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새로운 변화' 외침...그러나 '새로운 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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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새로운 변화' 외침...그러나 '새로운 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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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결과와 과제] <2> 원희룡 당선자, 어떤 공약 제시했나
총론은 '변화'...각론은 '협치'로 "퉁"...도정정책은 '재포장'?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세대교체론'을 필두로 제주의 대변화를 예고하며 완승을 거둔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

"제주가 바뀝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선거기간 내내 그의 키워드는 '변화'였다.

당선이 확정된 후에도 "변화를 선택한 도민의 뜻을 받들어 하나된 제주를 만들고, 그 힘으로 새로운 큰 변화를 확실히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당선자의 선거공보. <헤드라인제주>

그러나 숨가쁜 선거국면이 끝난 후, 지난 선거기간을 되돌아보며 원 당선자의 핵심공약을 몇가지만 꼽으라면 이를 기억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선거기간 중 '세대교체론'과 '변화'의 큰 울림은 있었으되,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던 탓이다. 사실 이번 선거전에서 원 후보의 정책발표는 매우 인색했다.

제주경제를 지금의 2배 수준인 25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것과 제주해군기지 갈등문제 해결, 제주4.3문제 해결 공약 외에는 이렇다할 정책발표를 거의 하지 않았다.

거리유세도 거의 갖지 않았다. 도의원 거리유세장에 참석해 잠깐 인사말을 하는 방식만 취했고 선거혁명으로 자평한 '컨테이너 유세'는 간단한 인사말을 겸한 메시지 전달 수준이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후보는 지난 선거과정에서 18차례의 기자회견, 26차례의 보도자료를 통해 핵심공약을 발표했다. '정책의 달인'이라는 평에 걸맞게 거리유세장에서도 새로운 공약들이 이어져 나왔다.

하지만 원 후보가 정책발표에 소극적으로 나가는데다, 거리유세마저 하지 않으면서 이번 선거에서 '정책대결'이나 '유세대결'은 실종됐다.

◆ 난해한 도정현안, '협치'로 퉁쳤다?

그럼, 원 당선자의 이번 선거공약은 어떻게 짜여졌을까.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정책과 선거공보에서 제시한 '3.6.5 정책' 등을 종합해 볼 때, 핵심은 '협치(協治, Governance)'라 할 수 있다.

어떤 것을 하겠다는 공약이라기 보다는 도정운영시스템의 방법적인 측면의 내용이다.

원희룡 당선자의 선거공보에 실린 공약. <헤드라인제주>

원 후보가 '협치'를 처음 언급한 것은 출마선언 기자회견 때다. 그는 도민사회 통합을 강조하면서,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정신으로 도민의 참여와 협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원 후보는 이어 당선이 확정된 후 읍지역 마을투어에서 '협치'의 개념에 대해 "주민이 행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분야별 위원회에 도지사의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것"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이행방법을 언급했다.

원 후보는 "협치위원회에서 정책에 대한 논의는 물론 예산을 결정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행정의 실.국장.과장을 통해 집행되도록 할 것"이라며 "농정과 축정.수산, 도시재생, 복지, 전통문화 등은 협치위원회가 반드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치시스템을 통해 도정을 운영하고, 도지사는 갈등문제 해결과 중앙교섭, 제주의 이미지 가치확대를 위한 마케팅 분야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협치는 한마디로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로서의 시스템을 의미하는 듯하다.

원 후보는 선거기간 중 대학생들의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해 구체적 정책복안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나올 때마다 결론은 '공동정부'에 준하는 '협치'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것으로 답했다.

그러나 원 후보의 '협치'에 대해서도 실효성 담보 등의 의구심이 적지 않게 표출되고 있다.

이유는 '협치' 시스템이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줄곧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 내지 대책위원회, TF팀 등과 무엇이 다른지 확실한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현재 법률이나 조례 등을 근거로 해 설치된 각종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고,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민간참여 위원회나 TF팀이 구성돼 가동되고 있다.

이를테면 한중FTA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농민 대표자 등이 참여하는 FTA범도민대책위원회가 분과별 구성해 운영하면서 여기서 나온 내용은 정책화하고 있다. 쇼핑아울렛과 같은 문제가 있을 때에는 이해당사자 등이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결론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도정에서 추진할 생활속 민생시책을 결정하기 위해 각 분야의 민간이 참여하는 도민행복민생시책기획단이 구성돼 운영되기도 했다.

물론 위원회 결정에 있어 도지사의 의중이 반영되는 경우, '입맛대로' 위원을 위촉해 모양새만 갖추고 운영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어쨌든 외형적 틀은 협치와 비슷한 포맷이다.

차이가 있다면 현재의 시스템에서 도지사가 의지를 갖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담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협치와 같은 포맷이 구성되지 않아서 해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뾰족한 대안이 없거나, 참여한 위원들간 대립 등의 문제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져 왔다는데 있다.

난해한 문제에 있어, 도민들은 도지사에게 '답'을 바라고 있는데, 권한을 줄테니 협치위원회를 통해 '답'을 제시해 보라고 하는 것은 자칫 책임전가로 비춰질 소지도 있다.

협치는 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도정에 반영한다는 '열린 도정' 구현이란 긍정적인 기대효과가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이것이 지역현안을 푸는 절대적인 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 선거공보 공약 리스트...식상함 주는 이유는?

두번째, 선거기간 원 후보의 대화기법은 언제나 세세한 즉답을 할 필요가 없이 '협치'라는 말로 귀결이 됐다.

이런 때문인지 이번 선거기간 원 후보가 발표한 공약을 보면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을 각색한 부분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새로운 공약의 경우 구체성이 떨어지는 경우 많았다.

제시된 정책 중 가장 '통 큰 공약'은 3월16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밝힌 제주경제 규모 2배로 확대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원 후보는 "제주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제주의 경제규모를 현재의 12조 규모에서 25조규모로 5년 이내에 2배이상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원 후보의 사실상 첫 공약이었다.

하지만 이 공약은 이후 내용의 진전이 없었다.

원 후보는 경제규모 25조원의 실현가능성이 제기되자, 선거일 이전까지 구체화시켜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최초 설명한 수준에서만 다시 언급됐다. 선거공보에서는 이 '제주경제 25조원'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빠져있다.

이외에 그나마 구체성을 띈 공약은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이다. 제주해군기지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최초 입지선정에서부터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이 공약은 정작 강정마을 주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진상조사를 하는 방법이나, 진상조사를 한 후 문제가 있다면 원점재검토 등의 적절한 후속조치가 아니라 도지사 사과 등으로 매듭짓겠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선거공보에서 제시된 대부분의 공약은 '새로운'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원희룡 당선자의 선거공보에 실린 공약. <헤드라인제주>

세계제주인대회 추진을 비롯해 △마을단위 자치기구 활동 적극 지원 △항만안전 최종확인관제 도입 △미래 성장기반 무료와이파이 보급 확대 등이 눈에 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공약은 현재 진행되는 공약들이어서 식상함을 주거나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협치체제 구축'에서는 행정시장에 실질적 인사.예산권 부여,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마을단위 자치기구 활동 적극 지원 등이 제시됐다.

행정시장 인사.예산권 부여도 민선 5기 도정이 이미 행정시장 직선제가 무산된 후속조치로 조례를 통해 이미 마련됐고, 현재 핻정시기능강화추진단에서 세부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내용이다.

원 후보의 공약에서는 '실질적'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됐을 뿐이다.

정부가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과제에서 수용하지 않은 '곶자왈 공유화재단 특수법인화'이 포함됐거나, '관광진흥기금 확대와 제도개선'을 공약으로 넣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좀잡기 어렵게 하고 있다. 관광진흥기금의 경우에도 현 도정에서는 외국인면세점 수익금 환원 문제가 쟁점이었으나 이에대한 언급은 없다.

'한중FTA대책 적극 추진'이란 공약목록도 있으나 이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추상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관련 공약에서는 TV토론에서 언급했던 '6개 권역별 지역균형발전계획 수립'이 명시됐는데, 이는 2012년 위성곤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정된 지역균형발전 지원 조례의 5개권역에서 6개권역으로 재조정된 것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선거공보 각 페이지에 나열한 대부분의 공약들은 민선 5기 제주도정에서 추진 중이거나 비슷한 포맷을 재포장해 열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변화'를 모토로 내걸었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새로운 정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취임 전 '새도정준비위원회'(인수위원회)를 통해 민선 6기 정책비전을 어떻게 그려낼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원희룡 당선자의 선거공보 공약 더보기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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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잘 봤수다 2014-06-13 14:35:31 | 112.***.***.11
새로운 공약이 없으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같은 새도정준비위 한것 아니우???
제가 봐도 맹탕공약이 맞네 그려

궤변론 2014-06-10 06:48:13 | 175.***.***.116
궤변론자는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지 대의명분속에 더러운 욕망을 숨기고 ...34% 유권자의 소원과 바람을 이렇게도 어이없게 뭉갤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머리들이로다


한심2들 2014-06-09 21:49:55 | 183.***.***.64
현재 이만큼 원 당선인의 공약을 쉽고 알기쉽게 쓴 기사는 찾기 힘들다.직접 링크된 공약이나 살펴봐라 뭐가 있는지 ㅉㅉ

2014-06-09 20:06:43 | 122.***.***.2
밑에 댓글들 뭐래.....기사좀 잘들읽어보길!!! 원씨가내놓은 공약이야말로 모호하기 그지없는것들 투성인데요? 경제규모 2배이상 키운다 해놓고선 거기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대안책도 없다가 나중가선 슬쩍 묻어버리는게 댁들이 말하는 실효성있는 공약인가? 대책없이 말만 협치 협치....그거하나로 도정생활 다해먹을판이고만 어휴 ㅉㅉ 늘 다른시각을 제시하는 헤드라인제주 항상응원합니다

2014-06-09 15:44:42 | 39.***.***.61
이거 쓴 기자는 거리유세에서 뭔소리했는지 보기나해봤을까? 뭐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차때고 포때고 말하는구만.. 신후보가 정책통이라고?? ㅋㅋ 말도안되는 실현가능성 떨어지는 공약 제시하는게 니 눈에는 좋아보이디? 난 안그랬는데....먼저 될만한걸 제시해야되고 방향성이 있어야되는거야... 좀 곱씹어봐 당신이 구태한 선거판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것은 아닌지..그래서 저런 공약만이 공약처럼 보이는곤 아닌지..ㅉㅉㅉ

뭔소리야 2014-06-09 15:38:39 | 221.***.***.169
기자 니가 보기에는 그런수준이겠지.... 파격적인 공약이 필요했던것이냐?
아쉽겠구만 신후보가 안되서 ㅋㅋㅋㅋ

제가 보기에는 2014-06-09 13:41:02 | 175.***.***.116
공약 가지수 그래도 참 많네요
공약 만든 분들 수고했어요
민선 5기 정책 이어받으려는 의지 높이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