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 법적 근거 논란 털고 가야 한다

[데스크논단]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둘러싼 이유 있는 논란
환경부 예규 '협의회', 도조례 '협의회'…지위 겸할 수 있나
도 조례 공공갈등 조정대상, 국가사무 가능한지 검토 선행돼야

2026-09-13     윤철수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8일 제주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3대 방침’을 발표한 이후 시민사회에서 찬반 논쟁이 다시 격화되는 가운데,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둘러싼 법적 근거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후환경부 예규에 명시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와 별개로, 제주도 조례를 통해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한 뒤 환경영향갈등조정 역할까지 맡기겠다는 계획이 제시되면서다. 명칭이 비슷한 ‘갈등조정협의회’가 두 개 등장하는 데다, 역할을 위임해 하나의 기구로 통합 운영하는 방안까지 제시되면서 도민들의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의회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둘러싼 논란에는 분명 짚어볼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번 갈등조정협의회 논란은 위성곤 제주도지사의 도정질문 답변과,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 즉시 중점평가사업 지정 △전문기관 교차검증 확대 △도의회 동의에 앞선 도민 의견 수렴으로 제시된 제2공항 갈등 해결 ‘3대 방침’에서 촉발됐다.

제주도는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되는 즉시 이 사업을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하고, 전문기관을 늘려 쟁점에 대한 교차검증을 실시하는 한편, 도의회 동의 절차에 앞서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갈등 해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중점평가사업 지정과 환경영향평갈등조정협의회는?

이 가운데 법적 근거 논란을 불러온 것은 중점평가사업 지정 단계에서의 갈등조정협의회 운영 방식이다.

중점평가사업 지정은 현행 환경부 예규인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업무 처리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예규 제8조에는 환경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중점평가사업’의 지정 근거가 명시돼 있다.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되면 전문검토기관과 지역주민, 민간단체, 관계 전문가, 승인기관, 사업자, 환경영향평가업자 등이 참여하는 사업지역 합동 현지조사(제9조)를 실시할 수 있다. 

또 제10조에는 중점평가사업으로 심각한 환경 갈등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의회는 협의기관의 부서장, 승인기관의 부서장, 사업자 대표, 관계 지방자치단체 소관 부서장, 전문검토기관 등의 전문가와 지역주민·전문가·환경단체·기타 이해관계자 대표 등을 포함해 10명 내외로 구성할 수 있다.

지난 3월 민선 8기 도정 막바지에 발표된 ‘제2공항 중점평가사업 조기 지정’ 방침도 바로 이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당시 제주도정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되면 제2공항을 중점평가사업으로 조기에 지정하고, 갈등 예방과 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숙의·공론화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한 이후에는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되, 협의회를 숙의·공론화 기구로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정이 제시한 중점평가사업 지정과 갈등조정협의회는 모두 환경부 예규에 근거한 것이었다.

◇ 별개로 등장한 '가칭 갈등조정협의회'는?

그런데 이번 제주도정의 ‘3대 방침’에서는 중점평가사업 지정과는 별개로 또 다른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가칭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논란이 시작된다. 중점평가사업 지정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와 별도로 ‘가칭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명칭과 역할이 유사한 두 갈등조정기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후자의 협의회가 임의기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는 환경부 예규에 근거하고, 다른 하나는 제주도 조례에 근거하는 셈이다.

문제는 두 협의회의 기능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있다. 환경부 예규에 따른 협의회와 제주도 조례에 따른 협의회가 각각 설치될 경우 역할과 기능이 중복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도민사회에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3대 방침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협의회 법적근거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제주도정은 제주도 지침을 통해 환경영향갈등조정 업무를 후자의 협의회에 맡김으로써 두 협의회 간 기능 중복을 해소한다는 입장이다.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되더라도 별도의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추가로 운영하지 않고, 도 조례에 따른 협의회를 중심으로 관련 기능을 일원화·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의 구상에 대해서는 두 가지 차원의 논란이 제기된다.

하나는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의 지위를 도 조례에 따른 협의회가 겸하는 것이 적법한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주특별자치도 조례에 근거하여 국책사업인 제2공항과 관련된 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 환경영향갈등조정 역할, 도 조례 협의회가 겸할 수 있을까

첫째, 협의회 기능을 이관하고 겸하도록 하는 것의 적법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정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부 예규에 근거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는 중점평가사업 지정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기구이므로, 현행 체계에서는 도 조례에 따른 갈등조정협의회에 그 기능을 이관해 해당 협의회가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의 지위를 겸하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는 시각이다.

제주도정 역시 이 점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제주도가 내놓은 대안은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등에 관한 협의업무 처리지침’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다. 

지침을 마련한 뒤 환경부 예규가 아닌 제주도 지침에 따라 중점평가사업을 지정하고,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와 관련된 기능은 도 조례에 따른 협의회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환경영향갈등조정 업무를 도 조례에 따른 협의회가 맡도록 하면, 우려됐던 두 기구 간 기능과 역할의 유사·중복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기능이 일원화된 갈등조정협의회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발표 전에는 항공 수요와 주민 보상, 상생 대책 등 종합적인 쟁점을 다루고, 초안 발표 후에는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환경 검증을 맡는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사무를 이관하기 위한 제주도 지침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제주도는 9월 중 지침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역으로 현재까지는 이러한 기능 조정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으며, 제주도 지침이 마련될 경우에야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설령 앞으로 지침이 마련되더라도 법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환경부 예규에 근거한 협의회와 도 조례에 근거한 협의회가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 조례에 따른 협의회가 예규상 협의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 또 제주도 지침만으로 두 협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일원화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제주도 갈등조례 적용 대상에 국책사업도 포함될까

둘째, 제주도의 별도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의 근거로 제시한 '제주도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의 적용 대상에 국책사업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크다.

공공정책에 대한 공공갈등의 예방과 해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이 조례 제2조(정의)는 "공공정책이란 제주특별자치도 및 제주특별자치도가 설립한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이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정책(인·허가, 승인, 도시계획 및 절대보전지역 변경 등을 포함한다), 사업계획 및 자치법규의 제·개정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조례의 적용 대상은 제주도 및 제주도가 설립한 공공기관의 정책에 국한되는 것으로 봐야 하며,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한 제2공항 건설사업은 이 조례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제주도의회 도정질문과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것도 이러한 해석에 근거한 것이다.

반면 제주도정은 해당 조례를 근거로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사무라 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동의와 인·허가 절차 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조례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9월 중 마련할 예정인 제주도 지침안에는 제2공항과 같이 여러 갈등이 얽힌 사안의 경우 환경영향갈등조정 업무를 갈등관리 부서가 맡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을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 지침이 마련되면 법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도 모두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상반된 해석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공공갈등 조례에서 규정한 공공정책의 범주는 지자체 사업 영역으로 봐야 하며, 이를 국책사업까지 확대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 제2공항 갈등조정, 법적 근거 논란부터 해소해야

이처럼 중점평가사업 지정과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둘러싸고 법적 근거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이 별도의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추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는 갈등조정협의회의 역할을 단순히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쟁점을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민결정권을 실현하는 단계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환경영향평가서 검증이 마무리된 이후 도민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할 것인지, 공론화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나아가 최종 결정은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내릴 것인지 등을 협의회에서 논의하고 조정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의회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부 예규에 따른 환경영향조정 업무를 도 조례를 통해 이관하는 것이 적법한지, 또 도 조례의 적용 대상에 국책사업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준비 중인 제주도 지침을 확정하기에 앞서, 우선 제기된 법적 근거 논란에 대한 유권해석을 비롯해 법률적 판단을 여러 각도에서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상황 때문이다.
 
올해 제주~칭다오 항로 사업과 관련해 중앙투자심사를 받지 않은 데 따른 절차 위반 논란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었지만, 제주도는 고문변호사 법률자문 결과 등을 근거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뒤늦게 해당 사업이 중앙투자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제2공항 문제는 칭다오 항로 논쟁과 성격이나 차원이 다르지만, 법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만큼은 깔끔하게 해소할 필요가 있다.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하기에 앞서 9월 중 마련할 제주도 지침의 적법성과 도 조례의 대상 사업 범위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찬반 양측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그렇다.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