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님 만나겠으나"...고의숙 교육감, 인사권 협의에 '1년' 언급한 이유는?
조직개편안 부결 파장..."의장 만나 원만한 해결 합의점 모색하겠다"
"협의기간 1년 필요"...사실상 조직개편안-인사권 '분리 논의' 역제안
"도의회 인사권 독립" vs "교육감 소속 유지"...합의점 도출은 미지수
처리 시급한 조직개편안...'분리 논의' 제안된다면, 도의회 선택은?
고의숙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취임 이후 처음 추진된 조직개편안이 제주도의회에서 부결된 뒤 교육계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이어지는 등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 교육감이 조직개편안 부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도의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4급)의 소속 변경 논란과 관련해 도의회와 협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사실상 이번 조직개편안과 '분리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해석돼 의회의 입장이 주목된다.
고 교육감은 27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열린 공약실천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교육전문위원 인사권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고 교육감은 "조속한 시일 내에 송영훈 의장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원만한 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위원 인사권 문제와 관련해 도의회와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읽힌다.
고 교육감은 지난 23일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조직개편안과 관련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모두 부결된 데 대해 "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아이들과 도민들의 삶을 짊어진 교육감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또 "제주 교육과 제주의 미래를 바라보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교육감의 책무이나, 결과적으로 그 책무를 이행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렸다"며 "도민과 교육공동체에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 교육감이 조직개편안 부결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조례안 표결에서 반대·기권표가 압도적으로 나온 배경으로 교육감과 도의회 간 '소통 부족' 문제가 크게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본회의에서 하성용 의회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직접 반대토론에 나서 "의회가 제기해 온 문제에 이렇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청이 조직개편과 관련해 도의회가 제시한 내용에 대해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하 위원장은 "제13대 의회 출범 이후 도의회는 의회의 조직과 독립성에 직접 관련된 사안인 교육전문위원실의 소속과 인사권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교육청에 의견을 제시해 왔다"며 "그런데 교육청은 그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교육위원회에만 설명하고 조직개편안을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에게도, 의회 운영과 사무처 조직을 소관으로 하는 운영위원회에도 사전 설명이 없었다"며 소통 채널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또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 설명하는 것만으로 의회 차원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설명과 협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의회의 의견을 어떻게 검토했는지, 왜 이번 개편에서 다루지 않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의 반대토론이 끝난 후 진행된 표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찬반이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행정기구 설치 조례안은 재석의원 41명 중 찬성 4명, 반대 28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공무원 정원 조례안도 찬성 5명, 반대 28명, 기권 8명으로 부결됐다.
고의숙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조직개편 관련) 조례안 처리 과정에서 송영훈 의장님을 비롯한 의원님들과 소통과 협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표결 결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 교육감은 그러면서도 인사권 논란으로 조직개편안 자체가 부결된 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고 교육감은 "조직개편안은 교육감 당선 후 4개월 동안 인수위원회와 도민·교육공동체의 땀과 노력, 지혜가 민주적으로 모인 합의의 결과"라며 "우리 교육청 직원들은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밤을 새우면서까지 노력과 헌신을 다했지만, 결과는 부결이라는 아픔이었다. 이 역시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이어 "조례안 부결로 인해 나타날 학교 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회와 더 긴밀하게, 정성을 다해 협력하며 지금의 난국을 풀겠다"고 밝혔다.
◇ 도의회 "전문위원실은 감시·견제 역할 뒷받침하는 의회 지원조직"
고 교육감이 송영훈 의장을 직접 만나겠다고 밝히면서 인사권 관련 기관 간 협의는 조만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도의회와 교육청 간 입장 차가 크게 나타나면서 합의점이 원만하게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의회는 인사권 독립의 취지에 맞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도 다른 상임위원회 전문위원과 마찬가지로 도의회 의장이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현재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임용권은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지방의회 의장으로 이관됐다. 다만 조직권은 부여되지 않아 기관 간 '전출·전입' 방식으로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의회 8개 상임위원회 소속 전문위원 중 7명은 도의회 의장이 직접 임용하고 있다. 반면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은 교육청 소속으로, 교육감이 직접 임명하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의회 지원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도의회 의장이 임명하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성용 위원장은 "교육전문위원실의 독립성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전문위원의 소속 변경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교육전문위원실은 교육청이 제출한 조례와 예산을 검토하고, 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며, 의원들의 감시와 견제를 뒷받침하는 의회 지원조직"이라며 "그런 조직의 인사권을 견제 대상인 교육청이 행사하는 구조가 과연 바람직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미 서울, 경기, 경남, 전북 등 다른 시·도의회에서도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실을 의회 인사체계 안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국 16개 시·도의회 교육 관련 전문위원에 대한 인사권을 보면, 서울과 대구, 경기(교육행정위원회), 전북, 경남 등 5곳은 의회에서, 나머지 11곳은 교육청에서 발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단체 등에서 교육 전문성 문제를 들어 교육감 소속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교육 전문성은 전문인력 선발과 교육청과의 인사교류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면서 "그런 만큼 독립성과 전문성을 함께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육계 "교육 전문성 약화 우려…교육감 소속 유지해야"
반면 교육계는 교육자치 훼손과 교육 전문성 약화 우려를 들며 현행대로 교육감 소속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제주교총은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은 교원 정책과 교육과정,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회의 교육 관련 심의를 지원하는 자리"라며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현행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제주지부도 "교육전문위원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교육·학예 사무에 대한 의회의 전문적인 심의와 견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제한 뒤, "소속 변경으로 교육의 전문성과 자치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며 소속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고 교육감 "의회 입장 공감하나, 1년 협의 시간 필요"…'분리 논의' 역제안?
반면 고의숙 교육감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1년'이란 시간을 언급해 주목된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고 교육감은 "제가 교육의원으로 일할 때 의회 입장에서 인사의 독립성이나 의장 소속으로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교육의원 일몰 이후 의회가 어떻게 교육자치 방안을 마련할지에 대해 고민했고, 그 방안으로 교육자치 특별위원회를 통해 노력도 했다"고 피력했다.
이어 "전문위원 문제는 한 명의 서기관과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인사 문제를 넘어, 20년간 유지돼 온 교육자치와 관련한 의회 구성에 대한 제도 개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교육의원 활동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을 절실히 마련하지 못한 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교육감으로서 이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데, 의회 입장에서 인사의 독립성이나 의장 소속으로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인사권 문제와 교육의원 일몰후 대안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고, 교육 주체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의회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나, 조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의회에) 말씀드렸었고, 지금도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논의 기간에 대해서는 "적어도 제13대 의회가 출범하고 1년이 될 때까지는 합의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의회와의 소통 과정에서 기한은 앞당겨질 수 있다. (도의회에) 이런 뜻을 전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연내 처리 필요한 조직개편안...'분리 논의' 제안한다면, 도의회 선택은?
고 교육감의 입장을 정리하면, 의회에서 제기하는 인사권 독립 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교육 주체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며, 협의 과정에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의회와의 협의에도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조직 개편을 내년 1월 시행하려면 도의회의 연내 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년이라는 시간을 언급한 것은 조직 개편안 처리와 인사권 협의를 분리해 진행하자는 역제안으로 읽힌다.
고 교육감의 '적극적 협의' 의지 표명에 일단 반색하고 있는 도의회. 그러나 분리 논의가 실제로 제안될 경우 도의회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