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관리비, 꼬박꼬박 내는데"...도대체 어디에 쓰이나

[기획] 사회초년생 거주 원룸 '관리비 8만원'의 비밀
매달 ‘공동관리비’ 8만원씩 부과…산출내역도 사용처도 베일에
제주시 생숙·오피스텔 1만실…‘100억원 관리비 시장’ 투명화 시급
정부, 관리비 공개 의무화 추진...관리단 정상화.회계 투명성 확보 과제

2026-08-11     함광렬.윤철수 기자

2010년대 초반 이후 제주에서는 1인 가구 증가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따른 취업 인구 유입 등의 영향으로 생활형숙박시설과 오피스텔 등 이른바 원·투룸형 집합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관련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 이에 따라 주 수요층인 사회초년생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임대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집합건물의 관리 체계는 이 같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매년 막대한 규모의 관리비가 걷히고 있지만, 관리비 산정의 적정성과 회계 투명성, 관리주체의 적법성 등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관리비 부조리' 문제를 지적한 이후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상당수 집합건물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에서도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헤드라인제주>는 생활형숙박시설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관리비를 둘러싼 문제를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제도적 한계와 개선 과제를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제주지역

제주시 신제주권에 위치한 생활형숙박시설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20대 후반)는 매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건물 복도에는 층·호별로 세대별 전기와 가스 계량기가 따로 설치돼 있어 개별 사용량 확인이 가능한 구조다. 그럼에도 고지서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관리비 월정액 8만 원’이 청구된다. 전기·가스 사용료와는 별도의 부과금이다.

실제 7월에 납부한 관리비 납입영수증에는 총 납입금액이 12만여 원으로 기재돼 있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내역이 적시된 항목은 세대 전기료와 세대 수도료, 가스 요금 등 3개 항목으로, 모두 합쳐봐야 4만 원 남짓이다. 나머지 8만 원은 ‘공용관리비’로 기재돼 있다. 매달 같은 금액을 공용관리비 명목으로 걷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용 내역에 대한 설명은 없다.

개별 에너지 사용료가 따로 부과된다면 A씨가 내는 8만 원은 계단 청소, 승강기 유지보수, 공용 전기 등 ‘공용 관리비’로만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공용 관리비에 대한 세부 지출 내역이나 정산서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A씨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하루 4시간만 상주하는데, 세대당 공용관리비 8만 원을 걷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최소한 청소, 엘리베이터 점검 외에 인건비나 공용관리비가 투명하게 정산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주 전부터 관리실에서 점자블록을 보수하겠다고 공지했는데, 점자블록도 보수되고 있지 않다”며 “도대체 관리비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정말 의문투성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초년생이

그가 예전에 살던 제주시 원도심권의 소규모 원룸은 한 달 방값이 40만 원 선이었고, 관리비는 5만 원 정도였다. 관리비 세부 내역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불만도 크지 않았다고 한다.

청구 내역은 입주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안내문으로 게시된다.

반면 세대수가 비교적 많은 생활형숙박시설이나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서는 정액의 관리비를 부과하면서도 구체적인 산정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 '공동관리비 8만원'의 비밀…누가 걷고, 어디에 쓰나

제주지역 생활형 숙박시설과 원룸형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관리비의 불투명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건물을 지은 시행·시공사 또는 이들과 연계된 위탁관리업체가 분양 이후에도 관리권을 장기간 행사하면서 관리비의 징수와 인상, 회계처리, 공공요금 산정 및 지출 내역 등이 입주자은 물론 소유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관리비가 별도 계좌가 아닌 관리업체의 법인계좌로 받거나, 심지어 임직원 개인계좌로 수납하는 일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실제 사용량과 공급기관 청구액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전기·수도요금 등을 자체 산정하는 사례까지 거론되면서 관리비 관리의 투명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 도심권에 위치한 생활형 숙박시설의 경우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관리비는 보통 월 8만원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건물은 전용면적 20㎡ 안팎의 방 한 칸에 월 10만원이 넘는 관리비를 부과하기도 한다.

관리비는 공용전기료와 청소, 경비, 승강기 유지관리, 공용시설 수선, 관리인 인건비 등 공동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입주자들이 나눠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 징수액이 관리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산정근거를 제시하지 않을 뿐더러, 고지서에는 '공용관리비'라는 항목으로 매달 8만원을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이렇게 걷힌 '공용관리비'가 실제 어떻게 쓰이는지도 의문이다. 관리비를 걷고 있는 관리자나 관리업체 외에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오래전부터 생활형 숙박시설의 관리비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는 B씨는 "제주지역에서 특정 시행·시공사가 여러 건물을 대규모로 공급하고, 이후 관리까지 맡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데, 실제 공용관리에 필요한 금액보다 높게 관리비를 산정해 매달 징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리비는 필요한 비용을 산정해 부과해야 하는데, 실제 지출하고 남은 금액이 상당한 경우 과다 징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론 예비비나 장기수선 등에 대비한 적립은 필요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목적과 규모가 명확해야 한다. 또한 이는 소유주들에게 해당하는 것이지, 임대해 거주하는 입주민들에게 갹출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타나는 문제는 관리비 수입이 얼마인지, 어떤 항목에 얼마를 지출했는지, 남은 돈이 얼마인지 입주자들이 알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임대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전기 등의 사용료를 산정하는 과정에서도 과다 부과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건물 전체 사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계산한 뒤 세대별 사용량을 자체 검침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산출 단가가 예를 들어 120~150원 수준인데 200원 정도를 적용하면 세대별로 차액이 발생한다"며 "세대별로는 얼마 안 되는 적은 금액일 수 있으나, 전체 세대에 적용하면 큰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리비 부담은 고스란히 사회초년생인 입주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 제주시권 1만실 생숙·오피스텔…관리비 시장규모 연간 '100억'

문제는 관리비 불투명성 문제가 일부 특정 건물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수백 실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매달 수천만 원,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관리비가 오가는 건물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6년 4월 말 기준 제주시 내 생활숙박시설은 총 1만828실에 달한다. 이 가운데 오피스텔로 용도가 변경된 시설은 4424실(40.9%), 숙박업으로 등록된 시설은 5722실(52.8%)로 나타났다.

숙박업으로 등록된 생활숙박시설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로 주거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관리비 부담 문제는 생활숙박시설뿐만 아니라 오피스텔로 용도가 변경된 시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1만 실을 기준으로 객실당 월 관리비를 8만원으로만 잡아도 연간 관리비 규모는 대략 100억원에 이른다. 일반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까지 포함할 경우 관리비 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지역

◇ 통제 안되는 '불투명 관리비'...근본적 원인은? 

그러나 이를 감시·견제해야 할 소유자 중심의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현행법의 한계까지 겹치면서 '불투명 관리비'가 만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아 K-apt(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를 통한 관리비 공개와 외부 회계감사가 의무화돼 있으며, 지자체의 지도·감독도 받는다.

반면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오피스텔, 150세대 미만 소규모 건물 등은 주로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아 지자체의 행정조사나 시정명령 권한이 제한적이다. 세입자나 구분소유자가 관리비 집행의 부당성을 느끼더라도 마땅한 해결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관리비 액수 자체보다 이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운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은 구분소유자들이 관리단을 구성하고, 필요한 경우 관리위원회를 통해 건물의 관리·운영을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분양업체가 건물을 분양한 뒤 직접 또는 별도 설립한 임대관리법인을 내세워 지속적으로 건물 관리를 맡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업체는 분양 당시 일부 수분양자로부터 관리 위탁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관리 권한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위탁계약은 해당 구분소유자의 전유부분에 대한 계약일 뿐, 이를 건물 전체의 관리 권한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예 별도의 위탁계약 없이 관행적으로 관리업무를 이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관리비 인상은 관리업체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거나 관리비를 관리단 명의의 계좌가 아닌 법인계좌, 심지어 임직원 개인계좌로 수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관리비 집행 과정에 대한 외부 검증과 소유자들의 견제와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리비 유용이나 유지·보수 비용의 과다 계상 여부를 입주민들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 사각지대 놓인 관리비…정부, '공개 의무화' 법.제도 개선 착수

그럼에도 행정은 관리·감독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집합건물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관리비 운영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관리비 내역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아파트가 아닌 집합건물에서는 관리비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법한 관리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의 감독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관리비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해도 입주민들이 민사소송 외에는 마땅한 해결 수단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법률과 제도 개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5월 28일 ‘비아파트 관리비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동안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집합건물의 관리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비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집합건물에서 발생하는 ‘관리비 부당이득 수취’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 개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에도 집합건물 관리비의 불합리한 실태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일부 집합건물이나 상가에서 관리비가 과다하게 책정된다는 의혹과 관련해 “은폐돼 있지만 사실은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개선을 주문했다.

이에 국가정상화 총괄TF는 오피스텔·다세대주택의 불투명한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것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거주 형태와 관계없이 관리인이나 임대인에게 관리비 내역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앞으로 △어디에 거주하든 관리비 내역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관리비 내역 미공개에 대한 제재를 마련하며 △지자체장의 행정조사 권한을 도입하는 등 집합건물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아파트 거주자들도 아파트와 같은 수준으로 관리비 세부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관리비 산출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 부당한 관리비 징수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제주지역

◇ "관리단 정상화, 회계 투명성도 확보해야”

정부가 관리비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관리단 운영의 정상화와 회계 투명성 확보, 행정의 최소한의 관리·감독 체계 마련도 새로운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청년층 등 주거 취약계층이 주요 입주자인 만큼, 관리비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회계 운영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관리비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온 C씨는 “관리비는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비용인 만큼,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시권 비아파트의 관리비 시장 규모가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이제라도 관리비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에게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