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 '10월 중 출범' 예고에도…논란은 여전
[초점] ‘갈등조정협의회’ 운영 계획에 쏠리는 우려의 시선
위원 구성 최대 과제…찬성 측 불참 땐 ‘찬반 모두 배제’?
참여해도, 불참해도…결정적 의결권 쥔 ‘조정위원 7명’ 인선은?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달 중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협의회 위원 구성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갈등조정협의회 구성 논의는 지난 14일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가 제12차 전체회의에서 ‘(가칭) 제주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 구성 및 운영계획(안)’을 의결하면서 본격화됐다.
제주도는 10월 중 협의회를 출범시켜 내년 1월까지 도민 의견 수렴 방식을 결정하고, 2월에는 도지사에게 논의 결과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어 3∼5월 도민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 수렴을 준비한 뒤, 6월 도민 의견 수렴을 실시하고 7월 그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의견 수렴 방식으로는 주민투표나 숙의형 공론화,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
◇ 단순 '룰' 만드는 기구로 역할 축소...이유는?
이번 갈등조정협의회는 ‘제주도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구성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 9월 8일 발표한 ‘제2공항 갈등 해소 3대 방침’ 가운데 첫 번째 단계다. 3대 방침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 즉시 중점평가사업 지정 및 갈등조정협의회 구성 △주요 쟁점에 대한 전문기관 교차 검증 △도민 의견 수렴이다.
제주도는 당초 환경부 예규에 따라 중점평가사업 지정과 함께 구성되는 ‘환경영향조정협의회’를 별도로 구성하지 않고, 해당 협의회의 기능과 역할까지 갈등조정협의회(도 조례)가 겸하도록 하는 통합 운영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단순히 도민 의견 수렴 방식을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발표 전에는 항공 수요와 주민 보상, 상생 대책 등 종합적인 쟁점을 다루며, 초안 발표 후에는 환경영향조정협의회의 지위를 겸해 환경 검증까지 맡는다는 ‘포괄적 역할론’을 제시했다.
◇ “법적 문제 없다”더니…법률 자문 7명 중 3명만 ‘문제없다’ 의견
그러나 이러한 도정의 구상은 적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주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면밀한 법률 검토도 없이 발표부터 했던 사실이 드러나 행정 신뢰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
실제로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미래경제산업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황국 의원(국민의힘·용담1·2동)과 이창흠 제주도 기후경제부지사의 질의·답변 내용을 종합하면, 제주도 내부에서 진행한 법률 자문에서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고문변호사를 포함해 7명으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당초 제주도가 구상한 갈등조정협의회 운영 방안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자문위원은 3명에 그쳤다. 나머지 4명 가운데 2명은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고, 2명은 조건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구상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도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갈등조정협의회를 ‘단순한 자문기구’ 또는 ‘의견 수렴을 위한 룰을 만드는 기구’로 규정하며 역할과 기능을 대폭 축소해 설명한 것은 이러한 적법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협의회와 도 조례에 근거한 협의회를 각각 구성·운영하겠다는 의미다.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안을 한 차례 심의 보류했던 사회협약위원회가 지난 14일 최종 의결한 데에도 제주도정이 협의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당초 방침을 철회하면서 법적 근거 논란이 해소될 여지가 생긴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회협약위원회는 갈등조정협의회의 역할에 대해 “제2공항 사업의 찬반이나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주요 쟁점을 도민과 공유하고, 의견 수렴에 필요한 방법과 숙의 절차를 협의한 뒤 그 결과를 도지사에게 전달하는 것’을 핵심 역할로 제시했다.
기존의 두 협의회 통합안이 철회되고 ‘이원화 체계’가 제시되면서 법적 근거 논란은 일단락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 찬성측 불참하며 '찬반 양측 모두 배제'해 구성한다?
그러나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이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제주도와 사회협약위원회가 제시한 내용을 종합하면, 협의회는 이해관계인 4명 내외, 조정위원 7명, 관계 공무원 2명 내외 등 총 13명 내외로 구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이해관계인 4명은 찬성 측과 반대 측, 공항 예정지 마을 주민, 미래세대 등에서 위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2공항 찬성 측이 민선 9기 도정이 제시한 ‘갈등 해소 절차’에 강력히 반발하며 불참할 뜻을 밝히고 있어 이해관계인 선정이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창흠 기후경제부지사는 지난 15일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양경호 의원(더불어민주당·노형동 갑)이 찬성 측의 불참 입장이 이어질 경우 대안을 묻자 다른 대안도 검토할 수 있음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부지사는 “목표는 모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도 “(찬성 측이 불참한다면) 아예 찬성과 반대 측을 모두 제외하는 부분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나,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이라며 설득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발언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찬성 측과 반대 측을 모두 배제할 수 있다는 언급이다.
그러나 ‘찬반 양측 모두 배제’라는 대안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지방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11년째 이어져 온 제2공항 현안을 두고 도민들이 저마다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찬반을 초월한 중립적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3분의2 의결권, 결정적 역할 '조정위원 7명' 구성은?
여기에 조정위원 7명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제주도는 13명으로 협의회를 구성할 경우 관계 공무원 2명을 제외한 11명에게 의결권이 주어진다고 밝혔다.
조정위원 7명은 국무조정실이 지정한 갈등관리연구기관 5곳에서 추천한 전문가 가운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의사결정은 위원 전원의 합의를 우선하되, 합의가 어려울 경우 재석 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의결한다.
이에 따라 의결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조정위원들이 제2공항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될지도 주목된다.
위원 구성도 쉽지 않은 과제지만, 설령 찬반 양측의 참여로 협의회가 원만하게 구성되더라도 운영 과정에서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결 요건을 3분의 2 이상 동의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찬반 양측에서 각각 2명이 참여해 대립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어느 한쪽이 제안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8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찬반 측에서 2 대 2로 팽팽히 맞서는 경우에는 조정위원 7명 중 최소 6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에 따라 협의회가 구성되더라도 3분의 2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의안 통과가 어려워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 "선거때 공약 제시해놓고...왜 원점에서 의견수렴?"
제주도의회에서 갈등조정협의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크게 표출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이다. 선거 당시 ‘주민투표’ 또는 ‘숙의형 공론화’를 통한 갈등 해소를 공약으로 제시했음에도,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도민 의견 수렴 방식을 원점에서부터 정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한 도의원은 “원점에서 논의하기보다는 도지사가 결단을 내려 주민투표나 숙의형 공론화 등에서 하나의 도민 결정 방식부터 정한 뒤 절차를 진행하는 게 순리 아니나”며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선거에서 당선됐는데, 왜 원점으로 돌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찬성 측 불참해도, 참여해도...갈등조정협의회, 딜레마에 빠지나
결국 갈등조정협의회의 10월 중 출범 목표는 제시됐지만, 위원 구성 단계부터 난항이 우려된다.
제주도정이 스스로 제시한 ‘3단계 프로세스’가 오히려 딜레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찬성 측이 불참하면 ‘반쪽 협의회’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그렇다고 찬반 양측을 모두 배제하는 방안을 선뜻 선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찬성 측이 불참해도 문제이고, 참여하더라도 원만한 운영을 장담하기 어려운 난관에 놓인 셈이다. 갈등 해소를 목표로 추진되는 갈등조정협의회가 실제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 도민사회의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