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방큰돌고래 관광선박의 문제...돌고래 연구자들이 규명했다
"단속은 없고, 위반은 일상"....김창수 박사 연구팀, 드론.수중청음기 추적 조사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하는 관광선박들이 정부가 정한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가운데, 돌고래 연구자들이 현장 조사를 통해 관광선박의 운항 실태와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밝혀내 눈길을 끈다.
연구자들이 드론과 수중 청음기를 이용해 바다 위와 수중을 직접 조사한 결과, 관광선박의 관람지침 위반 실태는 물론 돌고래의 의사소통을 방해할 수 있는 수중소음 문제까지 확인됐다. 특히 일부 선박에서는 돌고래의 휘슬 의사소통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수준의 수중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김창수 박사 연구팀은 서귀포 노을해안로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관광선박의 운항 행태와 수중소음을 조사한 결과, 다수의 관광선박이 해양수산부의 남방큰돌고래 관람지침을 광범위하게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드론 영상과 수중청음기(hydrophone)를 활용해 서귀포 노을해안로 앞바다에서 관광선박과 돌고래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11일간 총 187회의 선박 통과 궤적과 471회의 돌고래 수면 출현 위치를 분석해 선박의 위치와 속도, 돌고래와의 거리, 수중소음 수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 규정은 있지만 현장 확인할 시스템 없어
해양수산부는 2023년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 관광선박 관람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에 따르면 선박은 돌고래 무리와 300m 이내로 접근하면 엔진을 정지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50m 이내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돌고래 300m 이내에는 3척 이상의 선박이 동시에 접근할 수 없다. 위반할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같은 기준이 지켜지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 연안에는 돌고래 관광선박의 위치와 속도, 돌고래와의 거리, 관람지침 준수 여부를 상시 또는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제한속도 표지판만 설치하고 과속단속 카메라나 현장 점검을 운영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규정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적발 가능성이 낮으면 준수 여부는 결국 운항자의 자율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드론으로 선박 위치·속도 추적… 수중청음기로 소음 측정
연구팀은 관광선박과 돌고래 사이의 실제 거리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드론 영상을 활용했다.
드론 영상과 비행정보를 바탕으로 화면에 나타난 선박과 돌고래의 위치를 실제 지리좌표로 변환하는 ‘GeoConvertor’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기존 항공영상 기반 위치변환 연구를 바탕으로 드론 장비와 해상 관측환경에 맞게 적용한 방식이다.
정지표적 실험에서는 평균 0.15±0.08m의 프레임 간 위치 안정성을 보였고, 100m 고도에서 실시한 해상 이동표적 속도 검증에서는 0.23~0.79노트의 오차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산출한 선박의 속도와 선박-돌고래 간 거리 정보를 수중청음기로 측정한 관광선박의 수중소음 자료와 결합했다. 이를 통해 돌고래가 위치한 곳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소음을 들었을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계산했다.
◇ “300m 이내 엔진 정지”… 사실상 보편적으로 지켜지지 않아
분석 결과, 돌고래와 300m 이내로 접근했을 때 엔진을 정지하도록 한 기준은 모든 선박 유형에서 광범위하게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논문은 이를 사실상 보편적인 수준의 위반으로 평가했다. 50m 이내 접근금지 기준에서도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관광 활동을 병행하는 어선의 경우 돌고래 조우 사례 가운데 15%가 50m 이내에서 발생해 가장 높은 근접 접근률을 보였다.
소형 관광선과 대형 관광선에서도 각각 약 4.2%, 4.4%의 50m 이내 접근 사례가 확인됐다. 반면 중형 관광선에서는 조사 기간 동안 50m 이내 접근 사례가 관찰되지 않았다.
◇ 소형 선박은 가깝게, 대형 선박은 더 시끄럽게
연구팀은 단순히 돌고래와 선박 사이의 거리만 조사한 것이 아니다. 돌고래가 실제로 받는 수중소음의 수준도 분석했다.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휘슬 주파수인 5.3~12.5kHz 대역과 겹치는 선박소음을 분석하고, 배경소음보다 3dB 높은 경우를 보수적인 ‘의사소통 마스킹 가능’ 기준으로, 6dB 높은 경우를 보다 뚜렷한 소음 증가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는 돌고래의 청력을 손상시키는 기준이 아니라 선박소음이 돌고래의 휘슬을 통한 의사소통을 가릴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다.
소형 관광선은 전체 조우 사례의 93%에서 3dB 기준을, 44%에서 6dB 기준을 초과했다.
소형 관광선의 선박 자체 음원레벨이 가장 큰 것은 아니었지만, 돌고래에 상대적으로 가까이 접근하는 경향 때문에 돌고래가 높은 수준의 소음에 노출되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형 카타마란형 관광선은 중형 관광선보다 돌고래와 더 먼 거리를 유지했지만 수중 방사소음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선박은 3dB 기준을 약 26%, 6dB 기준을 약 25% 초과했다. 특히 10노트로 운항할 경우 추정 음원레벨은 약 150dB re 1μPa RMS at 1m로 조사 대상 네 유형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결국 선박이 돌고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고 해서 돌고래가 받는 소음 노출까지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현재의 최소 접근거리 중심 규제만으로는 선박별 소음 특성까지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소 접근거리는 충돌과 직접적인 행동 교란을 막기 위한 기준으로 유지하되, 선박 유형·속도·거리별로 돌고래 위치에서 예상되거나 측정되는 수신소음레벨과 배경소음 대비 증가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드론과 수중청음기를 활용해 제주 돌고래 관광선박의 접근거리, 속도와 소음 노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확인된 거리기준 위반 사례는 객관적인 자료로 기록하고, 전체적인 변화와 개선 여부를 공표할 예정이다. 중대한 위반이나 반복적인 위반이 확인되면 관계기관에 자료를 제출하고 필요한 신고 절차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창수 박사는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업체 한 곳의 위반이 아니라, 관람지침을 만들고도 준수 여부를 확인할 행정체계가 없다는 점"이라며 "규정만 만들고 현장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보호정책은 선언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관광선박의 운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거리기준 위반 사례와 개선 여부를 객관적인 자료로 기록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