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초등생 자살 시도사건 은폐 의혹 관련자 고발..."철저한 규명"
전.현직 교육감.학교측 등 10여명 공수처.경찰에 고발 조치
"피해학생 보호의무 유기...학폭신고 보류 권유 직권남용 미수"
"도교육청은 셀프 감사 중단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하라"
제주도 내 한 초등학교에서 이주배경을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던 한 학생이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교육당국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영리민간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과 피해자측이 이 사건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정치하는 엄마들'과 피해 학생 부모는 21일 제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현직 교육감과 서귀포시 해당학교 전.현직 교장.교감 등 10여명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고발인들은 아동을 보호·감독할 헌법상.법률상 의무가 있는 교육공무원 또는 교사들"이라며 "아동에게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폭력 사건을 확인·인지·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아동을 적절한 방법으로 보호하지 아니하여 이 과정에서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죄 등의 구체적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교측에 대해서는 "피해학생 어머니의 ‘분리조치’ 등의 신청을 이유 없이 거부해 직무를 유기했다"며 "아울러 피해학생과 같은 반 학생인 B학생의 아버지(B학생 부)의 이 사건 학폭신고를 무마하기 위해, ‘학교폭력 신고 보류’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제도를 기망해 권유함으로써, 직권남용죄의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전.현직 교육감에 대해서는 징계의결 요구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해 가을, 제주 서귀포시 A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지속적인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 3층 창문에서 자살을 시도했다"며 "오늘로 사건 발생 266일, 언론 공론화 이후 14일이 지났으나 이 사건은 지금도 교육행정 서류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학교와 서귀포시교육지원청, 도교육청은 사건을 인지하고도 매뉴얼에 따른 보고서를 생산하지 않았고, 학부모가 서면으로 사실을 알린 뒤에도 이를 학교폭력 사안조사에서 고의로 누락시켰다"며 "그 결과 투신을 막아낸 학생과 피해 학생은 조례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정서 지원조차 받지 못한 채 새 학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며 "아동을 보호할 헌법상·법률상 의무가 있는 교육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한 정황이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담당자는 존재하지도 않는 '신고 보류' 제도를 내세워 피해 학생 가족의 신고 의지를 꺾으려 하기도 했다"며 "교육감은 사건이 전국적으로 보도된 이후에도 관련자 징계 요구는커녕 사과 한마디 없이 '평화로운 해결'만을 언급했는데,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셀프 감사 중단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하라"며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제도 개선 말고 책임자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또 "교육부는 투신 시도 사건과 그 은폐 경위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특별감사를 실시하라"며 "은폐에 가담한 책임자 전원을 엄중히 징계하고, 수사기관은 형사책임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학생의 어머니 A씨는 한 살 때 헤어진 딸을 열 살이 되던 해 한국에서 다시 만나, 아이의 적응을 돕기 위해 한글과 독서 공부를 함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가 한국어를 익힐수록 또래 학생들의 ‘바보’라는 놀림과 따돌림, 험담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오히려 더 큰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4학년 2학기 이후 괴롭힘이 심해지면서 아이가 아버지에게 전학을 보내달라고 호소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학교 3층 창문까지 올라가는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상황이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아 사건의 정확한 경위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딸이 창문 앞에 서게 된 이유를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일주일 뒤 다시 학교에 가야 하는 딸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또 다른 학생이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