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부활 성야미사 거행..."상처.갈등 속에서도 평화를 향해"
천주교 제주교구-각 개신교회, 부활 성야 미사.예배 거행
2000여년 전 죽음에서 사흘만에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예수 부활 성야미사와 예배가 4일 밤 제주도내 모든 천주교 성당과 개신교 교회에서 거행됐다.
파스카 성야미사는 천주교 전례에 있어 가장 성대한 미사로, 이날 각 성당에서는 전례 예식에 따라 빛의 예식과 말씀의 전례, 세례 및 갱신식, 성찬의 전례 등이 진행됐다.
빛의 예식을 통해 신자들은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부활초에 불을 축복하고, 그 불을 신자들의 초에 나누며 예수의 부활을 기념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비오 주교는 주님 부활 대축일 사목서한을 통해 "부활의 신앙으로 평화를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문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사건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과 역사를 새롭게 하는 하느님의 살아 있는 힘"이라며 "부활은 죽음을 넘어 생명으로,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갈등을 넘어 평화로 이끄는 하느님의 승리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의 소용돌이는 아직도 우리 모두에게 평화의 손길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며 "또한 지난 몇 년에 걸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이어지고 있고, 미얀마를 비롯해 내전에 휩쓸린 여러 나라들의 상황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많은 사람이 고통과 좌절을 겪으며 어둠의 골짜기를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제주 땅에도 잊을 수 없는 고통의 역사가 있다. 제주 4·3의 비극"이라며 "당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대다수의 가정이 깊은 상처를 품고 오랜 세월을 살아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아픔은 단지 과거에서 끝난 게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기억"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그 기억을 증오와 분열의 기억으로만 남겨 두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제주의 많은 사람들은 눈물 속에서도 화해를 선택했고, 상처 속에서도 평화를 향해 걸었다"며 "부활 신앙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 주교는 "십자가의 어둠을 지나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듯이, 우리의 역사도 상처를 넘어 희망의 역사로 변화될 수 있다"며 "제주는 오랫동안 '평화의 섬'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평화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평화는 기억을 통해 배우고, 대화를 통해 만들어 가며, 용서를 통해 완성된다"며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던지신 첫 메시지는 바로 평화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사회 안에도 여전히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며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가 계속 충돌하고 있다. 우리 제주 역시 제2공항 건설에 따른 대립과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전국 이혼율 1위, 전국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심각한 지표에서 드러나듯이 사회적 문제와 갈등 속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를 처절히 고민해야 한다"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는 한 가지 길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 바로 참된 평화를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주교구는 특별히 4·3과 강정 해군기지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화해와 치유를 위한 기도를 이어왔고, 사회문제들의 장벽 앞에서도 생명과 평화를 위한 순례를 멈추지 않았다"며 "이 순례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살아가는 신앙의 여정"이라고 전했다.
문 주교는 "부활 신앙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향해 있다"며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사랑으로 창조하셨다. 제주의 자연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귀중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다와 오름, 숲과 돌담,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드러낸다"며 "우리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존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활의 신앙은 우리에게 새로운 눈을 뜨도록 요청한다. 상처의 역사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게 하고, 갈등의 현실 속에서도 평화를 선택하게 한다"며 "우리 모두 부활의 신앙으로 평화를 이루며 살아가자"고 거듭 당부했다.
문 주교는 "이 제주 땅이 상처를 넘어 치유로, 갈등을 넘어 화해로, 죽음을 넘어 생명으로 나아가는 평화의 섬이 되기를 기도한다"며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과 공동체, 그리고 이 제주 땅 위에 풍성히 내리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