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외항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 완료" 제주도 해명...사실과 달랐다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논란-1] "환경영향평가 절차 거쳤다" 주장, 진실은?
'해양친수공간'에서 '업무용시설'로 전환하면서 변경협의 없이 고시
제주도 "변경협의 거쳤다" 해명했다가 뒤늦게 "사실관계 오인 있었다"
시민과 약속한 해양공원 접고 방제대응센터 공사 추진...논란 확산
제주외항 개발사업 과정에서 제10부두 앞 해양친수공간을 항만 관련 업무시설 부지로 무단 변경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를 완료했다"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해양친수공간'으로 계획됐던 부지를 '업무용시설'로 변경하면서 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용도를 변경하고 사업계획을 고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방제대응센터 건립 과정의 적법성과 제주도의 해명 경위를 둘러싼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항만부서 관계자는 30일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친수공간을 업무용시설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가 없었던 것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설명은 '불법 건축물 공사'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 23일 환경단체 기자회견 직후 "변경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제주도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제주도는 "(친수공간의 업무용시설 전환은) 환경영향평가법 제33조 제2항에 따른 변경협의 대상"이라고 전제한 후, "확인해 본 결과 2011년 12월 29일자로 변경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문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변경협의를 했다는 관련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환경부서의 설명과도 상반된 내용이었다.
결국 항만부서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담당부서 관계자는 "제주외항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변경 사례가 너무 많았고, 다른 사안을 이번 사안으로 오인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이 지난 사안이다 보니 환경단체의 문의를 받고 관련 서류를 찾던 중 제주외항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 관련 서류를 발견해 다소 성급하게 말씀드렸다"며 당시 변경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존 해명을 사실상 번복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내부 논의와 관련 전문가 자문을 거쳐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수공원 조성계획이 추진되지 않은 문제와 관련해서는 "해당 시설을 제외한 구역에 친수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초 공원조성 기본계획 구상 용역을 완료했으며, 하반기 설계용역을 발주하면 2029년까지 공원 조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언급한 공원조성 기본계획 구상 용역의 완료 여부와 향후 추진 일정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해양공원 조성계획을 접고 해당 부지를 업무용시설로 변경·고시한 뒤 현재 진행 중인 방제대응센터 건립공사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친수시설 부지를 업무용시설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법상 변경협의 의무를 이행했는지, 사업 추진 절차 전반에 위법성은 없었는지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문제를 처음 제기한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제주외항 개발사업은 1999년 제주지방해양수산청 발주로 실시설계가 이뤄졌으며, 설계보고서에는 항만친수시설용지 4만1500㎡와 이 가운데 해양공원 4만1100㎡가 명시돼 있다. 해양공원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 계획됐는데, 이번에 방제대응센터가 들어선 부지는 2만550㎡ 규모로 축구장 3배에 달한다.
해양친수공간은 당시 환경영향평가 의견수렴 및 협의 과정에서 제시된 내용이다. 당시 화북동 어촌계 주민들은 외항 건설에 따른 어장 황폐화와 해양오염을 우려하며 별도봉 해안선과의 충분한 이격거리 확보 등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저감방안으로 해양친수공간 확보계획이 반영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주민들과 약속한 해양공원은 조성되지 않았다. 더욱이 뒤늦게 확인한 결과, 2011년 10월 제주항 도시계획시설 결정(변경) 고시를 통해 친수시설(해양공원)이 지원시설(항만 관련 업무용시설)로 변경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의 협의가 없었던 것은 물론, 매립지 용도 변경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 절차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이용계획이 사실상 변경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법은 협의를 마친 사업이라도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경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으면 변경협의(제33조)를 거쳐 그 결과를 사업계획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사업 규모나 시설 배치, 토지이용계획 등 환경영향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재협의(제32조)를 거쳐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할 경우 절차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즉, 2011년 도시계획시설 변경 고시 이전에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재협의 또는 변경협의가 반드시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 관계자 역시 해당 사안이 '변경협의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했으며, 당시에는 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설명한 바 있어 이러한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해양공원 조성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고 업무시설인 방제대응센터를 건립한 것은 단순한 시설 변경을 넘어 토지이용계획 자체가 바뀐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한다.
해당 내용이 변경협의 대상에 해당함에도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됐다면 공사의 적법성은 물론, 2011년 도시계획시설 변경 결정과 이후 인허가 절차의 효력까지 함께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주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공유수면을 매립하면서 주민과 환경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약속한 해양공원이 오랜 기간 조성되지 않았고, 협의내용 변경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불법 건축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친수공간으로 해양공원 조성을 약속하고도 전혀 다른 목적의 건축행위 등으로 전용하는 방식이 선례로 굳어진다면 앞으로 계획된 2단계 지역 친수공간 역시 같은 절차를 밟을 위험이 매우 크다"며 "해양공원 부지의 불법 건축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당초 약속과 다른 토지이용계획 변경 결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의회에 대해서는 확산되고 있는 위법성 논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해양친수공간 부지의 무단 용도 변경과 거짓 해명 등으로 논란의 파장은 커지고 있으나, 제주도는 아직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