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서포터즈, 제주월드컵경기장 훼손 사태에 성명...끝내 사과는 없었다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문제 제기 목소리 억누르려는 흐름이다"
'사과'는 없고, '연고이전' 핑계로 행위 정당화 뉘앙스까지...비판 이어져
최근 제주SK와 부천FC의 경기에서 부천 팬들이 경기장 내 SK로고를 테이프로 훼손하고, 팬 스토어 직원을 위협하는 사건과 관련해 부천 서포터즈 '헤르메스'가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과'보다는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부천FC 서포터즈 헤르메스는 8일 자신들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최근 SK 원정 경기와 관련된 논란 속에서 경기장 내 일부 표현과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르메스는 "이에 대해 향후 응원의 방식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보다 책임 있는 방향으로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스스로의 기준을 더욱 엄격히 세우고, 국내 최초의 서포터 헤르메스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이어가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성명은 의외였다. 헤르메스는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안을 둘러싼 현재의 흐름에 대해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라면서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단순한 질서와 매너의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외면해온 본질적인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목소리를 불편하다는 이유로 억누르려는 흐름이다"라고 덧붙였다.
헤르메스는 또 "부천 서포터즈들에게 '연고지 이전'은 결코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그 결정은 지역과 팬의 존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이뤄졌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내 팀과 공동체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덮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논의는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에는 침묵한 채 표면적인 행위만을 문제삼아 모든 책임을 팬들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응원의 방식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배경이 되는 문제의식까지 부정되거나, 문제제기 자체가 부적절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고 했다.
부천 팬들이 경기장을 훼손하고, 팬 스토어 직원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면서도, 이를 단순한 질서, 매너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이를 정당화하는 것 같은 뉘앙스까지 풍겼다. 사실상 이번 문제를 SK 구단의 연고이전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날 발표한 헤르메스의 성명은 연고이전을 방패로 이같은 경기장 훼손 행위를 계속해서 하겠다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신들의 경기장 훼손 행위 등에 대해 먼저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먼저다. 이날 성명문에서 '죄송하다', '사과드린다'라는 워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같은 성명문에 축구 커뮤니티에서도 "사과는 없다"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제주와 부천의 경기를 앞두고 부천 팬들이 원정석(S석) 전광판 기둥에 부착된 제주SK의 모기업인 'SK 에너지' 로고를 테이프로 훼손했다.
이들은 경기장 구석구석에 SK 그룹을 비방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부착하며 경기장을 훼손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인 오후 4시 54분쯤, 부천 팬 6명이 경기장 앞 팬 스토어를 두드리고 발로 차는 등의 난동을 부렸다.
이에 팬 스토어 직원이 "뭐하는거냐"라며 항의하자, 부천 팬들은 "화가 나서 그랬다"며 직원을 위협했다.
이밖에도 부천 서포터즈들은 제주에서 뛰었던 안태현, 윤빛가람 등 선수들에게 제주SK 서포터즈에게 인사하지 않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부천 팬들은 경기 전 오재혁의 K리그 100경기 출장 기념식에서도 야유와 함께 "연고이전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오재혁은 과거 부천 유니폼을 입고 뛴 적이 있다.
경기 후에는 부천에서 뛰었던 오재혁과 박창준이 원정석으로 인사를 하러 가자, 손가락 욕설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