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단체 "성매매 여성 처벌 멈추고, 처벌법 개정하라"

제주여성인권연대·제주여민회 등, 성매매처벌법 전면개정 촉구 기자회견
"성매매로 불법적 이윤 얻는 자들이 주범...성매매산업 강력 규제해야"

2026-09-14     함광렬 기자
14일

제주 여성단체들이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성매매처벌법이 오히려 성매매 산업을 키우고 있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여성인권연대와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상담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 산업을 키우는 여성 처벌을 멈추고 성매매처벌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2000년과 2002년 발생한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참사는 성매매 산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쇠창살로 가로막힌 창문, 밖에서 잠긴 문 속에서 여성들은 생명을 빼앗겼고, 희생당한 19명 중 5명이 제주여성이었다. 이는 인간의 존엄보다 이윤을 앞세운 성착취 구조가 만든 명백한 참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매매방지법은 그 반성과 성찰 위에서 탄생했다.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명백한 폭력이자 구조적 성착취로 명시한 역사적 전진이었다"며 "법의 목적은 여성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유지시키는 거대한 구조를 바꾸고,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매매방지법의 본래 취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2년의 역사는 우리 사회에 분명한 변화를 이뤄냈다"며 "성매매 알선과 성구매를 처벌하는 사회적 기준이 마련되었고,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은 침묵을 깨고 자신의 경험을 발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매매를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폭력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확산되어 왔다"며 "이러한 변화는 성매매방지법이라는 법적 토대 위에서, 성매매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성매매경험당사자와 여성인권운동, 시민사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다시 현행법의 한계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성매매방지법은 지금,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22년이 지난 지금도 성매매는 우리 사회 곳곳에 일상적으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과 디지털 공간이 결합하고, SNS와 플랫폼을 통한 알선과 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며 "또한 성착취 산업은 국경을 넘나들며 더욱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그 현실은 지금 제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중국어 사이트와 메신저를 이용한 제주지역 성매매 알선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었다"며 "온라인 사이트와 메신저를 통한 광고와 예약, 여성의 모집과 이동, 성매매 장소의 제공과 관리 등 지역 내 불법 영업이 서로 연결된 성매매 알선 조직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이 사건 또한 다른 성매매 사건들과 그러하듯, 법과 정책이 변화하는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25년 성매매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 가운데 평생 한 번이라도 성구매 경험이 있는 남성은 10명 중 4명에 이른다고 한다"며 "이처럼 성구매 수요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국가는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가. 성매매처벌법이 성매매 여성을 함께 처벌하는 순간, 성매매의 구조적 문제는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진다"고 지적했다.

또 "성매매 현장에서 어떤 폭력과 통제가 있었는지, 누가 성을 구매하고 알선하여 부를 축적했는지는 제대로 묻지 않은 채, 그저 '왜 그 일을 했느냐'는 낙인 찍힌 질문만이 여성에게 가장 먼저 향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러한 질문은 성매매 산업의 구조와 그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성매매 현장에 놓인 여성들을 여전히 처벌하는 현실을 만들고 있다"며 "성매매처벌법이 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처벌의 대상'으로 묶어두고 있는 한, 거대한 성매매·성착취 산업의 뿌리는 결코 뽑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법과 우리 사회가 바꾸어야 할 것은 성매매를 지탱하고 있는 성매매 구조 그것이다. 성매매 산업을 유지하는 것은 성매매여성이 아니다"라며 "돈을 지불하며 성을 구매할 '권리'를 말하는 사람들, 거대한 플랫폼에서 얼굴을 숨긴 채 알선하는 자들, 그리고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여 불법적인 이윤을 챙기는 자들이 진짜 주범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따라서 처벌의 목적과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며 "성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수요를 원천 차단하고, 성매매 알선과 광고 플랫폼을 강력 규제하며, 성착취로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철저히 몰수·추징해야 한다. 이것이 성매매방지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며, 지금 우리가 요구하는 성매매처벌법 전면개정의 핵심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는 더 이상 여성들의 침묵한 현실을 고발해야 하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더 이상 여성들이 처벌과 낙인의 두려움 때문에 침묵해야 하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며 "누구도 성착취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 취약한 삶이 착취의 원인이나 수단이 되지 않는 사회, 성착취가 일상적인 문화가 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매매방지법 시행 22년, 이제는 입법부가 응답할 때이다. 성착취 산업을 해체하고 성매매경험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으로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며 "이미 국회에는 이 변화를 이뤄낼 성매매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다. 국회는 발의된 개정안을 조속히 심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여 년 전 여성들의 희생이 우리 사회에 법 제정이라는 변화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살아남은 우리들의 연대와 목소리가 법 개정이라는 실천을 만들어낼 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낙인 멈추고, 인권 보장할 것 △디지털 공간.플랫폼을 이용한 성매매·성착취 산업 강력하게 규제할 것 △성구매 수요 원천 차단하고, 성착취 범죄수익 몰수·추징할 것 등을 촉구했다.

국회를 향해 "성착취 구조를 해체할 성매매처벌법 전면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라"고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