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61) 막스 부르흐 바이올린협주곡1번 2악장 아다지오

2026-06-17     정은실

언젠가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K~12), 꿈나무 음학도들의 콩쿨 연주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기량에 있어서 성인 못지 않고 심지어 음악을 소화해 내는 태도나 표정에 가히 놀랐었다. 그때 필자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던 것은 바이올린 연주자의 반 이상이 하나같이 부르흐의 바이올린협주곡1번을 연주곡으로 가져 온 일이었다. 배경이 각각 다른 학생들이 이토록 일률적으로 호감을 느끼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곡이고 바이올린의 기량을 뽐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곡이기 때문이다. 브루흐는 일생동안 3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기고 있는데, 그 중 이 바이올린 제1번이 그의 대표적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부르흐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은 콜 니드라이, 스코틀랜드 환상곡(Scottish Fantasy)와 함께 브루흐를 대표하는 곡이다

브루흐는 19세 때 명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의 연주회에서 영감을 얻고 요제프 요하임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모두 쏟아 부을 수 있는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어 작곡에 들어가고 요하임에게 보여주고 서로 왔다갔다를 반복하면서 착수한 지 무려9년 만에 이 협주곡을 완성한다. 그런 곡이라 그런지 완성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완벽한 짜임새의 곡이다. 세계 3대 바이올린협주곡이라 하면 제일 먼저 부르흐의 곡을 꼽는 이유는 이러한 완성미에서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나머지 두 곡은,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과 브람스의 곡을 꼽을 수 있고 5대 바이올린협주곡이라 하면 여기에 멘델스죤과 차이코프스키 곡을 들 수 있다. 5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 4곡이 독일인이라는 것에 대해 요세프 요하임(Joseph Jochaim 1831-1907)이 일갈한 대화가 있다. ‘우리 독일인은 바이올린협주곡 4곡을 가지고 있다. 가장 위대한 곡은 베토벤 협주곡이고, 그 진지함에 있어서 베토벤과 견줄만 한 곡은 브람스 곡, 또한 음률면에서 가장 풍부하고 매혹적인 곡은 부르흐 곡 그리고 내면적인 마음의 보석 같은 곡은 멘델스죤의 곡’이라 했다.

전악장 다 합쳐서 이십 오분 남짓되는 곡으로 브람스나 베토벤 등 타 협주곡과 비교해볼 때 그리 길지 않은 곡이다. 이십 오분 정도 되는 곡을 장장 9년에 걸쳐 완성했으니 그 완성도는 어떠했을까 가히 짐작이 간다. 알레그로 모데라토로 시작되는 1악장은 서주(prelude)답게 플륫과 목관악기의 느릿한 시작으로 바이올린이 나오면서 뒤에 가서는 금관악기까지 합세하여 웅장한 축을 이룬다. 2악장 아다지오는 이 곡 전체에서 가장 호평이 나 있는 이 협주곡의 심장으로 알려져 있다. 여릿하고 앳된, 애수에 찬 유려한 음률의 매력적인 카덴차로 시작되고 악장 내내 잔잔한 관현악의 반주에 맞춰 카덴차가 흐르는 최고의 악장이다 흔히 부르흐의 곡에서 볼 수 있는 명상과 기도의 음률 외에도 누구에겐가 호소하는 듯한 애틋함이 묻어나는 악장이다. 3악장 피날레에 와서는 알레그로 에너지코(allegro energico)로 에너지가 넘치는 반전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같은 음률을 활기찬 템포로 이어져 나간다.

독일 중부 퀼른에서 태어난 막스 부르흐(1838-1920)는 거의 평생을 교육에 힘써 온 작곡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타도시, 타국을 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학한 그는 전통적인 기독교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한때 유대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던 작곡가다. 그의 유명한 곡, 콜 니드라이는 오래된 히브리 성가에서 따온 음률로 그의 곡 중 가장 유명한 명상적인 곡인데 바로 이 곡으로 인해 유대인으로 오해를 받았다. 그는 타지에 살면서 민요를 많이 수집했던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스코틀랜드 환상곡이나 콜니드라이, 바이올린협주곡1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애수에 찬 그리움의 이미지는 그가 각 나라를 다닐 때 주로 수집했던 그 나라, 또는 그 민족의 민요와도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고향, 퀼른에 대한 향수도 한 몫했으리라 여겨진다.

막스 부르흐의 삶을 기억하면서, 이민자인 우리의 떠나온 고향을 추억하면서 다시 듣는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더욱 정감있게 와 닿는 이유다.

막스

큐알(QR)코드  

정은실의 '알고 듣는' 클래식에서는 음악을 바로 들으실 수 있도록 큐알(QR)코드가 함께 게재됩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하고 화면에 나타나는 주소를 클릭하면 유튜브로 연결되고 플 레이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재생됩니다.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