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흔드는 불안 : 극단 세력에게 민생의 자리를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
[지역, 보다!] (15) 송영신 / 한국지역혁신연구원 연구위원(기획연구실장)
유럽 곳곳이 시위, 방화, 약탈로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9월에 시작된 프랑스 파리 교외 고등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로부터 시작되어 고물가와 교육비 상승, 공공부문 긴축 재정에 대한 불만으로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지에서 상점을 약탈하고, 자동차를 방화하는 등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이런 격렬한 시위는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스페인 등 이웃 유럽 국가에도 확대되었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프랑스 리모주(Limoges)의 143년 된 시청 건물에 방화 사건이 일어났고, 불과 일주일 만에 파리 근교에서 이민자를 노린 총격 사건으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당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상황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서 특정 대상을 향한 테러로 비화 되고 있다.
이 틈에서 더욱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은 극단 세력이고, 특히 극우 성향의 집단 및 극우 정당들이다. 사실 언제나 극우주의자들은 존재하였으나, 국가 내부적인 상황이 악화될 때, 고개를 더 내미는 것이 바로 극우 세력이다. 20세기 초 파시즘과 나치즘도 그랬고,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국민(시민)들의 불안한 정서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10여 년 전 유럽은 난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고조되면서 극우 집단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미 극우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영국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노동당과 제1야당인 보수당이 몰락하며 우익 성향의 ‘영국개혁당(Reform UK)’이 약진하며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포르투갈은 2019년 창당한 극우 정당인 ‘셰가(Chega)’가 의회 세력을 키우면서 2025년 조기 총선에서는 제1야당을 차지했다. 이탈리아는 2022년 총리로 선출된 조르자 멜로니가 연속 집권하며 극우 성향 정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Fdl)’이 집권하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마크롱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파가 집권하고 있으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마린 르펜의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 독일 역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하 독일대안당 : AfD)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설립된 신생 정당인 독일대안당은 2013년 연방의회 선거(Bundestagswahl)에서 4.7%의 득표율을 보이며 연방의회에 진출했고, 이듬해 2014년에는 유럽의회에서 7.1%의 득표율을, 몇몇 독일 주의회 선거에서도 민족 보수주의자들과 우파 포퓰리스트 당원들의 합세로 점점 세력을 키워왔다. 결국 독일대안당은 2025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수의 23.81%를 차지했고, 올해 9월 작센-안할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먼 주의회 선거(Landtagswahl)에서 각각 43.8%, 38.2%를 차지하며 다수당이 되었다. 이전의 3월 바덴-뷔템베르크와 라인란트-팔츠 주의회 선거와 9월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도 독일대안당은 2021년도 선거 대비 각각 9.1%, 11.2%, 7.2%의 득표율이 증가하였다.
극우주의 또는 극우 정당이 선거에서 내세우는 정책은 이민자 반대, 외국인 복지 제한, 관세 인상, 세금 감면 등 자국민 중심의 민족주의적이고 다양성에 대한 배타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공약들은 결국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상의 안정을 위한 생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번 프랑스 발 학생들의 시위는 시민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교육, 경제, 치안 등에 대한 정상화 요구이다. 그동안 서민과 중산층의 누적된 분노가 터진 것이다. 집권 정부의 국가 운영 기조와 방향이 국민 개인 생활에 미치는 긍정적인 체감도와 효능감이 낮을 경우, 국민은 대안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극단 세력의 주장이 그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극단적 집단의 득세가 전 세계의 평화를 깨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미루어 알 수 있다.
독일 지상파 방송 ARD(제1공영방송), ZDF(제2공영방송)와 같은 채널에서는 심야시간대,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20세기 초 독일 역사에 대한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주로 2차 세계대전, 나치즘, 독일 통일 등에 대한 내용이다. 흑백 영상이라 시각적으로 그리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번 비슷한 내용이라서 색다른 흥미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새로운 사실을 전달하는 신선함도 없어 시청자에게도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주 반복해서 동일한 내용을 계속 방송하는 걸까? 굳이 자랑스럽지 않은 자국의 흑역사를 반복하여 방영하는 이유는 시청자에게, 온 국민에게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라고 외치는 일종의 몸부림 같아 보인다.
이번 주말에는 독일 20여 개 도시에 학생들의 집회가 예고 되었다. Z세대를 중심으로 모인 학생단체 ‘Z세대가 일어선다(Gen Z regelt ; Gen Z steht auf)’는 범정당, 평화적 시위를 표방하며 교육·복지·의료·문화에 대한 긴축 정책, 물가 상승, 불공평한 분배, 징병제 등의 문제를 가지고 거리로 나올 예정이다. 폭력과 극단주의를 배척한다는 이들의 입장과 같이 부디 이번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되고, 정치권이 학생과 노동자, 시민들이 외치는 민생의 어려움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송영신 / 한국지역혁신연구원 연구위원(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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