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행정"...제주외항 친수공간 위법성, 슬그머니 덮고 가겠다?

'방제대응센터' 공사재개 발표하면서...절차적 하자 책임은 '침묵'
업무시설로 무단 용도변경 명백한 하자에도...사과 한마디 없어
환경단체 "절차 잘못, 보도자료에 왜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나"

2026-09-17     윤철수 기자
<br>해양환경공단

제주외항 제10부두 앞 해양친수공간을 항만 관련 업무시설 부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중단됐던 업무시설 건축공사를 재개하고 나섰다.

제주도는 그동안 제기된 행정절차상의 하자를 보완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발표한 공사 재개 관련 보도자료에서는 기존 행정절차의 문제점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행정절차상 잘못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사과하기보다는, 공사 재개를 계기로 관련 논란을 슬그머니 덮고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17일 '제주외항 환경보전방안 마련'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논란이 된 해양친수공간 내 들어서는 해양환경공단 방제대응센터 건립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 공사는 제주도정이 해양친수공간의 용도를 업무시설용도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변경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드러나 지난 6월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제주외항 개발사업은 당초 항만친수시설용지 4만1500㎡와 이 가운데 해양공원 4만1100㎡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해양공원은 제10부두 앞 구역과 잡화부두 앞 구역 등 두 곳으로 나뉘어 계획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해양공원은 조성되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확인 결과, 해양공원 예정지 두 곳 가운데 제10부두 앞 2만550㎡ 부지는 2011년 10월 제주항 도시계획시설 결정(변경) 고시를 통해 친수시설(해양공원)에서 지원시설(항만 관련 업무시설)로 용도가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

무단으로 용도가 변경된 부지 내에서 방제대응센터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양환경공단

제주도정은 이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고 공사를 중단했다.

이어 두 달여만인 17일 '제주외항 2단계 항만시설 축조공사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해 승인했다면서 센터 건립공사 재개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환경보전방안에 따르면 사업계획 변경으로 친수시설인 해양공원 면적은 기존 1만7092㎡에서 1만4697㎡로 2395㎡ 줄어든다. 대신 줄어든 면적만큼 지원시설인 방제대응센터 부지 2395㎡가 새롭게 조성된다.

방제대응센터는 담장과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고 개방형으로 운영한다. 회의실과 주차장, 화장실 등 시설도 이용객에게 개방하며, 센터 부지에는 녹지공간을 확대해 공원 이용객을 위한 휴식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지됐던 방제대응센터 건립공사를 재개하고 도시관리계획 세부시설 결정 변경 도서를 조속히 마련해 제주외항 2단계 토지이용계획을 연내 정상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 제주외항 2단계 해양공원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잡화부두 배면 해양공원도 계획대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내측수로 일대를 친수공간으로 만드는 등 제주외항 일대 해양공원을 확대해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고 했다.

김종수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제주외항 토지이용계획 변경에 따른 후속 행정절차를 빈틈없이 이행하겠다”며 “제주외항 일대를 친수·레저형 공원으로 넓혀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여가를 즐기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이번 제주도의 발표는 지난 6월 논란이 확산된 해양친수공간 축소 및 용도 변경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위반 사항을 보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행정의 잘못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무책임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절차적 위반으로 행정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고, 결국 공사까지 중단되는 엄중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행정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제주도정의 발표에 대한 논평을 내고, "이미 공정이 상당히 진척된 현실 속에서 해당 공간을 최대한 도민이 누리는 공간으로 되돌리고, 나머지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요구해 왔다"며 "이번 방안은 제주도가 이러한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그것을 분명히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행정 누락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