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원 선거구, 위헌성 피하기 급급…결국 '짜맞추기' 획정
[해설] 선거구획정위, 인구편차 기준시점 '전전년도' 적용...왜?
당초 '작년 7월'→ '삼양.봉개' 분구 어렵자 '2024년 12월'로
'최근 통계' 놔두고 무리수...작년 기준으론 사실상 위헌적 획정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적용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선거구 획정의 최대 쟁점이던 '삼양동.봉개동' 선거구의 분구(分區) 문제와 관련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현행 선거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인구수 적용시점을 전년도 기준이 아니라 전전년도 12월말로 설정하는 방법으로, 분구대상이 분구이유를 사라지게 한 방법을 쓴 것이다. 위헌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짜맞추기 결론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3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구획정위원회 제14차 회의에서 도의원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일을 '2024년 12월 31일'로 정한 안이 의결됐다.
그동안 획정위는 출범 이후 줄곧 ‘2025년 7월 31일’을 기준일로 삼아 논의를 이어왔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에서, 전년도 인구가 아닌 전전년도 인구로 기준일을 돌연 변경했다.
이유는 제주도의원 32개 지역구 중 분구대상이 되는 삼양동.봉개동 선거구를 현행 체제로 유지시키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다.
선거구획정위가 지난해 7월 말 기준 제주 인구수(66만8579명)를 토대로 32개 선거구 평균 인구(2만893명)를 산정한 결과, 삼양동·봉개동 선거구가 인구편차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편차 상·하 50% 범위(3대 1)를 적용하면 선거구별 인구 상한선은 3만1339명, 하한선은 1만446명이다.
삼양동.봉개동 선거구 인구는 3만1794명(삼양동 2만6656명, 봉개동 5138명)으로, 상한선을 455명 초과했다. 때문에 작년 7월 말 인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삼양동.봉개동 선거구는 분구를 해야 한다.
문제는 선거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마땅한 분구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삼양동을 독립 선거구로 분리하고 봉개동을 다른 동 지역과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인접한 아라동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현실적인 조정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일 변경이라는 선택지가 부상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선거구획정위는 내부 논의 끝에 인구 기준일을 '2024년 12월 31일'로 적용해 분구 없이 현행 선거구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2024년 기준 제주도 인구수(67만2616)를 기준으로 할 때 삼양동.봉개동 인구는 3만1441명(삼양동 2만6276명, 봉개동 5165명)으로 3대 1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제주특별법 제37조에 따라 인구뿐 아니라 행정구역, 지세, 교통 여건 및 그 밖의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구 기준일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투표 가치의 평등 문제와 지역 주민 의견, 지역사회의 특수성을 두고 위원들 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으며, 심도 있는 토론 끝에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법상 투표 가치의 평등 원칙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구 기준일을 뒤로 돌려 분구 부담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위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짜맞추기식 인구편차 기준 적용에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인구편차 기준이란 선거구를 나눌 때 각 지역구의 인구 차이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준을 말한다. 헌재는 투표의 등가성(한 표의 가치가 최대한 같아야 한다는 의미)을 높이기 위해 인구편차 기준을 제시해 왔다.
2024년 12월31일 기준일을 적용하면 위헌 소지는 사라지게 됐으나, 작년 이후 시점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위헌적 요소를 그대로 안고 있는 것이다.
인구 기준일을 전년도 아닌 전전년도로 설정한 것은 제주도의회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사실상 처음 있는 사례로 꼽힌다. 2018년과 2022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제주도의원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일은 모두 전년 7월 31일이었다.
이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 기준(선거일 전 15개월이 되는 달의 말일 인구)보다도 약 3개월 더 이전 시점을 적용한 셈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의 지방의원 획정 기준일 관련 질의에 '입법 재량'이라는 점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지방선거는 이미 선거비용 제한액이 공고됐기 때문에 가능하면 최근 통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가 선거비용 산정에서는 ‘최근 통계’를 적용한 반면, 지역구 획정에서는 시차가 있는 ‘이전 통계’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통계 적용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기준 변경으로 삼양동·봉개동 분구 문제는 일단 피해갔지만, 헌재 결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사실상 위헌 소지를 남겼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