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없이’…선거구획정위, 결국 비례대표 숫자만 늘렸다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5명' 증원 의결에...짜맞추기 논란
거대정당 독점구조 속 최대치 증원...교육의원 폐지 대안?
 지역구는 ‘2년 전 인구’ 적용 현행 유지…위헌성 피하기 급급

2026-04-22     윤철수 기자
ⓒ헤드라인제주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에 적용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선거구 획정안은 결국 이렇다 할 합리적 조정안 없이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치로 늘리는 방향으로 제시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2일 제16차 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안을 최종 의결하고, 결과보고서를 도지사에게 제출했다.

이번 획정안은 전체 의원 정수를 지역구 32명, 비례대표 13명 등 총 45명으로 정하고, 선거구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결과적으로 기존(지역구 32명, 비례 8명)과 비교해 비례대표만 5명 늘었을 뿐, 나머지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선거구 획정은 제주도의원 정수 조정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추진됐다. 개정안은 전체 의원 정수를 ‘45명 이내’로 규정하고, 비례대표 비율을 기존 20%에서 ‘25% 이상’으로 상향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은 최소 11명에서 최대 13명까지 가능해졌으며, 선거구획정위는 이 가운데 최대치인 13명을 선택했다.

획정위는 “법령 개정 취지에 맞게 일몰되는 교육의원의 역할을 비례대표가 수행하도록 해 교육사무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후보자와 유권자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지역구 조정 대신 비례대표 정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 "교육의원 역할 수행?"...구색 맞추기 논리...소수정당에 기회 커졌나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의원 폐지에 따른 교육사무 연속성 확보와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 반영이라는 명분은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주요 정당의 비례대표 추천 기준에서도 교육 분야 등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적극 발굴하려는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다.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 확대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의석 배분 기준인 ‘3% 득표율’ 조항이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지만, 광역의회에 적용되는 공직선거법상 ‘득표율 5% 이상’ 기준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수 정당의 진입 장벽은 그대로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 증원이 거대 정당의 의석 독점 구조만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표성 확대’라는 명분이 ‘정당 몫 늘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진출을 위한다면 5% 득표율 제도부터 폐지가 우선되어야 하고, 교육의원 전문인력 확보 차원이라면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거나 순번을 결정할 때 전문성 가산점 제도 등도 둬야 한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3명 정도 증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후 5명으로 늘려도 괜찮을 법 했는데, 너무 서둘러 정하면서 거대 정당 독식구조만 강화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최대치 증원→ 유연성 사라져...향후 분구 위해 또 정수 확대?

아울러 이번 5명 증원 결정은 향후 선거구 조정의 유연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법 개정은 전체 의원 정수를 ‘45명 이내’로 설정하면서, 그 범위 안에서 의석 구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비례대표를 최대치로 채우면서 향후 분구 대상 선거구가 발생하더라도 지역구를 늘릴 여지는 사실상 사라졌다.

만약 이번에 비례대표를 3명만 늘렸다면 향후 최대 2개 선거구를 추가로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유연성이 사라지면서, 향후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해질 경우 다시 법 개정을 통해 전체 정수를 늘리거나 비례대표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비례대표 증원을 최소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던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 선거구 현행유지 결정도 논란...위헌성 피하려고 '과거 통계' 적용

앞서 획정위는 최대 쟁점이었던 삼양동·봉개동 선거구 분구 문제에서도 현행 체계 유지를 결정하며 ‘짜맞추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획정위는 당초 ‘2025년 7월 31일’을 기준으로 논의를 이어왔지만, 최종 결론 단계에서 인구 기준일을 돌연 ‘2024년 12월 31일’로 변경 적용했다. 2025년 7월 기준 인구수 3만1794명을 적용(상한선 3만1339명, 하한선 1만446명)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편차 기준(3대 1)의 상한선에서 455명 초과해 분구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삼양동.봉개동의

결국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근 통계’가 아닌 ‘과거 통계’를 적용한 셈이다. 해당 기준을 적용하면 형식적 위헌 소지는 해소되지만, 이후 인구 증가를 고려할 경우 실질적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처럼 이번 획정안은 비례대표를 최대치로 늘린 것 외에는 구조적 개선이나 합리적 조정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획정위는 보고서 말미에서 “비례대표 증원 취지에 맞게 각 정당이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춘 인사를 발굴하고, 정치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미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실효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선거구획정위 결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 이유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