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RE100 달걀' 생산 안착...애월아빠들의 성공 비결은?
애월아빠들 김봉현 대표가 전하는 RE100 '지구란' 탄생 배경
"지구란, 동물복지 인증에 친환경 가치를 더한 프리미엄 제품"
"가격 비싸다? 쉽지 않은 소비자 유통과정...지원금보다 '사 주는 곳' 중요"
국내 최초로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해 생산한 이른바 ‘RE100 달걀’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던 제주 ‘애월아빠들’이 18일 성공 비법을 공개했다.
제주에서 산란계 농장들을 운영하는 제주웰빙영농법인의 브랜드 ‘애월아빠들’의 김봉현 대표는 이날 제주시 썬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김 대표는 ‘RE100 적용 제주 사례, 애월아빠들의 성공 비법’을 주제로 강연하며 재생에너지 도입 과정과 실제 농장 운영에 적용한 경험 등을 소개했다.
애월아빠들이 재생에너지 100%를 활용해 달걀을 생산·판매하기까지의 과정과 이를 통해 얻은 성과 등을 공유하며 농업 분야의 에너지전환 가능성을 제시했다.
애월아빠들은 2024년 RE100 달걀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20여 개 농장 가운데 제주시 구좌읍 소재 농장과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농장 등 2곳을 재생에너지 100% 체제로 전환했다. 전력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태양광·풍력 발전 등으로 생산된 전기를 구매했다.
그렇게 출시된 RE100 달걀이 바로 ‘지구란’이다. 지구란은 2024년 12월 26일부터 제주도 내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지구란’은 동물복지 인증에 친환경 가치를 더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가격은 일반 영양란과 1등급 계란보다는 비싸지만 기존 프리미엄 계란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전기는 녹색프리미엄 요금제가 적용돼 일반 전기요금보다 높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애월아빠들은 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며 RE100 적용을 서둘렀을까.
품질이 우수한 달걀을 생산해 온 애월아빠들은 회사 운영의 철학으로 △아빠의 마음 △제주의 가치 △믿을 수 있는 먹거리 등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해 왔는데, 여기에 ‘녹색 프리미엄’을 추가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구를 생각하는 전기, RE100이다.
김 대표는 “제주는 전력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나, 출력제어의 문제가 있다”며 “만든 전기를 쓸 데가 없어서 바람이 아주 잘 부는 날, 풍력발전기를 일부러 세워 두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 부족한 건 (재생에너지) 공급이 아니라 수요”라고 전제한 후 “그래서 제주에서 RE100은 착한 캠페인이 아니라, 섬의 전력 문제를 실제로 푸는 방법”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RE100 달걀 생산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100을 실현하는 5가지 방법 중 ‘녹색프리미엄’ 전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추진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솔직하게, 쉽지 않았던 것들을 설명하자면, 녹색프리미엄 전기는 일반 전기보다 비싸고, 그 차액은 회사가 부담하게 돼 돈이 더 든다”고 했다.
달걀 생산비용이 높아지는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계란 10구 가격이 1만 원 정도인데, 계란값 올리려는 핑계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계란 10구 가격을 비교해 보면 일반 영양란은 보통 3300원, 1등급 계란은 4400원, 기존 프리미엄 계란은 9900원이다. 애월아빠들의 RE100 달걀은 프리미엄 계란보다도 100원 가량이 비싼 1만 원 선이다.
김 대표는 가격이 비싼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도 애로사항으로 들었다. 그는 “그렇다고 매대 앞에서 소비자들에게 RE100에 대해 설명할 수도 없다”면서 “그래서 애월아빠들은 이름과 디자인에 더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애월아빠들의 성공 비법으로 크게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첫 번째는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가장 낮은 문턱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녹색프리미엄 방식으로 당장 먼저 시작하고 다음을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그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동물복지 인증 계란에 재생에너지를 더했을 뿐, 새 농장도 없었던 점을 성공 비법의 두 번째로 꼽았다. 이어 ‘지구란’이라는 이름을 잘 지은 점을 들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RE100이라는 용어는 3초 안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구를 생각하는 계란, 세 글자면 된다”고 말했다.
또 RE100 준비 과정에서 제주도와 한국에너지공단, 한전, 농협 하나로마트 등의 협의가 이뤄진 점, 농장별 전력 사용량 데이터가 없으면 인증도 어려운데 측정된 숫자를 갖고 있었던 점도 성공 비결로 평가했다.
그는 현장의 제언으로 “RE100으로 농가를 움직이고, 확산시키려면 행정 지원금보다 ‘사 주는 곳’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100 제품을 생산한다면 소비가 뒷받침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농축산물 RE100 표시 기준 마련, 농가 전력 데이터 수집 도구 보급, 도내 RE100 농축산물 공공조달과 급식 우선 구매 등을 제언했다.
한편, 애월아빠들의 RE100 달걀은 축산 분야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조달해 생산함으로써 축산 분야 탄소중립 실천의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친환경 축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