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통합지원법 시대, 제주는 이미 답을 갖고 있다

[특별 기고] 강인철 / 전 제주특별자치도 복지가족국장

2025-12-17     강인철
강인철

2026년 3월, 우리 사회의 돌봄 체계에 큰 변화가 온다.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돌봄은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대상별로 쪼개져 있었다. 창구도, 서비스도, 담당 부서도 모두 달랐다. 돌봄이 절실한 사람일수록 이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길을 잃곤 했다. 새로운 법은 이런 구조를 바꾸려 한다. 의료·요양·돌봄·주거·일상생활 지원을 지역 단위에서 하나로 묶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는 좀 다르다. 이미 제주가치돌봄과 제주형 건강주치의라는 두 개의 실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한 걸음 앞서 있는 셈이다.

제주가치돌봄, 이미 시작된 통합의 실험

제주가치돌봄은 2023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금 제주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핵심은 간단하다. 읍면동 통합돌봄창구에 가면, 상담부터 서비스 연계까지 한 곳에서 해결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가 대상인가'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돌봄이 필요하면 받을 수 있다. 기존 제도에서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당했던 중·경증 장애인, 홀로 사는 1인 가구, 갑작스러운 위기에 놓인 도민들도 이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돌봄통합지원법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제주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돌봄만으로는 부족하다.

돌봄이 필요한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건강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주형 건강주치의가 중요하다.

건강주치의는 단순히 '동네 단골 의사'가 아니다. 내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하면 큰 병원이나 돌봄서비스로 연결해주는 조정자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이런 1차 의료가 제대로 작동할 때 의료비는 줄고 삶의 질은 올라간다.

제주형 건강주치의도 그런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 물론 아직 등록률이나 현장 정착 면에서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이 제도가 돌봄과 의료를 잇는 핵심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둘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 제주가치돌봄과 건강주치의는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돌봄은 돌봄대로, 의료는 의료대로. 2026년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돼도 이 구조가 그대로라면, '통합'은 그냥 말뿐이 된다.

그래서 이제 제주가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이 두 제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답은 연결에 있다.

지금 제주에 필요한 건 새로운 사업이 아니다. 이미 있는 두 제도를 어떻게 하나로 엮을 것인가다.

상상해보자. 읍면동 돌봄창구에서 상담하던 중 건강 문제가 발견되면, 자연스럽게 건강주치의에게 연결된다. 주치의는 진료 후 다시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지역으로 되돌려준다. 주치의를 중심으로 간호사, 사회복지사, 운동지도사, 방문돌봄 인력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이런 연결이 이루어질 때, 통합돌봄은 현실이 된다.

특히 장애인과 만성질환자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지금까지는 병원과 복지관을 오가며 자신의 상황을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한 명의 주치의와 하나의 돌봄창구를 중심으로 지원받는다면, 삶이 달라진다.

제주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2026년 3월이 되면, 전국의 지자체들은 같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을 어떻게 현장에 안착시킬 것인가.

하지만 제주는 다르다. 이미 제주가치돌봄과 건강주치의라는 두 개의 축을 갖고 있다. 필요한 건 새로운 정책 선언이 아니라, 연결과 결단이다.

제주가 이 두 제도를 전략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제주형 통합돌봄 모델로 완성한다면, 전국이 주목할 것이다. 돌봄통합지원법 시대의 모범 답안이 서울이 아닌 제주에서 나올 수 있다.

제주는 이미 답을 갖고 있다. 이제는 실행할 시간이다. <강인철 / 전 제주특별자치도 복지가족국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