로 우수, 정상, 미흡으로 나눠 표시돼 있다.

이 의원은 "이 현황판만 보더라도 창의적인 것을 강조하면서 매우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보험사 영업소에나 있음직한 '추진 실적표'를 교육감실에 크게 걸어놓고 달마다 '실적 평가'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 상황을 점검하는 보험소 사업소장과 같은 교육감의 역할에서 학교 관리자들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문화 자체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또 "실적주의 문화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실적 쌓기에 동원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며 교육청의 정책기조가 바뀌어야 함을 역설했다.

이 의원은 "우수, 정상, 미흡 이렇게 표시된 추진상황표를 보고 학교장들이 받는 압력은 어떻겠느냐"며 "교육감실에 들려 현황판을 보고 압박감을 느꼈을 학교관계자들을 생각하면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소도 아니고 왜 현황판이 교육감실에 있느냐"며 "이래서야 창의적 인재가 양성되겠느냐"고 질타했다.

#"말로는 창의적 인재육성, '학교평가' 구태 답습"

이 의원은 이어 양성언 교육감이 신년사에서 글로벌 제주,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강조했으나, 과거를 답습하는 여러 행태의 행정 풍토와 경쟁을 강조하는 흐름은 지속되고 있는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과거를 답습하는 행정 풍토, 경쟁을 강조하는 흐름의 대표적인 예로 '학교평가'를 들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53개교를 평가 대상 학교로 정해 최우수, 우수, 양호, 기타 그룹으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최우수 학교(전체 10%)에는 교당 600만원, 우수(20%) 500만원, 양호(40%) 400만원, 기타(30%) 300만원의 평가보상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학교평가에 따른 보상금은 최고와 최저의 차이가 300만원에 불과하지만, 교장.교감을 중심으로 대다수의 학교가 학교평가에 올인하고 있다"며 "관리자들의 자존심 대결 문화로 과도한 경쟁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중심의 제주교육 현 실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석문 의원. 그의 앞에는 1m 높이의 학교공문 목록 서류철이 쌓여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실적중심의 제주교육 현 실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석문 의원. 그의 앞에는 1m 높이의 학교공문 목록 서류철이 쌓여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 감사장에 선보인 1m 높이의 학교공문 문서목록

이 의원은 이날 감사현장에 약 1m 높이에 달하는 문서를 감사장에 가져와 눈길을 끌었다. 이 문서는 제주도교육청이 올 1월부터 일선 학교에 파급한 공문 목록으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또 학교현장에 학교평가에 올인하고 있다는 근거로 직접 조사한 제주시내 동(洞)지역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통계 자료 등도 제시했다.

이 자료는 이 의원이 21개 학교의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 지난해와 올해 3월2일부터 10월31일까지 수업일수 155일을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다.

학교평가 대상학교 15개교의 주간학습안내를 제외한 가정통신문 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3541건의 가정통신문이 발송됐다. 지난해 2476건보다 1062건 많은 것으로, 43% 증가했다.

반면, 학교평가 대상이 아닌 학교 6개교의 경우 가정통신문 발송 건수는 25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만 증가했다.

이 의원은 "학교현장에서 '못 살겠다'고 하는 게 공문이 많고, 학교평가에 따른 행사가 많기 때문"이라며 "교사들은 제발 수업만 하게 내버려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구조 속에서 공문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청에서 사업을 대폭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평가대상 학교에서 수치가 증가한 것은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통해 알린 정보제공 건수가 학교평가 항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라며 "특히 가정통신문은 학교 자체행사 등을 알리는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어 실적 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실적주의 문화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실적 쌓기에 동원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며 교육청의 정책기조가 바뀌어야 함을 역설했다.

이 의원은 "교육감이 스스로 비교육적인 현 실태를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선언해야 한다"며 "학교평가 시 학교부담 최소화가 전혀 실현되지 않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및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 "가정통신문 발송이 학교평가와 직접적 연관은 없다"

이같은 지적에 고창근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은 "통신문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꼭 학교평가와 관련된 것만은 아닐 것"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박재형 정책기획실장은 "의원님의 지적이 맞다고 생각하고,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며 "그런데 학교주요 정책에 대해 가정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 꽤 있다"며 가정통신문 발송이 학교평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을 것이라 해명했다.

#"스스로 비교육적 현 실태 인정하고, '정책전환' 선언해야"

결론적으로 이 의원은 양성언 교육감이 스스로 비교육적인 현 실태를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선언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학교평가 시 '학교 부담 최소화'가 전혀 실현되지 않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및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교사들에게 실적을 요구하기보다 교육 본연의 활동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돼야 한다"며 "학교, 학생, 교사 간의 경쟁보다는 협력적 활동을 통한 상호 발전 문화가 조성돼야 하며, 학교 현장의 실적문화 근절과 간소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당한 준비 속에 이뤄진 이 의원이 이날 '송곳 질문'에 교육청 관계자들은 연신 쩔쩔 매야 했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