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한 광역행정통합, 제주도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데스크논단] 정부의 광역통합 정책과 '특별자치도 제주’의 딜레마
기초단체, 공공기관 유치전략 영향은?...재정지원, 제주도만 역차별?

2026-01-25     윤철수 기자

정부가 광역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국 각 지자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특별자치도인 제주도에는 기대보다 고민과 우려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20년 전 4개 시·군을 통합해 단일 광역행정체제의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제주도가, 오히려 새롭게 광역통합에 나서는 지역들에 비해 역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급부상한 광역행정통합 정책은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을 핵심 모토로 한다. '5극 3특' 전략은 전국을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로 재편하고, 권역별 성장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국가 공간구조 개편 구상이다.

정부가 제시한 5개 초광역권은 수도권을 비롯해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충청권(대전·충남), 전남권(광주·전남)이다.

이 같은 구상을 바탕으로 정부는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올해 국정과제 최우선 순위로 제시하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통합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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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 통합시에 대한 인센티브, 주요 내용은?

이 과정에서 세종시를 포함한 4개 특별자치시.도가 강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정부가 내놓은 광역 행정통합 지자체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내용이 발단이 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발표한 행정통합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 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수준이다. 인센티브는 크게 △재정 지원 △통합 특별시 위상 강화 △공공기관 우선 이전 △산업 활성화 등 4대 분야로 제시했다.
 
재정 지원에 있어서는 통합 특별시에 각각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수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가칭 ‘행정 통합 교부세’와 ‘행정 통합 지원금’ 신설 등을 포함해 국가 재원의 재배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위상 강화'는 통합 특별시에는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부단체장 수를 4명으로 확대하고 직급도 차관급으로 상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방본부장, 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보직도 1급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실·국 설치가 가능해지고, 소속 공무원 선발·임용·승진 등 인사 운영에 있어 자율성도 강화한다.

공공기관 이전 등에 있어 통합 특별시를 적극 우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27년 본격 추진 예정인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 특별시 지역을 우선 고려하되, 구체적인 이전 기관 등은 지역 선호, 산업 여건 등을 고려해 추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 활성화'는 통합 특별시가 기업 하기 좋은 창업 중심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입주 기업에 대해 고용 보조금과 교육·훈련 지원금을 지원하고, 토지 임대료 감면, 각종 개발 사업에 대한 지방세 감면 등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인센티브는 행정통합 대상 지자체에는 ‘최상의 제안’일 수 있지만, 특별자치 지자체에는 위기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 불이익, 나아가 역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우선 이전’은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해로 직결되는 전형적인 ‘제로섬(Zero-sum)’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우선순위에서도 특별자치 지자체가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강원·제주·전북 특별법’과 ‘행정수도 특별법’은 ‘광역 행정통합 특별법’보다 먼저 발의됐음에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4개 특별자치 시·도가 발 빠르게 공동성명서를 채택한 것도 이번 정부 발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별자치시.도는 성명에서 △국회는 광역 행정통합 특별법안 심사 시 강원.제주.전북특별법과 행정수도특별법을 같이 통과시킬 것 △교부세 등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우선 이전 등으로 기존 특별자치시.도가 소외되거나 불이익 받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투명한 원칙 아래 국가 자원의 공평한 배분도 주문했다.

◇ 기초자치단체 추진은?...공공기관 유치 영향은?...재정특례 역차별?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전북과 강원, 세종시와 연대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나, 다른 지역과는 결이 다른 고민을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민선 8기 도정의 핵심과제로 추진해 온 기초자치단체 설치,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 유치 전략의 문제가 그것이다. 

첫째, 정부의 ‘5극 3특’ 전략과 맞물리면서 제주의 기초자치단체 추진이 한층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민선 8기 도정의 핵심 과제로 추진돼 왔지만, 행정구역 분할 방식을 둘러싼 도민사회 여론이 분열되면서 주민투표가 성사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올해 7월 출범 목표도 무산됐다.

제주도는 민선 9기 도정 출범과 함께 이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의 현행 균형성장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주민 주도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지원’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행정통합을 통한 지방 성장을 당면 과제로 내세운 정부 기조 속에서, 제주의 기초자치단체 재추진은 정책 흐름에 역행하는 ‘역주행’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초자치단체 추진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둘째, 공공기관 유치와 관련해서도 제주도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타 지역보다 우선한 '특별한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다. 

기존 제주도 이전 공공기관 중 옛 재외동포재단이 2023년 6월 재외동포청으로 승격하면서 인천이 새로운 소재지로 결정됐다. 제주도로서는 공공기관이 오히려 줄어드는 '손실'을 본 셈이다.

이에 제주도는 이번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맞춰 1순위로 한국공항공사, 2순위로 한국마사회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는 행정통합에 나서는 지자체를 적극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모든 지자체가 공공기관 유치전에 뛰어든 상황에서, 어느 한 곳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특별자치 시·도 공동성명서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 달라’는 요구가 담겼지만, 이는 4개 특별자치 시.도의 공통된 입장일 뿐이다. 이미 다수의 공공기관을 보유한 강원도와 전북, 행정수도로 조성되는 세종시와는 처지가 다른 제주도 입장에서는 보다 분명하고 강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현재 대응은 보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통합행정시에 대한 파격적 재정 지원과 관련해서도 제주도 입장에서는 허탈감이 크다. 강원도나 전북, 세종시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2006년 7월 1일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정부는 제주도에 고도의 자치권 부여를 약속했지만, 재정 특례에 대해서는 매번 지역 간 형평성 논리를 앞세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추진되는 행정통합시에는 막대한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특별자치 20년을 맞은 제주도로서는 역차별이라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결국 광역 행정통합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은 제주도에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닌, 향후 행정체계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구조적 선택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딜레마에 직면한 제주도정의 고민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