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중점평가사업’ 지정 예고…의미와 과제

11년째 갈등 '제2공항', 도민 자기결정권 숙의 공론화 본격화
갈등조정협의회, 숙의공론화 기구로 운영...결과 심의위 제출
"찬반 결론보다 가능한 조건.대안 제시"...갈등 해소 분수령
찬반측 참여 갈등협의회 구성, 어떻게?...합의점 도출 가능할까

2026-03-24     윤철수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11년째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한 것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도민 사회의 최종 판단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2공항 건설사업의 기본계획이 고시되고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선 숙의형 공론화이자 도민 결정권 행사 과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주도의 중점평가사업 지정 방침은 지난 23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주간혁신 성장회의에서 제시됐다. 오 지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나타난 점을 언급하며 "도민을 둘로 가르는 방식이 아니라 도민이 함께 답을 찾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점평가사업은 환경영향평가법에 근거한 기후환경부 예규인 '환경영향평가서 협의업무 처리 규정'에 명시된 제도다.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을 지정해 환경영향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정 대상은 △환경문제로 인한 집단민원이 발생해 환경 갈등이 있는 경우 △생태·경관 1등급 지역이나 습지보호지역, 천연기념물 보호지역 등이 포함된다.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되면 전문기관과 지역주민, 민간단체 등이 참여하는 합동 현지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환경영향 조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의미는 크다. 

이번에 오 지사가 제시한 방안은 관련 예규를 토대로 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식까지 담아 갈등 현안 해결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드러낸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중점평가사업 지정 시점을 한 템포 앞당기고, 갈등조정협의회를 단순 협의기구가 아닌 숙의형 공론화 기구로 운영하겠다는 점이 핵심이다.

우선 중점평가사업 지정 시점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 단계로 앞당기기로 했다. 오 지사는 “지정 시기를 본안 제출 이후가 아닌 초안 제출 시점으로 앞당겨 검증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중점평가사업 지정 이후 구성되는 ‘갈등조정협의회’는 숙의형 공론화 기구로 운영된다. 협의회에는 도민과 전문가, 환경단체, 사업자,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며, 숙의 토론을 통해 도출된 결과는 환경영향평가심의회에 제출해 반영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협의회의 숙의 토론은 제2공항에 대한 단순한 찬반 결정보다는 대안 도출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제시됐다.

오 지사는 “갈등조정협의회를 숙의 공론화 기구로 구성해 토론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협의회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같이 찬반을 결정하기보다 수용 가능한 조건과 대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론화가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도의회 등과 협의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전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 투명한 공개, 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3대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찬성하는 도민과 반대하는 도민 모두가 이 과정을 통해 제주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지사가 제시한 ‘갈등조정협의회’는 민선 8기 출범 초기 내세운 ‘집단지성을 통한 갈등 해결’과 ‘도민 결정권’ 실현을 위한 방법론적 구상으로 볼 수 있다. 

23일

이번 방침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2공항 관련 이슈가 분출되는 시점에 발표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의 ‘중점평가사업’ 지정 구상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와 기본계획안 의견 수렴 당시부터 제시돼 온 내용이기도 하다.

2023년 2월 환경부가 제주도의 중점평가사업 지정 요청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히자, 제주도정은 도 권한이 있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오 지사는 같은 해 9월 도정질문 답변에서 “도민 결정권의 방식이 주민투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기된) 5가지 검증 사안은 환경영향평가 중점평가사업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은 올 하반기쯤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정의 이번 방침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빠르면 올 하반기 중 중점평가사업 지정과 함께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갈등조정협의회를 숙의 공론화 기구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인 숙의 공론조사의 경우 다양한 계층의 도민이 참여하는 반면, 갈등조정협의회는 전문가와 환경단체, 사업자, 정부 관계자 등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도민 참여 폭을 넓히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참여 인사 구성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찬성 측과 반대 측 간 논쟁과 대립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일부 찬성 측에서는 중점평가사업 지정과 갈등조정협의회 운영 자체에 반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찬반 양측이 모두 참여하더라도 토론을 통해 수용 가능한 조건과 대안을 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점평가사업’ 지정이라는 카드를 통해 도민 결정권 실현을 위한 공론화 절차가 본격화됐지만, 이를 통해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발표를 둘러싸고 도민사회에서는 갈등 해소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찬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동시에 제기되는 이유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