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도전이 되지 않는 사회
[장애인 인권 이야기] 박지연/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장애가 있으셨어요? 전혀 몰랐네요.“
일상 속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 한마디에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장애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장애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장애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애를 특별한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이동 및 접근권과 고용, 교육 등 지역사회 참여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와 정책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장애인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제는 제도적 개선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실질적인 환경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권리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지원도 확대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가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장애인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임에도 여전히 도움과 배려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외출은 별다른 고민 없이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장애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는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이동 과정에서 불편함은 없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단 하나, 작은 턱 하나는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구조물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어디를 가든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되는 것은 건물의 외관이 아니라 경사로와 엘리베이터의 유무, 출입구의 접근성이다. 누군가는 음식점의 메뉴선택을 먼저하지만 장애인에게는 접근이 가능한 공간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자리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능력보다 장애 여부가 먼저 평가되곤 한다. 그 결과 많은 장애인이 여전히 단순 업무나 단기 계약직 중심의 일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능력을 보여주기 전에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까? 우리는 흔히 장애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생각하지만 장애의 유형과 정도, 필요한 지원은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신체적 장애로 인해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지원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사람은 직접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일부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장애를 알아간다는 것은 장애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회의 인식 변화다. 장애인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 장애를 특별하게 바라보거나 안쓰럽게 여기는 시선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한 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묻고,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하며, 누구나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작일 것이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차별 없이 일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권리.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평범한 일상이 장애인에게도 당연하게 보장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사회의 모습이다. 평범한 외출이, 평범한 취업이,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도전이 되지 않는 사회.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누구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