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언니' 러시아 여교수, "저도 이젠 제주 토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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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언니' 러시아 여교수, "저도 이젠 제주 토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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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25) 한라대학 관광러시아과 인나 교수의 제주생활
다문화가정 러시아 출신 여성에 '큰 언니' 역할 톡톡

몇년 전 모 방송국에서 주제별 이혼 케이스를 드라마화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부부 사이의 크고 작은 문제를 드라마로 보여주고 이를 조정해, 회복을 도모하는 내용이었다. 주 대상은 한국인이었다.

다문화가정이 점점 늘고 있다. 러시아 여성을 부인으로 둔 다문화가정도 마찬가지. 부부 사이의 크고 작은 문제들은 러시아 부인과 제주 남편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쉬무르지나, 인나 알렉산드로브나(43)는 제주에 거주하는 러시아 부인들의 말 못할 고민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큰 언니'가 되어주고 있다. 러시아 관광객들에게는 가끔씩 관광 가이드가 되어주면서, 제주를 알리고 있다.

인나 교수가 '큰 언니'로서의 제주 생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러시아 여성들 이혼율 높아...일자리-언어교육 필요"

인나는 제주한라대학에서 관광러시어과 교수다. 한라대학과 블라디보스토크 대학 간 자매결연을 통해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5년부터 러시아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있다. 1년 계약이 기본이지만, 6년 넘게 교수를 맡아오고 있다. 학생들에게 좋은 교수로써 지지와 사랑을 받아 왔다.

그녀는 러시아 남편과 결혼해 슬하에 딸을 한 명 두고 있는데, 나머지 가족은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전형적인 러시아 가족을 꾸리고 있지만, 오랜 제주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도내 러시아 결혼이주여성들의 고민.걱정과 함께 했다. 든든한 큰 언니가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몇년 전 우연히 상점에 들렀다가 러시아 여성을 만났어요. 제주 남편과 결혼한 여성이었는데, 그녀를 통해 다른 러시아인을 소개받고 또 소개받으면서 러시아 여성들과 관계를 넓혀 왔습니다."

제주한라대학 관광러시아과의 인나 교수. <헤드라인제주>
인나 교수는 "주위로부터 믿음과 사랑을 많이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받은만큼 베풀고 싶다"며 "할 수 있는 게 상담이나 위로 뿐이긴 하지만 그러한 관계를 맺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여성들이 가슴아픈 이별을 맞는 경우가 많다고. 문화적 차이고 크지만, 우리에게만 있는 제사 문화 등에 러시아 여성들이 적응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러시아 여성들이 제주로 시집오면 적응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들 나름대로는 한국 문화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도 이혼율이 높아 저도 유감스러울 때가 많아요."

그녀가 알고 지내던 수많은 러시아 여성 가운데 이제까지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단 한 쌍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콕 집어 밝히기는 꺼려했지만, 러시아 여성들이 원하는 생활과, 제주 남편들이 바라는 삶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러시아 여성 대부분은 시집을 간 뒤에도 자기 일을 가지고 싶어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제주 남편들은 러시아 부인이 가정 주부이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불화가 생기고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남편들이 러이사 여성에게 일할 여건을 마련해주고, 제주도 차원에서도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면 이혼율이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제주 남편과 러시아 부인 간 '언어 장벽'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인나 교수.

"어느 나라이건 마찬가지겠지만, 언어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부산의 한 부부는 한국 여성이 러시아어를, 러시아 남편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서로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그런데 제주에서는 그런 남편을 한명도 보지 못했어요. 제주에서도 그러한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러시아 관광객 유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인나 교수. <헤드라인제주>

# "부가가치 큰 러시어 관광객 유치 위해 통역원 보강해야"

제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녀답게, 제주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에 대해서도 그녀만의 생각과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 관광객에 대해.

"제주는 지금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혈안이 돼 있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러시아 관광객이 중국인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크다고 봐요. 러시아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료관광만 해도 제주는 이제 막 시작했지만, 이미 궤도에 오른 서울이나 부산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어요.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러시아 관광객들은 제주에 한 번 들르면 일주일 이상 오래도록 머무르면서, 중국인보다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한다고 했다. 또 그들은 제주 관광에 큰 만족을 느껴 또 찾아오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에게 적극 홍보한다고도 했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 관광객들이 부가가치가 크기 때문에 그들을 적극 유치하는 게 제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인나 교수.

"제주는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관광지나 편의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지만, 러시아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특히 러시아 통역인원이나 러시아 전문가가 매우 부족해요. 저도 가끔씩 가이드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

러시아는 우리와 언어와 문화, 전통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먼 나라'로 보인다. 그렇지만 비행기로 2-3시간이면 거뜬히 닿는 '이웃 나라'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우리에게 있어 진정한 이웃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큰 언니'이자,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인나 교수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통역=김신효 한라대학 관광러시아과 학과장,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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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국 2011-03-08 14:54:59 | 112.***.***.84
훌륭한 일을 하시는군요.러시아와 친목을 통해 다양한 문화적 접근을 했으면 하네요.관광 정책이 중국으로 치우친 느낌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