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건 운행"…제주 지역책임택시, 실효성 의문에 다급해졌나

3개월 시범운행 한다더니 한 달 만에 정책 변경…'지역책임' 취지 무색
택시 한 대당 월 최대 500만 원 지원에도 지역주민 이용 극히 저조
제주도, 구좌읍에서 조천·성산까지 운행 확대…일반 콜택시와 차별성은?

2026-11-02     윤철수 기자

민선 9기 제주도정이 교통 취약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도입한 '지역책임택시'가 실효성이 극히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운행 한 달 동안 택시 한 대당 하루 평균 1건 이용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제주도당국은 시행 한 달만에 운행지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 제도 도입 취지마저 스스로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0월 1일부터 제주시 구좌읍에서 시범 운영해온 '지역책임택시'의 운행구역을 이달 2일부터 조천읍과 성산읍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구좌읍 내에서도 기존 버스정류장과 병·의원, 학교 등으로 제한했던 목적지 규정을 없애 이용 범위를 넓혔다.

당초 12월 말까지 시범운행을 이어간 뒤 운영성과를 분석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시행 한 달 만에 운행구역과 운영방식 등 제도 전반의 틀을 사실상 바꾼 것이다.  

제주도는 이번 조치가 시범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주민 의견과 이용 현황을 반영한 것으로, 실제 생활권과 행정구역 간 차이로 발생하는 이동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구좌읍 내에서뿐만 아니라 병·의원이 밀집한 함덕·조천 지역도 자주 이용하지만, 지역책임택시는 구좌읍 내에서만 운행해 이동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변경된 내용을 보면 구좌읍에서 조천읍과 성산읍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운행구역을 확대하고, 기존 목적지 제한도 해제했다. 구좌읍에서 조천읍이나 성산읍으로 운행한 차량은 승객을 내려준 뒤 별도의 영업 없이 즉시 구좌읍으로 복귀해야 한다.

기존에는 버스정류장과 병·의원, 학교 등 지정된 주요 생활 거점을 중심으로 운행하도록 했지만, 11월부터는 주민이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목적지 제한을 완전히 없앤 것이다.

이와 함께 시간대별 이용 현황을 고려해 차량 배치도 조정했다. 오전 운행 차량은 기존 3대에서 4대로 늘리고, 오후 운행 차량은 7대에서 6대로 줄였다. 전체 운행 차량 10대는 그대로 유지한다.

10월부터

그런데 이번 지역책임택시 시범운행 계획의 갑작스러운 변경을 놓고 실효성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자 서둘러 내놓은 대책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책임택시는 민선 9기 공약인 '교통소외지역 이동권 보장 및 공공교통망 확충'을 이행하기 위한 첫 사업이다. 주민이 호출하면 인근에서 운행 중인 택시가 배차되는 수요응답형 방식으로, 민선 8기 도정 때 도입돼 현재 운영 중인 '옵서버스'와 유사하다. 이용요금은 일반 택시와 동일하다.

그러나 시범운행 한 달간의 실적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7일까지 지역책임택시 호출 건수는 총 447건으로 하루 평균 16.5건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배차로 이어져 운행이 이뤄진 것은 382건에 그쳤다.

하루 평균 14.1건꼴로, 운행 차량이 10대인 점을 고려하면 택시 한 대당 하루 평균 1.4건을 운행한 셈이다.

이처럼 저조한 이용 실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 시행 중인 '옵서버스'나 '당번택시'와 도입 취지가 유사한 데다 일반 콜택시와 비교해 뚜렷한 차별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일반 택시와 요금이 동일한 상황에서 굳이 지역책임택시를 별도로 이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운행 실적은 극히 저조한 반면 재정 투입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지역책임택시에 시간당 2만 원, 하루 8시간 운행 기준 최대 16만 원을 보장한다. 한 달로 환산하면 택시 한 대당 최대 5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실제 지급액은 해당 택시가 운행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이는 현재 읍·면지역에서 운영 중인 '당번택시'의 시간당 지원금 1만 원과 비교해도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향후 다른 지역으로 확대 시행될 경우 이용 실적과 정책 효과를 담보하지 못한 채 재정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제도 운영 성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실효성 확보 대책 마련보다 운행 범위 확대를 앞세우면서, 정작 '지역책임택시'의 도입 취지를 스스로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운행구역과 목적지 제한을 대폭 완화하면서 당초 교통 취약지역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정책 취지는 사실상 무색해졌고, 일반 콜택시와의 차별성마저 모호해졌다는 지적이다. 택시업계 내부에서도 제도의 실효성과 운영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고성표 제주도 교통정책과장은 시범운행 기간을 3개월로 설정했음에도 한 달 만에 운행지역 확대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 사업은 단기간에 종료될 제도가 아닌 만큼 한 달간의 실증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내년 추가 확대에 앞서 다양한 변수를 검증하기 위해 생활권을 넓혀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운영 예산은 당초 월 최대 500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택시 1대당 최대 500만원 꼴이다. 고 과장은 "월 5000만원으로 책정했으나, (택시 기사들이) 이용객에게 받는 요금 수입을 보조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인 만큼 실제 지원액은 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조한 이용 실적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도 제도를 고수하고 운행지역까지 확대해야 하는 정책적 당위성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지역책임택시'가 뚜렷한 차별성과 이용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채 재정만 투입하는 또 하나의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