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메따이‘가 꽃향기 쪽으로 걷고있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같은 반, 같은 교복을 3년 동안 같이 했던 친구(문용필)가 시집을 발간했다. 「꽃향기의 궤적」이다. 대학 이후 시인은 이 기고문 필자인 저의 ‘사회(社會)’였다. 제가 사회를 보고자 할 때 창의 역할을 했고, 그 아팠던 시절, 그 사회에 가면 이 시인이 거기 있었다.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나 혹은 나의 의견을 떠벌리면 백퍼 동감해주면서 그 방향을 알려주는 규범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도르노를 읽고 있는 상황에서 시집 발간 소식을 듣고, 메모를 남기기 시작했다. “예술은 타자에 대해 마치 쇳가루를 펼쳐놓은 곳의 자석처럼 작용한다.” 이 구절이 연결되면서 주관적으로“아아! 친구가 한 생을 살아내면서 본인과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려고 노력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적중! 프롤로그에 “서로의 등을 조용히 내어주며 위로하던 순간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마당 끝 평상에 오래 머물게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이 시인의 성격이 원래 그러했다. 호호호
ebook은 처음 접했다. 여백에 메모를 해야 진도를 뺄 수 있는 저가 아직은 어색하기 짝이없다. “아이고 무신 숭신고?”(아이고, 어떻게 해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저도 오늘부터 ebook의 궤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인이 된 친구는) 삶을 넓게 살려고 했었구나. 혼자의 생각으로는 한을 풀 수 없어서 걸음으로 성찰하고,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다리로 그 힘든 무게(“술병에 구겨진 젊은 날의 이상들”)를 내려 놓으려 했구나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시들마다 자연과 세상과 사람을 관조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관조 속에서 읽는 이들도 쉬어갈 수 있도록 하는 따뜻한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모습이 애잔하다. 시인은 대학시절 모 대학의 “00투 위원장” 역을 맡았었다. 연결된다. 세파에 움츠려든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 위로해 보려는 시인의 본 모습이 읽혀진다.
눈을 통해 생명체를 읽고,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찾아낸다. 어릴 때 자연에서 자랐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하는 시점에서, 고향자연으로 돌아온 중년 느낌이 물씬 물씬하다. “물메(수산, 水山)따이”(제주도 애월 수산이라는 동네의 아이라는 표현)가 아니면, 다시 물메 마을로 돌아온 착한 중년이 아니면 표현하기 쉽지 않은 자연들이 시 속에 등장한다.
농사일기를 써보라했던 저의 제안, 시가 되어 돌아왔다. “옥수수 심는 날”제목을 보고 알았다. 시집발간 축하하러 물매 집에 들렀을 때 보여준 그 큰 밭의 옥수수들? 호호호 저는 김해평야를 옮겨왔느냐고 물었다. 시인 왈, 힘들다고 했다. 한 4개월 고생하면 되는 것이어서 그래도 농사품목으로는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 이렇게 시를 읽는 상황에서 저의 느낌과 시, 현실공간과 시인의 마음이 싱크로가 될 줄이야! 이제는 그 시인에게 일기를 쓰든 시를 쓰든 종이만 갔다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권했던 저의 짐을 내려놓게 되었다. 호호호 역시 친구들의 말을 잘 받아주는 ‘동감의 신(神)’인 친구가 시인이 되어 시를 통해서 세상을 품어주고 있다. 고맙습니다.
저자를 알고 시를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시 하나하나에 걸려드는 극한 감정이입이 길을 막는다. “매화향 번지던 뒷산 길 / 마른 솔잎 밟으며 / 끝내 걷지 못한 / 들풀이 막아선 길” 저도 한국 사람인가보다.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으윽’하고 내려섬이 느껴진다.
시인은 말한다. “그리움은 늙지 않는다.” 3부 제목이다. 저도 댓구로 대답한다. “글쓰기는 나이들수록 젊어진다.” 3부의 첫 “고무신”!!! 제주어를 넣고도 그리움과 시인의 작금의 마음을 잘 그려내었다. 이 시를 어머니에게 읽어드렸을까? 다음에 시인 댁에 들르면 어머님에게 그 자리에서 읽어드리도록 퍼포먼스를 해야겠다. 저는 그리움 관련 가곡 들 중 몇 곡 불러드리고!! 아싸!!! 90이 넘으신 노모 모시기를 즐겨할 수 있도록 도와야하겠다. 호호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회를 세워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시다면 손수건을 들고 이 시집을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곳곳에 넘어가기 어려운 시들이 있다. ‘시적 자유’에 대해 해석의 자유를 취해보면 “너의 8월”에서 그 친구를 떠나보내고, 입암산성으로 찾아갔으나 친구기척은 없고, 술잔위에 내려앉은 젖은 낙엽에서 “님”을 만나는 아픔을 느꼈던 것이구나.
“내가 갈대”처럼 흔들리지 않으려 하시더라도 울 때는 우시길! 이승을 뜰 때 흔들리지 않으려 울지 않으려는 억지 훈련을 하지말으시고, 울 때는 울 수 있기를! 그래야 마음이 가벼워져서 시인이 그 길을 가야할 때 흔들리지 않을 듯!
시를 읽다 시인의 동네한바퀴에서 만나는 수산저수지까지 시 속에서 도착했다. 거센파도를 보고 자란 여느 제주 섬소년들의 억샘 속에, 저수지의 잔잔함을 보고 자란 시인만의 착함이 있다. 제주에는 저수지 보기가 쉽지 않다. 적다는 말이다. 그 잔잔한 저수지! 시들을 통해서 가끔 조용한 물안개 위에 그려진 이승과 저승, 노모와 어린시절 그리움, 생명과 사랑 등을 읽을 수 있었다.
시에 대한 저의 첫 비평문이다.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저는 비평을 할 소양도 갖추고 있지 않다. 꽃향기 쪽으로 걷고 있는 시인에게 흥얼거리면서 걸으시라 “님”이라는 시에 곡이나 하나 붙여 선물해드려야겠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