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못 할 설문조사…'전용차로 방식'·'서광로 BRT', 왜 묻나?

방향 이게 맞나…목적도 모호..논란 빚는 제주도 BRT 설문조사
BRT 개선방안 찾는다더니…설문은 도민 선호도 확인에 치중
표본 구성도 논란…'버스 이용자 45% vs 자가용.상가 55%'
조사 목적도 의문...'양문형·섬식정류장' 폐지한다면서 왜 질문?
선호도 조사 결과, 다수의견 '권고안' 채택되면…수용할 의사 있나

2026-10-30     윤철수 기자

민선 9기 제주도정이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사업의 개선 방안을 담은 정책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자문단을 임의로 구성해 비공개로 운영하면서 ‘밀실 운영’이란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민 설문조사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한 설문조사라면서도 조사 대상 중 버스 이용자 비중이 절반에 못 미치는 데다, 조사 내용 역시 단순 선호도 확인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문의 핵심 항목인 ‘버스전용차로 추진 방식’과 ‘서광로 BRT 개선방안’에 대해 해당 질문을 설정한 취지와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서, 조사 목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민선

제주도는 제주형 BRT 정책과 관련해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책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설문조사는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30일부터 2주간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표본 대상자에게 BRT에 대해 설명한 뒤 의견을 묻는 방식이다.

정책자문단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도의원 면담 결과, 지역주민 의견 등을 종합해 11월 말까지 최종 권고안을 마련해 도지사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강민철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BRT 사업은 도민의 교통 이용과 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권고안이 제시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 계획은 조사 목적과 설계의 타당성 측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조사 목적과 방향성이 모호한 데다, 표본 설계와 문항 구성의 적정성 및 타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BRT 정책 기준점은?...'대중교통인가, 자가용인가'

우선 이번 조사를 왜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BRT는 버스전용차로와 편리한 정류소, 버스 우선신호 등을 통해 버스의 이동 속도와 정시성을 높여 대중교통 이용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이다.

제주도는 이번 조사의 목적을 ‘BRT의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는 지방선거를 전후해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양문형 버스와 섬식 정류장 폐지, BRT 전면 재검토 방침을 제시한 데 따른 공약 실행 차원의 성격이 크다.

그러나 설문조사 계획을 보면 개편 방향을 결정할 기준점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BRT 체계라면 대중교통 중심의 원칙을 우선하되 자가용 운전자의 불편은 부수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가용 이용자의 편의도 대중교통과 동등한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오히려 설문은 대중교통과 자가용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선호도를 묻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추진하는 BRT가 대중교통 이용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인지, 자가용 운전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인지조차 헷갈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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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본 설계 제대로 됐나...버스 이용자 45% vs 비이용자 55%?

표본의 구성만 보더라도 그렇다. 실제 조사 대상을 보면, 전체 표본 1000명 가운데 대중교통 이용자는 45%인 450명으로 설정됐다. 자가용 운전자 등 '대중교통 비이용자' 역시 45%(450명)로 동일하게 배정됐으며, 나머지 10%(100명)는 서광사로 상가 등 주변 이해관계자로 구성됐다.

제주도는 이러한 표본 구성의 이유에 대해 "객관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BRT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설문조사에서 대중교통 이용자의 비중이 자가용 운전자와 주변 이해관계자 등 나머지 집단의 비중(55%)보다 낮게 설정된 것은 조사의 목적성을 퇴색시키는 작위적 표본 설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집단별 인식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주변 이해관계자의 비중을 10%로 설정한 점을 고려하면 자가용 운전자 등 비이용자의 비중을 대중교통 이용자와 굳이 동일하게 배정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 같은 표본 구성은 집단별 인식 차이를 확인하는 데는 용이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도민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해석의 왜곡을 낳을 우려가 있다. 상가 등 이해관계자에서 자가용 운전자가 많다면, 대중교통 이용자는 과소표집되고 자가용 운전자 등 비이용자는 과표집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질문지 구성도 논란…단순 선호도 확인에 치중

정책자문단의 논의를 거쳐 마련했다는 질문지 구성도 논란이다. BRT 개선방향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의견을 묻기보다는 응답자의 전반적인 인식과 선호도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항목은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간 내 주요 이동수단 운전 또는 대중교통 이용 경험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정책 추진 방향 △버스전용차로 추진 방식 △서광로 개선방안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평소 이용하는 교통수단 유형과 BRT 구간 이용 경험 등 응답자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책 추진에 대한 인식이나 선호하는 방안을 묻는 내용이다.

우선 BRT 정책 추진 방향과 관련해서는 △BRT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성 △BRT 추진이 필요한 이유와 필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인식 등을 묻고 있다.

◇ ‘전용차로 방식’·‘서광로 BRT’, 묻는 이유는?
 
논란의 여지가 큰 문항은 버스전용차로 추진 방식과 서광로 BRT 개선 방식에 대한 선호도 조사다.

버스전용차로 추진 방식에 관한 질문에서는 △중앙차로에 양문형 버스를 이용한 섬식정류장 △중앙차로에 기존 버스를 이용하는 상대식 정류장 △도로 가장 우측에서 승하차하는 가로변 정류장 등 세 가지 방식 가운데 선호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서광로 BRT 개선 방식에 대해서는 △전체 구간을 상대식 정류장으로 변경 △전체 구간을 현행대로 유지 △전체 구간을 가로변 차로 및 정류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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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문형.섬식정류장 폐지한다면서...수용할 의사 있나

이 두 문항은 이번 조사의 핵심으로 꼽힌다. 문제는 단순 선호도를 묻는 조사 결과가 실제 정책권고안에 반영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제주도정이 이미 섬식정류장과 양문형 버스에 대해서는 사실상 폐지 쪽으로 정책적 결정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위성곤 지사는 섬식정류장은 교차로 간 거리가 짧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양문형 버스는 내년부터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문형 버스 제조사에도 내년 구매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설문의 핵심 문항에는 섬식정류장과 양문형 버스를 활용하는 현행 방식이 선택지로 그대로 제시돼 있다.

문제는 이들 문항을 설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버스전용차로 추진 방식은 단순히 도민의 선호도만을 바탕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기술적 검토가 수반돼야 하는 데다, 설문 결과를 도정이 실제 정책에 수용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현행 양문형 버스·섬식정류장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오더라도 이를 정책권고안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앙차로에 기존 버스를 이용하는 상대식 정류장 방식 역시 인도 폭이 줄어들고 가로수를 잘라내야 할 가능성이 있어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과거의 가로변 정류장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BRT 정책의 추진 방향과 부합하는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세 가지 방식을 제시해 도민 선호도를 조사하면서도, 그 결과를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고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서광로 구간의 개선 방식에 관한 문항도 마찬가지다. 섬식정류장과 양문형 버스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도민들에게는 다시 ‘전체 구간 현행 유지’를 비롯해 ‘상대식 정류장으로 변경’, ‘가로변 차로 및 정류장으로 변경’ 등의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도민 설문조사에 앞서 문항에 제시된 각 방안이 실제로 수용 가능한 대안인지, 설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할 의사가 있는지부터 도정이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단순한 참고자료로만 활용한다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응답한 도민들을 기만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한 학계 인사는 "다른 내용은 몰라도 서광로 구간 BRT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단순한 정류장 유형을 제시하고 선호하는 내용을 물을 것이 아니라, 섬식정류장을 철거하여 상대식으로 전환한다면 비용은 얼마나 들지, 상대식 전환 시 예전에 제기됐던 인도 축소나 가로수 문제는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검토와 전문가 진단을 받은 후 결정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BRT 사업 도민 여론은 이미 여러 언론에서 조사를 해 발표한 바 있지 않나"라며 "대안적 내용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고 도민 설문조사를 하고, 누가 참여했는지 공개도 하지 않고 임의대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정책자문단에게 권고안을 내라 하는 것은 무책임한 도정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자 출신의 A씨는 "여러 대안을 갖고 비교 검토한 후, 비용과 실현 가능성, 효과 등을 따진 후 정책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임에도 지나치게 도민 권고안에 집착하고 있다"며 "도민 의견을 받고 정책권고안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제주도의 입장은 정책결정의 책임을 도민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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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자문단 밀실운영 논란…“대표성·투명성 상실”

이런 가운데, BRT 정책을 둘러싼 제주도정의 ‘오락가락’ 행보와 정책권고안을 마련할 자문단의 ‘밀실 운영’을 비판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 당시에는 민선 8기 도정의 대표적인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며 폐지와 전면 재검토를 제시했지만, 민선 9기 도정 출범 직후인 7월에는 ‘숙의형 공론화’를 통한 정책 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9월 말 숙의형 공론화 방침을 철회한 데 이어, 10월 들어서는 정책자문단을 구성해 권고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자문단의 밀실 운영 논란도 불거졌다. 도민을 대표해 정책권고안을 마련할 자문단이 이미 지난 9월 임의로 구성돼 비공개로 운영돼 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투명성과 대표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권고안이 제시되더라도 그것이 '13명의 의견'인지, '도민의 의견'인지 모호해지는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대표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정책자문단 운영을 즉각 중단하고, 도민과 버스 이용자,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제주행동은 “갈등이 첨예한 BRT 사업의 변경 여부는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며 “행정이 임의로 구성한 자문단의 권고가 사실상 사업의 향방을 결정하는 방식은 도민의 참여와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자문단 구성과 운영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는 외면한 채, 목적이 불분명한 도민 설문조사까지 진행하면서 정책 추진의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