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앞선 제주도 'K-컬처' 국비 전략...알고 보니 계획도 '빈통'

국비 건의 'K-아레나' 조성사업, "구상만 하고 계획은 전무"
정부 '기존사업 중복.전국공모' 이유 제주도 제안 불수용
제주도의회, 자료 제출 요구하자..."관련자료 없다" 황당 회신

2026-10-07     윤철수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 국비 확보전략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제주 케이(K)-팝 아레나 공연장’ 건립 사업과 관련해, 기본적인 자료 준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속 빈 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총사업비 5000억원, 최대 2만5000석 규모의 공연장 구상을 내놓았지만, 구상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관련 자료는 대부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아레나 공연장 건립 사업은 지난 3월 말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도 타운홀 미팅을 계기로 후속 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타운홀 미팅 직후 열린 제주도의 후속 대책회의에서 당시 오영훈 지사는 “대규모 K-팝·공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3만 명 이상 규모의 아레나 시설 확보 방안도 다양한 방식을 열어두고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계기로 제주도의 K-컬처 아레나 구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어 민선 9기 도정 출범 이후인 지난 7월 31일, 위성곤 지사 주재로 열린 ‘2027년 국비 확보 전략회의’에서는 타운홀미팅에서 발표된 후속조치 사업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이날 회의에서 제주도는 2027년도 국비 확보 전략에 타운홀미팅 후속조치 사업으로 △4대 과기원 연합캠퍼스 조성 △제주형 공공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제주 생활 속 에너지 전환(P2H) 사업 △전기자동차 민간 보급 △제주 K-팝 아레나 공연장 건립 등 5개 사업을 포함했다.

이후 제주도는 ‘K-컬처 아레나’ 사업으로 사업 규모를 구체화해 정부에 정식 건의했다. 총사업비 5000억원을 투입해 최대 2만5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조성하고, 2033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K-컬처를 K-팝과 드라마를 넘어 콘텐츠·공연·푸드·뷰티·패션·관광 등을 아우르는 산업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시장 규모 400조원, 수출 1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제주도는 이 같은 정부의 K-컬처 육성 방향과 연계해 ‘K-컬처 아레나’ 사업을 건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사업에 대해 기존 추진 사업과의 중복 가능성과 전국 단위 공모가 예정돼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의 '불수용'보다 제주도의 준비 부실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봉현 의원(아라동 갑)은 제주특별자치도 관계부서에 'K-아레나'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사실을 공개했다.

제주도가 제출한 자료에서 K-컬처 전담부서는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전담기관은 제주콘텐츠진흥원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관련 계획은 영상·문화콘텐츠 중심에 머물고, K-컬처 산업의 별도 성과지표 자료는 ‘해당 없음’으로 표기해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구상과 내부 검토보고서, 용역계획, 후보지, 객석 규모 및 사업비 근거 자료, 국비 확보방안, 민간투자 검토자료 등에 대한 자료도 요청했으나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황당 회신'은 준비 부실에 주먹구구식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에 공식 건의까지 했던 '제주 K-컬처 아레나’ 사업, 내용은 '빈통'이었을 드러낸 것이다. 

K-컬처

김봉현 의원은 이날 감사에서 박천수 행정부지사에게  K-컬처 산업전략 부재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다. 

그는 "5000억원과 2만5000석이라는 숫자부터 정부에 던져놓고 이제서야 검토를 시작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제주도정의 부실준비를 질타했다.

또 “건물부터 정하고 콘텐츠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산업전략을 먼저 정하고 그 전략에 필요한 인프라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산업전략부터 다시 짜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K-아레나 5000억원 신축안의 추진 여부와 기존 공연시설 개선과의 관계, 정부 공모 대응방안을 다시 정리해 의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박 부지사는 "K-컬처 관련 기능이 여러 부서에 산재해 있는 만큼 TF와 협의체를 구성해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금년 말 조직을 다시 살펴 관련 정책과 사업을 예산에 어떻게 담아낼지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관련 용역 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을 토대로 (K-컬처 아레나) 제주 유치 가능성을 검토하고,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