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66)가브리엘 포레의 엘레지(몰토 아다지오)
청년의 한때 심오하게 탐독했던 책이나 열정을 기울여 들었던 음악 등은 나이가 들어서도 두고두고 기억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살면서 한 번씩 마음이 울적하거나 옛날이 그리울때면 기억의 창고를 빼꼼히 열고 하나씩 소환해 와서 다시 보고 듣고 하는 작은 즐거움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필자에겐 가브리앨 포레가 그런 작곡가다.
여고시절 둘도 없이 친한 친구가 있었다. 학과는 서로 달랐지만 문학이나 음악 등 취미가 비슷했던 이유로 여고졸업 후에도 친구와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특히 클래식음악에 조예가 깊고 피아노를 유난히 잘 쳤던 친구는 어느 날 필자에게 가브리엘 포레의 곡을 들어보기를 권했다. 그때 친구가 권했던 곡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포레의 엘레지다.
그 후 포레의 시실리안, 파반느 등의 소품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관현악곡, 실내악, 13개의 야상곡과 뱃노래, 즉흥곡 그리고 레퀴엠 등을 하나씩 들어가면서 포레의 음악적 성향에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포레의 마지막 작품번호(Op121)를 보면 알겠지만 작곡가 포레는 다작의 작곡가는 아니었다. 대신, 거의 팔십 평생을 살면서 (1845-1924)카미유 생상스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모리스 라벨, 클로드 드뷔시 등 제자들을 많이 양성하면서 프랑스 파리음악원 교수, 원장 등 교육에 힘섰던 작곡가다.
시기적으로 볼 때도 독일 낭만주의와 프랑스 인상주의를 잇는 역할을 했던 포레는 음악적 성향에 있어서도 대대로 거쳐 내려오는 음악가 어느 누구와도 흡사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작곡가가 없다. 그만큼 유니크하고 그만의 세계를 잘 구축한 작곡가인데 꼭 맞는 표현을 쓰자면 ‘가장 프랑스다운 작곡가’가 아닐까 한다. 고전에서 볼 수 있는 형식적인 음계가 아니고, 리스트나 쇼팽에서 보여지는 지극히 낭만적인 모습도 아니고, 그렇다고 프랑스 인상주의의 몽롱함, 환상적인 음률도 아닌 마치 살랑대는 봄바람에 콧소리 한번하고 싱긋 웃는 프랑스인을 연상하면 맞다. 당연히 감미롭다. 따라서 영화속의 음악이나 뮤지엄 등에 갔을 때 흐르는 격조있는 감미로움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첼로로 듣는 엘레지는 가슴 깊이 스며드는 고독의 여운을 톡톡히 남기고 서서히 사라져간다.
언젠가 이어령 교수의 장례식 때 포레의 엘레지를 장례곡으로 가져가고 이 교수의 언어 중 ‘애초 그 자리로 돌아갑니다’ 라고 남긴 말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필자 역시 이년 전 친청엄마의 소천시 포레의 레퀴엠 중 ‘천국에서’를 글 소제로 가져왔고 제목을 ‘본래로 가다’로 정했었는데 우연치고는 너무도 필연적인 우연이었다. 포레의 엘레지는 원래 첼로와 피아노 반주의 곡인데 후에 관현악으로 편곡해서 알려지게 되었다.
포레의 엘레지는 칠분도 채 못 되는 그리 길지 않은 곡이다. 시작부터 흐르는 주제음이 예사롭지 않은 곡으로 중간에 조금은 밝은 듯한 음률이 흐르고 뒤에 가서 다시 처음 주제음이 나오면서 마지막까지 첼로의 깊고 낮은 음이 가슴을 헤집는 곡이다. 대강 끝났다고 덮으면 안되고 꼭 첼로의 마지막 한음까지 귀 기울여 들어봐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포레를 느낄 수 있다. 포레 자신이 보불전쟁에 보병으로 참여했고 또 실연의 아픔을 겪으면서 느꼈던 슬픔을 은밀하게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가져와서 혼자서 곱씹고 마침내는 그의 레퀴엠처럼 천국에서 다시 만나는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작곡가다.
수 년전 방문했던 파리에서 필자는 카미유 생상스와 가브레엘 포레가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했던 파리 8지구의 마들렌성당에 갈 기회가 있었다. 밖의 모습뿐 아니라 잠시 성당 안에 들어가서 그 옛날 앞 자리 왼쪽 쯤에 앉아서 올갠을 쳤던 그들을 생각하면서 먹먹한 마음으로 나왔던 적이 있다. 프랑스 남부의 파미에르에서 별로 음악과는 관계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나 9세에 교회음악원에 입학하면서 시작된 그의 음악인생, 마침 교회음악원 원장으로 카미유 생상스가 부임하면서 맺어진 인연 등, 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파리음악원장 자리에 앉으면서도 개혁적인 입장으로 교육을 했던 포레다.
삶과 죽음이 한 선상에 있다고 말해주는 곡이다. 그래서 끝까지 갔다가 애초, 그 자리로 돌아오는 마음으로 다시 듣는 포레의 엘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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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