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들이는 농업용 관정 영향조사, 졸속 추진 우려...왜?

제주시, 농업용 관정 영향 조사 '속도전'으로...이유 알고보니...
'지하수 합리적 이용' 목적임에도 '안정적 용수공급'으로 둔갑
지하수 영향조사 언급없고..."농가 생존권 직결된 사안" 황당 논리

2026-02-25     윤철수 기자

제주도내 지하수 관정 중 농업용 비중이 68%에 달하면서 과다 사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행정시에서 시행하는 지하수 영향 정밀조사가 졸속적으로 추진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조사의 당초 목적과 취지는 뒤로 하고, 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속도전'만 고수하는데 따른 것이다.

제주시가 25일 발표한 '2026년 농업용 지하수관정 영향조사' 계획은 관계부서의 안이한 인식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제주시는 올해 영향조사를 실시하는데 투입하는 비용은 무려 10억8000만원에 이른다. 조천읍 지역 57공, 구좌읍 지역 51공 등 108공을 대상으로 정말 영향 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영향조사는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관리조례에 따라 5년마다 시행되는 법정 조사다. 농업용 관정의 사용 유효기간은 5년으로 돼 있어, 각 관정마다 5년 주기로 영향조사를 거쳐 연장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영향조사 비용은 관정 유역 면적을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올해에는 조사 대상 관정이 많아지면서 사업비 규모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행정당국이 제시하는 영향조사의 목적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향조사는 관정 주변의 영향범위와 포획구간을 예측·분석하고, 지하수 고갈 가능성과 수질 오염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함이다. 

관정의 개발.이용이 주변 지하수 수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주변 지하수위 저하나 고갈 위험은 없는지, 양수로 인해 염분 침투나 오염물질 유입 등 수질 오염 우려는 없는지 등을 평가한다.

그러나 제주시의 영향조사 설명 자료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농가 생존권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며 9월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월에 착수한 조사는 9월에 완료 목표로 추진된다. 조사 대상 관정은 늘어났음에도, 제주시는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조사 목적과 관련해서는 '지하수의 합리적 이용 및 관리'라는 본래 목적은 아예 빠져 있고,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라는 내용이 자리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부서의 입장에서도 영향조사의 목적은 모호하게 다가온다.

제주시 관계자는 "최근 가뭄 등 기후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하수 영향조사는 농가 생존권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고 전제한 후, “순차적인 관정 점검과 노후 시설 정비를 통해 농민들이 물 걱정 없이 영농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농업 기반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향조사는 농가 생존권과 직결된..."라는 황당한 논리까지 펴고 있다. 행정당국조차 영향조사 목적을 왜곡시키며 유효기간 연장의 이례적 절차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낱 통과 의례로 전략한 농업용 관정 지하수 영향조사, 그럼에도 도민의 혈세는 올 해 제주시 지역에서만 10억 원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하수로 농사 짓는다"...제주도 관정 68%가 '농사용'

지난 해 말 기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하수 허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내 지하수 관정은 총 4508개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농업용이 전체 67.9%에 이르는 3062공을 가장 많다. 10공 중 7공 가까이는 농어업용이란 의미다. 

다음으로 생활용은 29.0%인 131공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공업용은 124공, 먹는샘물 제조용으로 개발된 관정은 11공이다. 

지하수 취수 허가량(한달 기준)은 총 4512만톤이다. 농어업용이 2499만6000톤(55.4%)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생활용 1947만9000톤 △공업용 50만5000톤 △먹는샘물 14만1000톤 등이다.

농업용에서는 사설 관정 2122공(허가량 425만3000톤), 공공 관정 940공(허가량 2074만3000톤)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