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항 8개월 만에 중대 기로 선 칭다오 항로…전면 재검토 불가피

법제처 "연 최대 72억원 손실보전 협정, 중앙투자심사 대상"
"도의회 동의만으론 안돼"…재정·경제성 사전 검토 필요
위성곤 도정 출범과 맞물려 '폐지냐 재정비냐' 선택의 기로

2026-06-17     윤철수.홍창빈 기자
제주~칭다오

[종합] 제주와 중국 칭다오를 잇는 국제 정기화물선 항로 사업이 취항 8개월 만에 중대 기로에 섰다.

법제처가 제주특별자치도가 선사에 지급하기로 한 손실보전금을 지방재정법상 중앙투자심사 대상이라고 판단하면서 사업 추진의 적법성과 재정 부담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항로 사업 전면 재검토와 폐지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이어서 차기 도정 출범과 함께 사업 전반에 대한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제처는 17일 제주도가 체결한 '제주항-칭다오항 간 신규항로 개설 협정'이 지방재정법상 투자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쟁점은 제주도가 선사 측에 지급하기로 한 손실보전금이다. 협정에 따르면 제주도는 3년 계약기간 항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해야 하며, 지원 규모는 연간 최대 7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제주항 하역업체 지원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개설된 제주~칭다오 정기항로가 제주항의 무역항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기업의 물류비 절감과 운송기간 단축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해 왔다. 실제 기존 부산항 경유 방식보다 물류비는 62% 절감되고 운송기간은 최소 2일 단축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취항 이후 물동량 확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손실보전금 부담 논란이 확산됐다. 항로의 필요성보다는 충분한 물동량 확보 대책 없이 취항을 서두른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법제처는 이번 유권해석에서 손실보전 협정을 '예산 외 의무부담'으로 판단했다.

법제처는 "예산 외의 의무부담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장래에 기존 예산 외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며 "신규항로개설협정은 항로 운영에 따른 손실 비용을 의무적으로 보전하도록 하고 그 산정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예산 외 의무부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손실보전 의무는 법령이나 조례가 아닌 협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소요재원 조달 능력과 재정·경제적 효율성 등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도의회 동의만으로 투자심사를 생략할 수 있다고 볼 경우 지방재정법상 재정 건전성 확보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협정은 법령과 조례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한 예산 외 의무부담에 해당해 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유권해석으로 칭다오 항로 사업은 투자심사 절차 이행 여부를 둘러싼 적법성 논란과 함께 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차기 위성곤 도정의 정책 판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칭다오 항로 개설 취지에는 도민사회에서도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제주항의 무역항 기능을 강화하고 물류비와 운송시간을 줄여 제주기업의 수출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사업 추진 과정이다. 충분한 물동량 확보 대책 없이 취항이 이뤄지면서 빈 컨테이너 운송이 반복됐고, 결국 막대한 손실보전금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민 여론도 항로 유지보다는 중단 쪽에 다소 무게가 실리고 있다.

6·3 지방선거 공동보도 협약을 체결한 헤드라인제주와 KCTV 제주방송, 삼다일보, 한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제주~칭다오 항로에 대해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응답은 35%인 반면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은 43%로 나타났다. 부정적 의견은 '손실 부담'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결과 보기)

칭다오

이제 관심은 위성곤 당선인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칭다오 항로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며 필요할 경우 폐지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폐지'가 단순한 운항 중단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국제 해상물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면 개편을 뜻하는 것인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위성곤 도정은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업 구조를 개선할 것인지 △일정 기간 운항을 중단한 뒤 물동량 확보 대책을 마련해 재추진할 것인지 △칭다오 항로를 정리하고 새로운 국제 물류 대안을 모색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폐지냐 재정비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사업을 폐지할 경우에는 계약기간 3년 만료 이전 중도 해지에 따른 위약금과 법적 책임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반면 현 체제를 유지할 경우에는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손실보전금 부담과 재정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위성곤 도정은 중도 해지에 따른 비용과 향후 손실보전금 부담, 항로의 정책적 필요성과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검토해 최적의 선택지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적법성과 재정 건전성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취항 8개월을 맞은 칭다오 항로 사업은 사실상 원점에서 존폐 여부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