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이야기] 중증장애인 24시간활동지원서비스, 생존을 위한 기본권

<권아름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25-12-30     권아름

활동지원팀 전담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는 화자는 사무실을 종종 방문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난다. 그중 활동지원사와 함께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이곳저곳을 다니며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뇌병변장애 당사자도 있다. 활동 영역으로 보기에는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신체는 한쪽 발가락뿐이다.

이렇게 활발히 움직이는 당사자임에도, 스스로 전동휠체어에 타고 내릴 수 없기에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체 일부를 움직여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당사자는 24시간 지원기준에서 탈락이다.

현재 제주는 최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24시간 지원을 우선 적용하고 있지만, 그 기준은 여전히 △상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신체 상태 △긴급 상황 시 자기구조가 어려운 의사소통·인지의 제한 △동거 보호자 부재·무돌봄 상태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나의 사례를 가정해보자. 상·하체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손가락 또는 발가락만 사용할 수 있다면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진 순간, 당사자는 이 핸드폰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응급상황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활동지원사가 출근할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다.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이 끝나는 순간, 나의 하루도 멈춥니다.”

중중장애인 A씨가 남긴 이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지원체계가 여전히 개인과 가족의 희생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실의 증언이다. 특히 최중증 장애인의 경우, 타인의 도움 없이는 식사, 이동, 위생관리 등 기본적인 일상조차 유지하기 어렵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고기 등급처럼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위험에 놓여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출발해야 한다.

이들에게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는 편의를 위한 추가 서비스가 아니라 하루의 시간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생존 조건이다. 따라서 대상 기준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야 하며, 다양한 생활·의료·환경 요인 등을 반영하여 유연한 평가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문제는 실제 지원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개인의 기능 상태만을 기준으로 종합조사표에 인정점수가 배분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이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상시 지원이 필요한 경우이거나 응급상황에 놓여있는 경우를 놓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는 제주시의 경우, 고작 8명에 불과하다.

예산 부족이라는 기준의 문턱 앞에 24시간 공백의 틈을 가장 고통스럽게 감당하는 사람은 장애인 당사자만이 아니다. 고령의 보호자이거나, 당사자 지원을 위해 생업을 이어갈 수 없어 직장을 그만두고 발생하는 소득 단절, 이로인 가족 전체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현재 기준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높은 문턱은 곧 24시간 지원이 ‘편의를 위한 추가 시간’이 아니라, 생명 보호를 위한 기준임을 분명히 말해준다.

더 나아가 최중증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말이 공허한 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활 전반을 실제로 지탱하는 지원체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공공성이 강화될 때 장애인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동등한 시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는 생존을 위한 최소 조건이며, 그 대상 기준의 완화는 더 많은 이들이 생존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필수 과제다.

우리의 하루는 24시간이다.

제도와 관심, 그 시간을 온전히 함께할 때, 비로소 ‘함께하는 사회’로 나갈 수 있다. <권아름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