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 책임제' 전면 배치, 기초자치단체 공약 속도조절 신호인가

위성곤 당선인의 기초자치단체 도입 공약과 행정시장 책임제
선거 때는 "1년 내 주민투표"→ 당선 후 "책임행정 성과 보고 판단"
기초자치단체 논의, 임기 중반 이후로…시간 촉박 속 혼선 우려

2026-06-24     윤철수 기자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한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위 당선인이 최근 행정체제 운영방향과 관련해, ‘행정시장 책임행정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초자치단체 도입 논의가 사실상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24일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행정시 운영 방향과 관련해 행정시장과 읍·면·동장에 대한 성과협약제를 도입해 책임행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원이 접수될 경우 행정시와 도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않도록 ‘원스톱 책임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행 행정시 체제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기초자치단체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정책 우선순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법인격을 가진 기초자치단체 도입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실제 제주특별자치도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도민운동본부가 지난 5월 27일 공개한 제주도지사 후보 질의 답변에서 그는 "그동안 일관되게 법인격 있는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도입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당시 그는 "당선 시 1년 이내 도민 공감대 형성 방안을 마련하고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를 요구해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하겠다"는 구체적인 추진 일정까지 제시했다.

선거기간 <헤드라인제주>와의 대담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위 당선인은 "현재 행정시장은 인사·예산·조직권이 사실상 없어 책임행정에 한계가 있고, 법인격을 가진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후, "기초자치권 확보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반영됐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거했다.

다만 행정구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는 "도민 결정에 따라 조정 가능한 사안"이라며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제시한 3개 기초자치단체 방안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위 당선인은 "논의를 오래 끌지 않겠다"며 "단기간 내 도민 의견을 수렴해 대다수 도민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선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는 행정시장 책임행정 운영 성과를 지켜본 뒤 행정체제 개편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위 당선인은 "임기 초반에는 제2공항 문제 해결에 집중해 나가겠다"며 "행정시장의 책임행정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고, 이후 여론 수렴을 통해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당선 후 1년 이내 공감대 형성 및 주민투표 추진' 구상과 비교하면 다소 신중해진 입장으로 해석된다.

특히 행정시장 책임행정제를 먼저 운영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행정체제 개편 방향을 판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초자치단체 도입 논의가 임기 초반 핵심 과제에서 다소 뒤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위 당선인이 기초자치단체 도입 자체를 철회하거나 반대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기초자치단체 도입 필요성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임기 초반에는 제2공항 갈등 해소와 행정시장 책임행정제 안착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변화 조짐은 기초자치단체 도입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행정구역을 몇 개로 나눌 것인지를 둘러싼 도민사회의 이견이 여전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선 8기 제주도정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의 3개 기초자치단체 안을 마련했지만, 정치권과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현행 제주시·서귀포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월 <헤드라인제주>와 KCTV제주방송, 삼다일보, 한라일보 등 제주지역 언론 4사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기초자치단체 도입 자체에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지만, 행정구역 개편 방식에서는 현행 2개 행정시 체제에 대한 선호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 보기) 

행정구역

여기에 임기 초반 최대 현안인 제2공항 문제 해결에 도정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행정체제 개편은 상당한 사회적 논의와 갈등 조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제2공항 문제와 동시에 추진하는 데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위 당선인의 입장은 당분간 행정시장 책임행정제 운영에 무게를 두면서 현행 행정체제의 실효성을 점검한 뒤, 도민 여론과 정치권 논의를 토대로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추진 시기와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에 따라 기초자치단체 도입 논의는 임기 초반보다는 중반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핵심 공약의 이행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초자치단체 도입 여부와 행정구역 설정을 둘러싼 공론화 과정 자체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주민투표를 통한 최종 결정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임기 내 추진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차기 지방선거가 예정된 2030년 이전까지 제도적 정비를 마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적 여유는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로드맵 제시 없이 논의만 뒤로 미룰 경우, 공약의 신뢰성 훼손 측면 뿐만 아니라 도정운영의 안정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 임기 후반부에 더 큰 논란과 혼선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순한 속도 조절이나 상황 관망이 아니라, 임기 초반부터 구체적인 일정과 실행 계획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 요구된다. 미루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