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를 담지 못하는 행정소송법,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정태성 경영학박사 / 제주대학교 부설 부동산연구센터특별연구원

2025-12-29     정태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성문법 체계를 따르며, 일관된 업무 처리와 공정한 소송을 위해 명확한 법령과 규정을 갖추고 그에 따라 행정의 방향을 설정한다. 그러나 정작 행정 처분의 잘못을 다투는 '행정소송법'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984년 전부개정 이후 사실상 멈춰 서 있기 때문이다. 조문 수는 고작 40여 개에 불과해 상당 부분을 법원의 판례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행정소송규칙'이 제정되었으나, 이 역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에는 보완할 점이 많다.

2013년 정부가 의무이행소송 도입, 임시처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부처 간 이견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다행히 '행정기본법' 제정으로 행정법의 원칙은 어느 정도 정비되었으나, 실무적인 소송 절차를 담은 행정소송규칙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에 필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과 '직권심리주의'를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의 유연화와 국민의 방어권 보장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란 행정소송 단계에서 처분청(행정기관)이 소송의 대상이 된 처분의 적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소송 중에 새로운 처분 사유를 추가하거나 기존의 사유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행정청이 처음에는 "A라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시켰는데, 소송 과정에서 그 이유가 부족해 보이자 "사실은 B라는 이유도 있었다"며 근거를 덧붙이거나 바꾸는 행위를 말한다. 학설을 보면 먼저 긍정설은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똑같은 처분을 내리는 번거로움을 줄여 분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소송경제 측면에서 바라보는 입장이고,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공격 사유가 바뀌면 공격에 대한 방어가 어렵다고 하는 신뢰보호 차원에서 비롯된 학설이다.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대해서는 행정소송법에는 규정이 없고 대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사실심 변론 종결 시까지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며, 최근 행정소송규칙 제9조에서 행정청은 사실심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당초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에서 처분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대한 법리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고,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 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므로, 추가 또는 변경된 사유가 처분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거나 당사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당초의 처분사유와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두19021 판결 등 참조).

’처분청이 처분 당시에 적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단지 그 처분의 근거 법령만을 추가·변경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라고 볼 수 없으므로 행정청이 처분 당시에 적시한 구체적 사실에 대하여 처분 후에 추가·변경한 법령을 적용하여 그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63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처분의 근거 법령을 변경하는 것이 종전 처분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는 별개의 처분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두28106 판결 등 참조).‘라고 하여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행정처분의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 등 참조).
과세처분취소소송에 있어서 심리의 대상은 과세관청이 결정한 과세가액의 존부이고, 소송당사자는 사실심 변론 종결 시까지 과세표준액 등의 존부 내지 범위에 관한 모든 자료를 제출하고 그때까지 제출된 자료에 의하여 과세처분의 적법 여부를 심판해 줄 것을 주장할 수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7. 9. 8. 선고 87누429 판결 참조).

위의 판례를 종합하여 보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사실심 변론 종결 시까지 제출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최근 새로운 판례(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3두61349 판결,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취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원고는 건축물(제1종 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해 건축허가를 신청하였는데 해당 군수는 이를 거부하였다. 행정청의 당초 거부사유는 ’신청 부지가 농지법상 농지보전이 필요한 지역이며, 주변 농지의 효율적인 이용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고, 행정소송이 제기되자 "신청 부지는 진입도로가 미비하여 건축법상 도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교통 소통에 지장을 초래한다." 는 새로운 사유를 주장하였다. 
  문제는 당초의 거부사유와 행정소송 시에 제시하였던 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별개의 사유였다. 이에 하급심은 전통적인 판례 문구에 충실했다. "추가된 '도로 요건' 사유는 당초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으므로, 심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아 새로운 사유를 배제하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더라도 원고의 명백한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처분청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행정처분의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취지가 있음을 고려하면,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해당 소송 과정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그 처분사유가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와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다. 

처분상대방으로서는 처분청이 별개의 사실을 바탕으로 새롭게 주장하는 처분사유까지 동일 소송절차 내에서 판단을 받음으로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을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선택할 수도 있으므로, 처분상대방의 그러한 절차적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기본 취지와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처분상대방의 명시적 동의에 따라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할 경우,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가 당초 거부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에 따라 처분청의 주장을 형식적으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해야 한다. 
 그 결과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도 실체적으로 위법하여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는 경우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까지 취소판결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다면, 법원으로서는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으로 돌아가 처분청의 거부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처분청이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당초 거부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거부처분사유를 주장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 법원은 적절하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처분상대방에게 처분사유 추가·변경 제한 법리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것을 주장하는지, 아니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지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추가·변경된 거부처분사유를 심리·판단하여 이를 근거로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행정소송법상 직권심리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와 행정소송규칙을 연계해 보면 행정소송규칙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사실심 변론 종결 시까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대법원 2023두61349 판결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허용되지 아니하더라도 원고가 명백히 동의한 경우에는 판단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학자들은 위 판례에서 처분상대방의 절차적 선택권을 존중, 거부처분에 대한 분쟁의 일회적 해결가능성 제고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필자도 여기에 동의하고 싶다. 다만, 판례보다는  법제화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소송법 개정은 당장 개정이 어려우므로 행정소송규칙을 먼저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아 개정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행정소송규칙 개정안 
제9조(처분사유의 추가·변경) ① 법원은 피고가 처분 당시에 가졌던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 이를 허용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사유라도 이를 추가하거나 변경하게 할 수 있다.
1. 원고가 추가 또는 변경되는 사유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
2. 법원이 원고의 방어권 침해 우려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③ 법원은 제2항에 따라 사유를 추가·변경하려는 경우, 원고에게 그 취지와 법적 효과를 석명(釋明)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

2. '직권심리'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현행 행정소송법 제26조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를 두고 법원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학계와 실무의 해석이 엇갈려 왔다.

 학계에서는 ① 행정소송은 공익과 직결되므로, 민사소송처럼 당사자가 주장하는 것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증거를 조사하고 사실을 찾아내어 판결해야 한다는 견해(직권탐지주의설) ② 기본적으로는 당사자가 주장하고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변론주의'를 원칙으로 하되, 행정소송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이를 보완하는 정도로만 직권심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소송 기록에 이미 나타나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견해(변론주의 보충설)가 있다.

판례는 변론주의를 원칙으로 하되 이를 보충하는 의미로 보아 기록상 현출(現出)되어 있는 사실에 한해서만 직권으로 심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행정소송법 제26조 개정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행정소송법 제26조(심리의 범위) ①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② 법원은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이라도 소송기록에 현출된 자료에 근거하여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할 수 있다.
③ 제2항의 경우 법원은 당사자에게 해당 사실에 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④ 피고가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원고의 방어권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 또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위와 같이 개정하려는 이유는 심리 범위를 명확히 하고, 판례가 취하는 변론주의 보충설을 법제화함으로써 정의를 외면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사회는 법을 통해서 정의가 실현되어야 하므로 법 또한 현실과 정의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은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이며, 현실의 변화를 적시에 반영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의 문구에 얽매여 국민이 불필요한 소송을 반복하게 하거나, 기록에 명백히 존재하는 진실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 행정소송법과 규칙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국민이 더 쉽고 빠르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사법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태성 경영학박사 / 제주대학교 부설 부동산연구센터특별연구원>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