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트램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서둘러서는 안 된다

[데스크논단] 제주 트램 도입계획,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이유
경제성·건설방식 여전히 논란…공항~원도심 노선 적합성도 의문
교통난 악화 우려·도민 공감대 미흡……예타보다 공론화가 먼저다

2026-06-30     윤철수 기자
현대로템

교통난이 심각한 제주에서 '트램'은 신교통수단으로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제주 신제주권과 제주국제공항, 원도심을 잇는 트램 건설 구상이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첫 관문은 넘었다.

국토교통부가 국가교통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1차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을 승인·고시하면서 제주 트램은 국가 철도정책의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그동안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고속철도와 일반철도, 광역철도 등 내륙 중심의 철도망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섬 지역인 제주가 이 계획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물론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이 사업의 타당성이나 경제성을 인정받았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비 지원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을 뿐이다. 앞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실시설계 등 후속 절차를 거쳐야 사업 추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승인된 노선은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동문시장과 제주국제공항, 제주도청, 노형오거리 등을 거쳐 제주고등학교 인근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2.91㎞ 구간이다. 총사업비는 5302억 원으로 추산됐으며, 제주도는 사전타당성 검토에서 경제성 지표인 비용편익비(B/C)를 0.79로 제시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총사업비의 6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제주도 당국이 이번 국토부의 승인.고시를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올해 말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는 앞으로 1년간 사업 개요와 경제성·정책성 분석 등을 담은 예비타당성조사 요구서를 작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철도망 구축계획 승인 소식을 접하는 도민사회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트램 건설을 제주의 핵심 교통정책으로 추진하기에는 경제성과 사업 실현성, 교통체계 적합성 등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도민사회의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됐다고 보기 어렵다.
 

핵심 쟁점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첫째는 경제적 타당성이다. 제주도가 제시한 비용편익비(B/C) 0.79는 지난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수립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용역 결과다. 같은 기관이 2023년 실시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노형~도청~제주공항'(노선 1)과 '제주공항~동문시장~제주항'(노선 2)을 각각 평가했지만, 두 노선 모두 B/C가 0.7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두 노선을 하나로 묶은 통합 노선(제주 1호선 2안)을 설정하고, 제주공항과 제주항을 모두 연결하는 구조를 반영하면서 B/C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 70만 명 규모인 제주에서 도시철도 사업의 경제성이 높게 나오기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연간 1300만명의 관광객 수요를 크게 반영한 결과로 추정된다. 수요 예측이 관광객 이동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도민들의 일상 교통수단으로서 검토가 이뤄진 것이 맞는지, 이 부분에서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의

둘째는 노선과 건설 방식의 실현 가능성이다. 경사로인 공항로(옛 해태동산~공항) 구간은 고가 방식이 검토되고 있고, 노형~연동~제주공항 구간은 상대적으로 도로 여건이 양호하다. 그러나 왕복 4차로에 불과한 용문로~서문로~동문로 구간은 사정이 다르다. 특히 중앙로사거리에서 동문시장으로 이어지는 동문로에 트램 설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노선을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셋째는 도심 교통난 악화 우려다. 제주도는 교통난 해소와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을 트램 도입의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노선만으로는 승용차 이용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출퇴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구간은 노형~연동 정도에 그치는 반면, 공항~용담~중앙로~동문로~제주항 구간은 관광객 이용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도로 여건이다. 신제주권은 교통량이 많고, 원도심 구간은 편도 2차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트램 운행으로 일반 차량 통행이 일부 제한될 경우 풍선효과처럼 인근 도로로 교통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이해 병목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는 도민사회 공감대다. 용역보고서는 도시철도망 구축 필요성에 74%가 찬성했다고 제시하며 주민 수용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근거가 된 온라인 설문조사는 참여자가 329명에 불과했고, 표본 선정 방식과 인구통계학적 특성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표본의 대표성과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용역에서는 트램 건설의 목표로 △대중교통 분담률 20% 이상 달성과 교통난 해소 △도심 접근성 향상 △관광객과 도민이 조화를 이루는 교통환경 조성 △원도심 상권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제시된 노선과 수요 예측, 도로 여건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제주 트램은 아직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설익은 정책에 다름없다. 물론 제주만의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을 도입하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고 해서 예비타당성 조사부터 서두를 일은 아니다.

제주도는 올해 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그에 앞서 경제성과 사업 실현성, 교통체계 적합성에 대한 객관적인 재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도민사회의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우선이다.

충분한 검증과 숙의 없이 추진된 정책은 되돌리기 어렵다. 지난 지방선거 최대 이슈가 됐던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관련 섬식정류장과 양문형 버스 도입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제주 트램은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 사업이다. 가뜩이나 재정형편이 열악한 제주로서는 그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속도를 다투는 절차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검증과 도민사회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다. 이를 충분히 거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